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위에 세종시, 세종시 위에 신도시"...망국병으로 번진 부동산 문제
"서울시 위에 세종시, 세종시 위에 신도시"...망국병으로 번진 부동산 문제
  • 권의종
  • 승인 2021.03.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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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가격 안정화 실패가 만악의 근원...각종 현안과 갈등이 집값 급등서 파생하고 내집마련 못한 국민들은 절망
온갖 비리온상으로 지목된 LH(토지주택공사),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보다 완벽한 수준의 윤리회복 계기가 되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서울은 과연 ‘특별시’다. 아무나 살기 힘든 특별한 도시다. 서울에서 집 마련은 하늘에서 별 따기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 섬뜩하다. 작년 4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153.4로 집계되었다. K-HAI는 중간소득 가구가 표준대출을 받아 중간가격 주택을 사는 경우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 100은 소득 25%를 주택구입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부담한다는 것으로 숫자가 커질수록 부담이 늘어남을 뜻한다.

서울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2016~2020년간 가구주 연령대별 서울 아파트 PIR’에 따르면, 20·30대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5년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IR(Price to Income Ratio), 즉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연 가구소득을 모두 주택 매입용으로 사용했을 때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먹고 살기도 빠듯한 급여 수준을 고려하면 내 집 마련은 이미 글렀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서울에서 집 마련도 어렵지만 보유하기도 힘들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올해 서울 공동주택, 즉 아파트·연립·다세대의 공시가격도 1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공시가 9억 원 초과 종합부동산세 대상 아파트가 대거 늘어났다. ‘강남 부자’ 전용의 세금으로 통해온 종부세가 서울 전역의 서민·중산층 아파트까지 확산하였다. 41만2,970가구다. 서울 아파트 6가구 중 1가구꼴이다. 서민은 서울 집을 거저 줘도 높은 세 부담으로 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서울 위에 세종이 있다. 세종특별자치시 아파트값의 위세가 서울특별시를 압도한다. 세종시 아파트 공시가격 중위값이 서울시도 따돌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중위값이란 해당 지역 공동주택을 일렬로 나열했을 때 중간 위치에 있는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말한다. 세종시 공시가격의  중위값은 4억2,300만 원으로 4억 원을 넘어섰다. 시가 기준으로는 6억 원 이상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서울시 아파트 공시가격 중위값은 3억8,000만 원으로 세종시에 한참 못 미쳤다.

비싼 집값에 서울은 아무나 못 사는 ‘특별시’...세종시 집값은 ‘대박’, 신도시는 ‘로또’ 시대
 
세종시 공시가격 상승률 역시 전국에서 단연 1위다.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이 19.08%를 기록하는 가운데 전년 대비 70.68% 상승했다. '역대급' 신기록을 세웠다. 전년 5.76%에 비해서는 무려 12배나 늘었다. 대전 20.57%, 경기 23.96%, 부산 19.67%, 울산 18.68% 등 지방 광역시도 전년 대비 큰폭으로 올랐으나 세종시의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다.

세종시도 신도시에는 못 당한다. 세종의 집값 오름이 ‘대박’이라면 신도시는 ‘로또’ 수준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사업지역에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신도시 사업을 집행하는 LH 관계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와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투기 의혹은 LH를 넘어 정치권으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당황한 정부가 LH에 대한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를 약속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개혁이라는 원론에는 다들 이의가 없으나, 방식의 각론에서는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기껏 거론되는 대안이라는 게 LH를 분해하고 직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자는 아이디어 정도다. 집중된 권한과 정보를 신설 또는 기존의 기관에 이양하거나 분산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룬다.

조직을 나누고 기능을 쪼갠다고 투기가 사라질까. 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하거나 민간에 넘긴다고 해결될 일인가. 무늬만 바꾸는 것일 뿐 근본 대책이 못 된다. 지방 공무원이나 지방 공기업, 민간이 LH보다 깨끗하다는 보장도 없다. 자칫 조직을 잘못 건드렸다가 인력 운용과 업무 효율만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공직의 청렴성과 윤리의식 회복이 관건이다. 철저한 통제시스템 마련과 강력한 법적 처벌의 제도화는 부차적 과제일 뿐이다.

부동산 해법은 결국 ‘사람’...청렴과 윤리의식 회복이 관건이고 통제와 법적 처벌은 부차적

반성해도 시원찮을 정치권은 되레 적반하장이다. LH 사태가 4·7 재·보궐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르자 부동산 문제를 네거티브 공격거리로 역이용하는 추태를 서슴지 않는다. 상대 후보에 투기의 이미지를 덧씌워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술책이 얄팍하다. 여당 후보 측은 어느 야당 후보 처가의 땅 투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해당 야당 후보 또한 상대 후보가 일본 도쿄에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을 들먹이며 역공을 편다. 진흙탕 싸움에 진절머리가 난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LH 투기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부동산 적폐 청산을 다짐했다. 여야는 설왕설래로 시간만 헛되이 보내다 특검과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겨우 합의했다. 어렵게 합의한 만큼 대충 조사는 안 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깨끗하고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함이 마땅하다.

부동산가격 안정화 실패가 만악의 근원이다. 온갖 현안과 갈등이 집값 급등에서 파생된다. 뼈 빠지게 일해봤자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월세금 대기도 버거운 현실에서 국민 다수가 절망한다. 어렵사리 집을 장만해도 높은 세금에 허리가 휜다. 월급만으로 살기 힘들다고 판단한 젊은이들이 주식과 가상화폐에 승부를 건다. 본업보다 재테크에 열중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 금리가 오르거나 투자자산이 폭락하는 날이면 말 그대로 끝장인데 말이다.

이왕지사 벌어진 일을 비난과 비판, 비관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재화(災禍)를 오히려 복(福)으로 바꿔야 한다. 비리에 대한 철저한 책임 추궁과 함께,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주도면밀한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 LH 사태가 망국병으로 번진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면 이보다 더한 전화위복이 없다. 투기를 뿌리 뽑고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학수고대한다. 지혜로운 자에게는 고난은 악이 아니라 약이라 했다.

필자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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