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이번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훼방꾼 인상이 짙다. 후보들끼리 그냥 경쟁하도록 놓아두면 될텐데 찬물을 끼얹는 듯 하다. 한마디씩 불쑥 던질 때마다 국민의힘 후보들 힘을 빼는 모양이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고 있으니 말이다.
정치인은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더군다나 당 대표격이 엉뚱한 소리를 하면 될 일인가. 지금 김종인을 보면 어느 나라서 왔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논리도 너무 약하다. 혼자 딴소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과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일갈을 했다. 쓴소리조차 하는 의원이 적은 게 야당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장제원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경우 '기호 2번'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 김종인 위원장을 겨냥해 "참으로 유치찬란하다. 지금 시점에서 기호 2번, 4번을 논하는 것이 우리 진영 전체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한 유치한 논쟁은 국민들이 보시기에는 웃기지도 않은 소아병적(小兒病的)영역 다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최종 결선에서 누가 이기든, 이긴 사람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면 된다"면서 "선거 운동 못 해준다고 주장할 것이면 진작에 당 밖의 제3지대 후보들에게 국민의힘 입당 없이는 단일화도 없다고 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니면 선거를 돕지 못한다고 겁박하는 것은 단일화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게 무슨 고약한 심보인가"라고 반문한 뒤 "제발 후보들끼리 알아서 잘할 수 있도록 가만히 있어 주시면 안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던,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되던, 지금 국민의힘에 더 필요한 사람은 김종인 위원장이 아니라 안철수 후보"라며 "당을 대표하는 분이 단일화를 앞두고 재를 뿌리는 잡음을 내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의원의 말이 맞다. 안철수를 일부러 배제시키려고 하지만, 대세론은 따르는 게 옳다. 김종인이 막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홍준표도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후보에게 기호2번 달고 뛰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은 자당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단 걸 전제로 한 패배주의 발상"이라며 "잘못된 메시지"라고 깎아내렸다. 또 "지금부터라도 자당 후보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라"면서 "끝까지 심술부리는 모습은 서울시장 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쏘아댔다.
김종인은 보궐선거 전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얘기도 했다. 차라리 그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표라면 있을 이유가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인데 판단력이 흐려진 걸까. 나는 앞서 김종인 축출 쿠데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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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