[오풍연 칼럼] #1: 우리집 애완견 '센'이 하늘나라로 갔다. 오늘 아침에 떠났다. 아직 체온이 따뜻한 것을 볼 때 숨을 거둔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갑자기 아내의 통곡소리에 놀랐다. "우리 센이 갔어"라며 통곡을 한다. 오래 살았다. 만 21살. 우리 동네 애완견 중 최고령이었다. 우리 네 식구의 사랑을 듬뿍 받은 놈이다.
2019년 8월 돌아가신 장모님의 친구이기도 했다. 아내는 늘 거실서 센과 함께 잤다. 비번인 아들 녀석도 눈물을 흘린다. 센도 화장을 한 뒤 경기도 장흥 장모님 계신 옆으로 간다. 장모님이 "센 왔구나" 하실 것 같다. 아내는 울면서 센을 닦아준다. 나하고도 친하게 지냈는데. 슬픈 날이다.
#2: 나는 동물을 싫어한다. 처음에는 센도 내 옆에 오지 못하도록 했다. 센이 우리와 함께 산 기간이 만 14~5년쯤 될 것 같다. 원래 처제네가 키우던 녀석이다. 처제 부부가 일본으로 가면서 우리가 떠안았다. 나중에는 나도 센을 이뻐하게 됐다. 어떨 때는 사람보다도 낫다. 밤 늦게 들어오면 맨 먼저 뛰쳐나와 나를 반긴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현관까지 나와 넙죽 절을 한다. 식구들 발자국 소리는 기막히게 안다.
특히 아내와 보낸 시간이 많다. 장모님이 돌아가신 뒤로는 아내가 데리고 잤다. 오늘 아침에도 센을 깨웠는데 인기척이 없어 숨진 것을 확인했다. 아내는 추모공원에 오면서도 내내 눈물을 흘렸다. 우리 세 식구가 모두 추모공원에 왔다. 센이 가는 마지막 길도 함께 보았다. 편안한 모습으로 들어갔다. 현재 화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잘 가라, 센아!
어제 센을 떠나보낸 뒤 페이스북에 올린 두 개의 글이다. 그렇게 센과 이별했다. 유골함은 밀봉을 해서 집으로 가져왔다. 센의 원래 엄마, 아빠는 처제 부부다. 처제가 일본에서 들르러 오면 함께 장흥으로 가 장모님 옆에 수목장을 해 주려고 한다. 그래야 될 것 같다. 처제는 애를 낳지 않아 센을 친자식으로 여겼다. 아내가 어젯밤 처제에게 슬픈 소식을 전한 줄 안다.
김포 추모공원서 돌아와 센이 쓰던 물건을 모두 정리했다. 보따리가 여러 개 나왔다. 오래 살아서 옷과 이불도 많았고, 가방도 여러 개 있었다. 센이 입던 옷만 한 두 가지 남겨 놓았다. 그리고 모두 버렸다. 센의 흔적을 지우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랬다. 아내는 저녁을 준비하다가 또 한 차례 소리내 울었다. “센이 얼마나 아팠겠느냐”고 했다.
아내는 정말 센에게 지극정성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처럼 오래 살지 못 했을 것이다. 똥 오줌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지낸 기간만 3년이 넘는다. 물론 눈도 안 보였다. 나중에는 일어서지도 못 했다.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2년 전 돌아가신 장모님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숨지기 전날인 그제 센을 안아주고, 물도 먹였다. 그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다.
그렇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르지 않다. 헤어질 때는 슬픔이 크다. 살아 있을 때 잘 지내야 한다. 동물 학대는 있을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 센도 하늘나라에서 편하게 지낼 것으로 본다. 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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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