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만개의 시대'...나눔'과 '배려'의 정신으로 ‘상생’의 대한민국을…
'소통만개의 시대'...나눔'과 '배려'의 정신으로 ‘상생’의 대한민국을…
  • 조석남
  • 승인 2021.03.19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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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는 영조 때(1776년) 낙안군수 류이주 선생이 지은 '운조루(雲鳥樓)'가 있다. 운조루는 조선왕조 양반가옥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데 7년간의 대공사를 거쳐 완공될 만큼 그 규모가 매우 웅장하다. 운조루의 후미진 곳간 채에는 커다란 쌀뒤주가 있다.

이 뒤주의 아래 부분에 가로 5cm, 세로 10cm 정도의 조그만 직사각형 구멍을 만들어 여닫는 마개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씨를 새겨두었다. 즉, 누구든 마음대로 마개를 열고 쌀을 퍼갈 수 있었던 '나눔'의 뒤주였던 것이다. 운조루는 이 뒤주를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두어 쌀이 필요해서 가져가는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게끔 세심하게 '배려'까지 해주었다.

운조루에는 또한 '나지막한 굴뚝'이 있다. 연기가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식량이 부족한 이웃이 많은데 밥 짓는 연기를 날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것 내 맘대로 하는데 웬 참견이냐'가 아니라 이웃의 아픔을 보듬으려는 '상생'의 마음을 가졌던 것이다. 대저택인 운조루가 근현대사의 수많은 변란 속에 지주계급이 무참히 처단되고 가옥이 소실되는 가운데서도 230년이 넘도록 그 원형을 지키며 보존돼온 이면에는 이같은 정신이 있었다.

'소욕다시(小慾多施)'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참다운 삶을 위해서는 욕심을 적게 갖고, 많이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법정스님께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나눠 가질 줄 알아야 한다. 나눔은 이미 받은 것에 대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보상의 행위이고 감사의 표현이다. 그러나 명예나 이익을 위해서 봉사(나눔)를 실천해서는 안 되며, 봉사를 했다고 해서 우쭐거리거나 은혜 갚기를 바라서도 안 되며, 대상자를 가려서도 안된다"고 말씀하셨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며 살아왔다. 이 때문에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를 얻으며 세계인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산업화에 따른 물질문명의 지배와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가 되면서 나눔과 배려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다.

정보기술(IT)과 문화의 발전상을 놓고 볼 때 21세기는 '소통만개(疏通滿開)'의 시대다. IT가 우리에게 안긴 가장 큰 선물은 '소통'이다. IT시대, 우리는 '소통만개'를 꿈꿨다. 만개한 소통을 기반으로 국가 자산 중 최고로 꼽히는 '국민공감대 형성'을 이뤄갈 것이라는 꿈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곳곳에서 '소통부재'를 외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소통의 근간인 '진정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나눔과 배려'를 희구하는 정서를 외면한 탓이다. '더 있는 쪽에서 덜 있는 쪽에 준다'는 생각을 넘어, '함께 행복하기 위해 함께 나눈다'는 생각이 넘쳐날 때 비로소 '소통만개'는 가능하다.

'과시하지 않고, 없다고 구걸하지 않는 정신'이 큰 화를 막고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운조루는 200여 년 동안의 선행이 있었기에 대변혁기 속에서도 기적처럼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운조루 주인의 마음이 모두를 감동시켰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역사는 '난세를 배려와 상생의 지혜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코로나19에 시달리고 여야의 극한 정쟁에 지쳐 요즈음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한다. 대립과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가는 위기국면이다. 이런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코끼리는 '이빨(象牙)'이라는 보물을 지니고 있기에 그 몸을 불태워 죽임을 당한다. 나의 잘남을 자랑할 것도, 남의 잘남을 부러워할 것도 없다. 드러내지 않으며 더불어 사는 지혜, '나눔'과 '배려'를 통해 '상생'을 실천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고, '국민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다.

봄은 언제나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봄은 격렬한 전투가 아니라 조용히 자신을 드러낸다. 잿빛 산하는 푸르고 붉은 원색으로 바뀌고 우리들 마음에도 따사로움이 감돈다. 각자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자유를 만끽한다. 상대를 흉보거나 헐뜯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며 조화와 균형으로 제자리를 지켜간다.

그래서 봄은 '한편의 교향악'이다. 원색의 음들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아름다운 소리와 거친 소리가 한데 어울려 극상의 음을 만들어낸다. 봄은 '한편의 시'이기도 하다. 고운 말과 조잡한 말이 서로를 보완하고 감싸주며 지순한 영혼을 지켜간다. 또 자유로움과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 본래 색들은 한 폭의 풍경화가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색상으로는 봄의 아름다움을 만들 수 없다. 희고, 붉고, 푸른 것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상생’해야 비로소 봄의 미가 완성될 수 있다.

<필자 소개>

조석남(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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