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깨달은 것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깨달은 것
  • 신부용
  • 승인 2021.03.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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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칼럼] 지난해 11월 초에 시작된 미국 제46대 대통령선거는 우여곡절 끝에 금년 1월 20일 민주당 조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으로 일단락됐다. 미국은 최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명실상부 세계를 지배하는 민주주의의 모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대선이 세계적 관심거리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번 미국 대선의 조직적 선거 부정 의혹은 동병상련의 입장인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실망스러운 광경만 거듭 연출하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부실한 언론 보도로 제대로 된 검토조차 힘들었고, 따라서 배울 것도 별로 없었다.

다만 정책이나 국정 능력의 대결이 아니라 시종일관 부정 선거 논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규탄에 매달린 선거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느 진영도 국가적 현안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매몰돼 이미 양분된 국민의 적대감만 잔뜩 부추겼을 뿐이다. 마침내 수도 워싱턴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고, 중무장한 연방군이 진주한 뒤에야 비로소 대통령 취임식을 치를 수 있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국민이 원하는 지도자를 스스로 뽑도록 만든 제도 아니던가? 국민으로부터 이 선택권을 뺏는 것이 혁명이라면, 선거 부정은 이를 훔치는 것이다. 명심할 것은 ‘선거도둑’이 진정 노리는 것은 선거가 아니라 나라 전체란 점이다. 따라서 나라를 온전히 보존하려면 국민 모두 나서서 결연히 싸워야 한다. 과거 충신들이 목숨 바쳐 왕권 찬탈에 저항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나라를 훔치려는 도둑을 잡는 데 여야가 있을 수 없고, 네 편 내 편도 없다. 결국 모두가 모든 것을 빼앗길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진영은 “선거를 도둑 맞았다”며 이미 기운 판세를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작성한 ‘나바로보고서’는 50여 건의 소송과 판결, 1,000여 건의 서명 진술과 증언, 싱크탱크의 분석 등을 통해 펜실베이니아를 포함한 6개 경합주에서 일어난 부정 행위를 항목별로 나눠 규모와 강도를 분석했다. 백악관 법리팀은 이를 근거로 연방과 주 법원에 십여 건의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부분 증거 부족이나 부적격을 이유로 심리 한 번 변변히 못 받고 기각됐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연방대법원은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에 법원이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맥없는 해석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젠 모든 게 세월에 묻혀 가는 형국이다.

미국 대선에서 조직적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어떻게 선거 부정이 가능하겠는가’라는 피상적 의심만이 아니다. 첫째, 정부ㆍ여당이 권력의 비호 아래 저질렀다면 모를까 어떻게 힘없는 야당이 부정 선거를 획책할 수 있겠는가? 둘째,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언론이 가만히 있었겠는가? 언론기관 몇몇이라면 몰라도 어찌 전체 언론이 동조하겠는가? 셋째, 연방수사국(FBI)이나 중앙정보국(CIA) 같은 수사기관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가? 이들이 모두 매수, 회유 또는 협박으로 자기 주관을 버리고 부정 선거를 도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부정 선거의 증거를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장대로 정말 무서운 반대 세력이 실재하는 것 아닌지 의심해 볼 만도 하다.

트럼프는 4년 전 취임할 때부터 많은 비난을 자초했다. 세계보건기구와 파리기후협약 같은 국제기구에서 서슴없이 탈퇴하고, 아무도 상대하지 않던 김정은을 “사랑한다”며 여러 번 만났다. 우리의 방위분담금을 단번에 5배로 올리자는 억지를 부린 것도, 4년 임기에 탄핵심판대에 두 번이나 오른 것도 정상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여기에 근거가 있건 없건 온갖 의혹이 임기 내내 꼬리를 물었다. 말하자면 절대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갖 비난 속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는 무척 강고하다. 비록 낙선했지만 7,500만 표를 얻어 미국 역사상 바이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득표한 대통령후보다. 지난달 USA투데이와 서퍽대학교가 트럼프 후보를 찍은 공화당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탄핵소추로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견해는 4%에 불과한 반면 오히려 올랐다는 응답은 42%나 됐다. 이들은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면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76%가 “그렇다”고 밝혔다.

트럼프 진영은 이번 선거 결과를 되돌리려는 꿈은 접은 듯하다. 그러나 지난 주에 열린 미국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총회는 온통 트럼프 환호로 휩싸였고, 2024년 대선에 트럼프가 다시 나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부정 선거가 있는 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우리나라 우파 정치인들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내용이다.

아무리 성숙한 민주 국가라 해도 부정 선거에 물들면 ‘민주’의 DNA를 잃고 만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 짝이다. 민주 국가들은 이제 부정 선거 감염 여부로 다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이 분류에서 대한민국과 미국은 ‘부정 선거 확진국’에 속한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이것이 미국 대선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신부용 ( shinbuyong@kaist.ac.kr )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 운영이사

필자는 서울공대 토목공학과를 나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통공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유치과학자로 귀국하여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교통연구부를 창설하고 이를
교통개발연구원으로 발전시켜 부원장과 원장직을 역임하며 기틀을 잡았습니다.
퇴임후에는 (주)교통환경연구원을 설립하여 운영하였고 KAIST에서 교통공학을 강의하는 한편
한글공학분야를 개척하여 IT 융합연구소 겸직교수로서 한글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저서로는 우리나라 교통정책,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정책, 도로위의 과학, 신도시 이렇게 만들자,
대안없는 대안 원자력 발전,중국인보다 빨리 배우는 신한위 학습법 등 여럿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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