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의 '탄력경영'..."불필요한 투자자산 팔고 현금화하라"
최태원 SK 회장의 '탄력경영'..."불필요한 투자자산 팔고 현금화하라"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03.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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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주사 작년 성적표...매출 및 이익규모의 대폭감소, 적자전환에 M&A 열풍은 잠시 '숨고르기'
그 사이에 '최대한 팔고, 배당은 최대한 챙기고' 방식으로 미래 투자자금 최대한 확보하기 나서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SK(주)는 SK그룹의 지주회사다. 최태원 회장은 이 회사 주식지분 18.44%를 가진 최대주주로, 이 회사 말고는 다른 SK계열사에 직접지분이 거의 없다. 이 회사를 지배하면서 전 계열사를 지배하는 셈이다.

SK(주)가 지분 50%이상을 갖거나 50%가 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지배하는 종속기업 수는 모두 325개. 웬만한 주요 SK계열사가 다 들어와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이 지분 20%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이고 SK(주)에겐 손자회사여서 종속기업이 아니다.

따라서 종속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을 다 합치고, 그중 내부거래와 미실현이익 등만 제거한 SK(주)의 연결기준 실적은 하이닉스 등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사살상 전 SK계열사들의 통합성적표라고 볼수 있다.

최근 공시된 SK(주)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작년 SK그룹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작년 SK와 325개 종속기업들의 매출합계는 81조8,201억원. 2019년 97조8,115억원보다 16.3%가 줄었다. 물론 여기엔 실적이 좋았던 하이닉스 매출액은 거의 빠져 있다(지분법만 적용).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미실현이익도 뺀 것이어서 실제 그룹 총매출액보다는 적다.

재작년 3조7358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작년 1,644억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재작년 1조6,060억원 흑자에서 1,084억원 적자로, 역시 적자로 전환했다.

전체 SK그룹 경영 성적은 코로나 탓과 정유-유화부문 실적 악화로 대체로 부진

이 모두 코로나19로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던 SK이노베이션과 그 자회사들의 영향이 크다. SK텔레콤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들은 대부분 매출이 조금씩이라도 늘고 적자도 거의 안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그 자회사들의 실적 종합치라 할수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34조1,645억원으로 재작년 49조3,069억원에 비해 30.7%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1,136억원 흑자에서 무려 2조5,687억 적자로, 대규모 적자로 떨어졌다. 당기순이익도 재작년 657억원 흑자에서 작년에는 2조1,467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엄청난 매출감소와 이익격감이 여기서 발생했던 것이다. 다행히 정유산업 경기가 올해는 큰폭으로 회복되고 있어 올해 실적은 많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대규모 적자를 내다보니 재무구조는 나빠질 수 밖에 없다.

SK()의 연결기준 경영실적 (()안은 별도기준. 억원)

 

2020

2019

매출액

818,201 (34,739)

978,115 (32,455)

영업이익

-1,644 (16,580)

37,358 (14,808)

당기순이익

-1,084 (17,160)

16,060 (14,205)

 

2020년말

2019년말

유동자산

380,522

400,153

현금및현금성자산

100,969

79,817

단기금융상품

44,838

36,943

자산총계

1,376.383

1,326,114

유동부채

372,126

356,270

단기차입금

62,014

58,883

기타유동부채

120,754

100,995

사채및장기차입금

368,435

323,741

부채총계

857,784

804,353

이익잉여금

124,906

125,565

자본총계

518,599

521,760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SK(주)의 연결기준 단기차입금은 재작년말 5조8,883억원에서 작년말 6조2,014억원으로 1년 사이에 3,130억원 늘었다. 회사채 및 장기차입금도 4조5천억원 가량 늘었다. 부채총계도 1년 사이에 5조원이상 증가했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은 154%에서 165%로 높아졌고, 유동비율(만기 1년내 유동부채를 감당할수 있는 유동자산 비율)은 112%에서 102%로 10%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런 매출 및 이익규모의 대폭감소 또는 적자전환이 작년 SK 성적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코로나사태로 어찌보면 전 세계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특징은 작년 한해 엄청나게 많은 투자자산을 팔아치웠다는 점이다. 작년 SK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 처분이 2조6,660억원으로 나온다. 재작년 7,849억원에 비해 무려 1조8,811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최태원 SK 회장

최태원 회장의 '파이낸셜 스토리'가 지침...세일가스 광구부터 야구단까지 매각

최태원 SK회장은 작년 10월 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라는 키워드를 새로 제시했다. ‘딥 체인지’(2018년), ‘디자인 사고’(2019년)에 이은 새 메시지였다. 이후 각 계열사는 세일가스 광구부터 자회사와 주식은 물론 야구단까지 줄줄이 팔기 시작했다.

키워드의 첫 메시지는 ‘투자 대비 효과가 불확실한 자산을 우선 매각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야구단 SK와이번스의 매각이 대표적 사례다. SK이노베이션의 북미 셰일가스 광구 매각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2019년엔 페루 석유 광구도 약 1조2,500억원에 정리했다.

다음 메시지는 ‘사업에 큰 지장이 없으면 현금화하라’다. SK㈜는 최근 SK바이오팜 지분 약 11%를 매각해 1조1,163억원을 현금화했다. 매각 후 SK바이오팜 지분은 약 64%로 낮아졌지만 경영권에는 변동이 없다. 사회적 가치나 최근의 ESG경영흐름에 맞지않는 사업에서는 철수하는것도 또다른 메시지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주유소 사업을 경쟁사 현대오일뱅크에 넘겼다. 매각액이 1조3,000억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핵심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SK루브리컨츠의 지분 매각에 나선 다. 처분지분율은 49% 이내로, 매각액은 3조원에 달할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리 핵심사업이라도 화석연료같은 반(反) ESG이미지 사업은 차츰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스토리’의 우선 취지는 불필요한 투자 등을 회수해 전기차배터리나 수소 같은 미래성장사업에 투자할 실탄을 마련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올연말까지 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자금 8조원도 만들어야 하고, 전기차배터리 관련,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자금도 마련해야한다.

삼성등에 비해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미래사업에 투자하려면 기존의 널려있는 불필요 투자들을 정리하고 회수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 이런 대규모 매각에 힘입어 투자대기자금은 일단 두둑하게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SK(주)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봐도 재작년말 7조9,817억원에서 작년말 10조969억원으로, 2조원이상 증가했다.

투자실탄 마련도 마련이지만 그동안 너무 이리저리 벌렸던 각종 투자를 잠시 멈춰 '숨고르기'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지난 몇 년간 SK는 국내 주요 대그룹중 가장 활발한 M&A쇼들을 벌여왔지만 그만큼 불안정한 이미지를 주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결실적에 나오는게 아니라 별도실적에 나오는 수치이지만, 작년 SK 실적표의 또하나 주목할만한 특징은 각 계열사로부터 거두는 배당금이 기록적이었다는 점이다. 작년 SK의 배당금수취액은 모두 1조4,745억원으로, 19년 1조2,474억원에 비해 2천억원이상 더 늘어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기록적으로 거두어들인 배당금이 역시 기록적이었던 관계기업 및 공동기업투자 처분수익(2조6,600억원)과 함께 미래투자자금 등으로 쓰일 것이 확실하다'면서 "달리 말하면 돈쓸 데가 너무 많아진 지주회사가 계열사나 관계사 지분을 마구 팔아치우고 배당도 긁어모을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긁어 모았던 한해였던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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