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토지 수용지 바로옆…3년새 최소 5배 수익
[연합뉴스] "폐가에 자물쇠만 채워놓고 간 이후로 소식이 없어요. 그 집에 누가 드나드는 걸 본 적도 없구요."
23일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와 맞닿은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한 마을. 마을 입구 이면도로를 따라 폐가 3채가 나란히 서 있었다. 지붕이 헐고 틈새마다 잡초가 무성히 자란, 말 그대로 폐가였다.
이 마을에서 수십년간 살았다는 주민 A씨는 "수년 전에 어떤 중년부부가 와서 집을 산 뒤 자물쇠만 채워놓고 간 후로 사람이 드나드는 걸 보지 못했다"며 "그땐 외지인이 뭣 때문에 이런 시골 마을에 집을 사나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개발소식을 미리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폐가 일대 1500여㎡(500여평)는 경기도청에서 투자진흥과 기업 투자유치담당 팀장이던 A씨의 아내가 대표로 있는 B사가 2018년 10월 은행 대출 3억원을 끼고 5억원에 매입한 토지다.
B사가 이 땅을 매입한 2018년 하반기는 경기도가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을 여러 차례 방문해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건의하던 때였다.
당시 A씨는 개발부서 담당 팀장이었기 때문에 내부 미공개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위치였다. 투기성 매매가 아니냐는 의혹이 짙게 이는 대목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곳이 반도체 개발예상지의 경계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는 '노른자 중의 노른자'라고 입을 모았다.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도면상 해당필지 바로 앞 논밭부터가 토지 수용지 경계이기 때문에, 건물을 짓는 등 개발할 경우 가장 수혜를 많이 볼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3년전 5억원에 팔린 이 토지는 현재 최소 시세로 따져도 구매가의 5배에 달하는 25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P부동산 관계자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원삼면 일대가 지정될 거라는 소문은 발표 이전에도 돌긴 했으나, 이 정도로 정확한 위치까지 파악해 사들이긴 힘들다"며 "미리 개발정보를 알고 투자했을 거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주택은 매입가격과 비교해 부지가 좁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도 임야 매입보다 선호도가 낮다"며 "개발지와 멀어질 경우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대출까지 내서 매입한다는 건 어지간한 판단으로는 어렵다"고 했다.
A씨는 2009년 경기관광공사에서 경기도로 파견된 뒤 2019년 5월 퇴직할 때까지 투자진흥과에서만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확정 발표되고 두달 뒤인 2019년 5월 퇴직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이달 초부터 공직자 전수조사에 착수한 경기도는 퇴직한 A씨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사사례를 파악하기 위해 3기 신도시와 도 주도 개발사업부지, 도내 주요 산업단지 개발예정지 등으로 조사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