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LH 무더기 대출'...농협중앙회, 북시흥농협 현장 조사 착수
이상한 'LH 무더기 대출'...농협중앙회, 북시흥농협 현장 조사 착수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03.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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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직원 땅 매입 자금 100억원 중 50억원 '북시흥농협'서 대출...허술한 내부 통제-감독 체제가 도마 위에
전국에 산재한 단위농협은 중앙회 감독권 '사각지대'...정운천 의원 "중앙회의 통제 및 감독체제 미비 점검"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경기 광명과 시흥 지역 토지를 사기 위해 북시흥농협 한 곳에서만 43억1000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농협중앙회의 단위농협에 대한 허술한 내부 통제 및 감독 체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단위 농협은 행정부의 감독권이 금융감독원이 아닌 농림수산식품부에 있어 전문적인 감시를 피할 수 있다. 금감원은 필요한 규제를 농식품부에 건의하고 검사 때 지원하는 정도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국의 단위농협에서 종종 대출부정이나 무더기 대출 등 비정상적인 영업행위가 별다른 통제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상 농협중앙회와 금융당국의 통제·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취임 1년을 넘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단위농협 개혁이 미진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5일 관련당국에 따르면 농협중앙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무더기 대출 논란과 관련, 북시흥농협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농협중앙회는 북시흥농협 같은 지역 농협(단위 농협)을 총괄하는 중앙회 본부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현장 조사를 통해 북시흥농협이 농지 담보대출 과정에서 LH 직원들의 투기를 조직적으로 도운 정황이 없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 직원들을 북시흥농협에 보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대출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시흥농협 측은 대출 과정에서 재직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만큼 이들이 LH 직원인 것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LH 직원이 농지 담보대출을 신청했다면 실제 농사를 지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의심해 보거나 문제를 삼지 않고 대출이 나간 과정이 의아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희 회장은 지난 해 취임 후 농협의 모든 사업을 지역단위 농축협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농협 전반에 걸친 대대적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농협의 지역본부 기능을 조합장이 수행하도록 하고 조합장의 경제지주 및 자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서 결과적으로는 조합장 중심의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당국 일각에서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전국에 걸친 단위농협 개혁에 의지가 중요한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농협 조직을 매우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을 3번 거치며 농촌농협과 도시농협을 두루 거치고 농협중앙회 임원을 거치면서 농협조직 파악에 뛰어나는 평가를 받는다.

북시흥 농협 '무더기대출' 파문 <MBN 화면 갈무리>

금융업계, 북시흥농협의 LH '무더기대출'에 "한 직장 동료들이 같은 목적으로 같은 금융기관서 대출받는 게 일반적 상황 아니다"

한 전문가는 이성희 회장이 무엇보다도 조합장 중심으로 농협을 이끌어가겠다는 구상은 조합장들의 권한을 강화, 지역농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담겠다는 구상이라며 이번 LH직원들의 북시흥농협 무더기 대출은 농민을 위한다는 이 회장의 뜻에도 반하는 것이라서 향후 단위농협 개혁 여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LH의 전·현직 직원 및 가족 소유로 추정되는 광명·시흥 토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5개 필지에 총액 50억7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근저당권자는 모두 북시흥농협이었다. 5개 필지 구매에 소요된 비용 중 50억원 넘게 북시흥농협에서 대출해준 것이다.

북시흥농협은 LH 직원들이 구매한 농지를 담보로 많게는 토지매매가의 90%가 넘는 대출을 내줬다. 직원 A씨 외 3명이 매입한 토지의 경우 매매가는 15억1000만원인데 담보로 대출받은 금액이 11억4400만원(76%)이다.

직원 B씨 및 가족 등이 구매 후 ‘지분 쪼개기’한 의혹을 받는 토지는 2020년 2월 구매가격이 22억5000만원이다. 두 달 뒤 B씨 등은 이 농지를 담보로 북시흥농협에서 20억4100만원을 대출받아 매매가 대비 대출금 비율이 90%를 넘었다.

중앙회에 따르면 농지를 담보로 지역 조합에서 대출해줄 수 있는 한도(LTV)는 70%다. 이 경우 LTV의 기준이 ‘감정평가액’으로 산정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감정평가 과정에서 평가액을 높여달라고 요구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한 직장 동료들이 같은 목적으로 동일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게 일반적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합에서 LH 직원들을 위한 우대금리를 제시했거나, 직원들 사이에서 해당 조합이 ‘대출을 잘 내어준다’는 소문이 났을 가능성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대출 쪼개기’도 확인됐다. 시흥시 과림동의 22억원 상당의 필지는 5명이 2억원에서 4억2000만원 가량의 대출을 받아 15억7000만원을 마련했다. 해당 대출의 LTV는 70%로 금융당국이 정한 상한선에 맞췄다.

상호금융권 규제체계 달라 개선과제..."신협과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단위수협이 같은 기능 하면서 감독기관 달라 규제차익 발생"

대출쪼개기는 여럿이 모여 공동 소유할 땅을 담보로 각각 돈을 빌려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 대출심사 전문가는 “시중은행에서 공동소유자가 여럿인 땅을 담보로 소유자 각자에게 대출해주는 일은 흔치 않다”며 “차주가 여럿인 땅은 한 명이라도 이자를 연체하는 등 문제가 생기면 부실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아 대출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대출 당시에는 비조합원이었다 토지 취득 후 조합원 자격을 얻었다. 농협 조합원 자격은 해당 조합의 지역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이어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LH직원들의 대출이 북시흥 농협에서 진행된 이유에 대해 “인근지역 공인중개사 소개로 규정범위 내에서 대출 취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호금융권의 규제체계가 제각각인 상황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신협과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단위 수협이 사실상 동일한 기능을 하면서도 감독기관이 달라 규제차익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의 차등적인 적용도 문제다. 정부 부처의 칸막이 싸움에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신협을 제외한 상호금융기관은 금소법의 법망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신협을 제외한 단위농협, 수협, 우체국,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이 금소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는 이유는 금융위가 현행법상 상호금융의 영업행위를 감독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단위농협은 농림수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우체국은 과기정통부, 산림조합중앙회는 산림청,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는다. 각 부처에서 소관기관의 ‘밥그릇’을 지키느라 이들이 빠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금소법 제2조엔 은행과 저축은행, 보험업만 나와있고, 상호금융은 언급돼 있지 않다.

국회 농림수산위 소속 정운천 의원(국민의 힘)은 “지분까지 나누고 수십억 대출까지 받아가며 토지를 매입한 이들의 행태는 파렴치한 국민기만 행위”라며 “농협 대출 과정에서도 또 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고, 중앙회의 단위 농협에 대한 통제 및 감독체제가 미비한 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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