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은 허리띠 졸랐는데…총수는 '묻지마' 고액연봉
사원은 허리띠 졸랐는데…총수는 '묻지마' 고액연봉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1.03.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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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실적 연동없이 보수 자의적 책정...재벌 혐오감 부추겨 
"독립된 보수책정위서 합리적 잣대로 정해야"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해마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일부 대기업 총수들의 '묻지마'식 셀프 연봉 인상에 눈쌀이 찌푸려지고 있다.

사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총수들은 성과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기준도 없이 '내 것 가져가는데 뭐가 어때'식으로 거액을 챙기는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나 경영자의 윤리, 공감능력이 날로 강조되지만, 연봉과 퇴직금에 대한 총수들의 욕심과 전횡이 재벌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총수들의 구태의연이 사원들을 자극, 여러 대기업에서 '경영성과를 나누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성과 무시한 '내맘대로' 연봉

장남과 차남간 경영권 분쟁중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4531억원, 영업이익 6283억원, 순이익 3852억원을 올렸다.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보다 6.3%, 10.3%씩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5.5% 늘었다.

총수 일가의 보수로 부친 조양래 회장이 급여 15억9800만원, 상여금 23억7100만원 등 모두 39억6900만원을 받았다. 차남인 조현범 사장은 급여 10억1700만원과 상여금 15억900만원 등 25억2600만원을 챙겼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서 급여 12억2000만원과 성과금 18억1000만원 등 30억3000여만원을 받았다. 

조현범 사장

이들 일가의 연봉은 전년에 비해 조 회장이 19억원, 조 사장이 약 12억원, 조 부회장이 약 14억원 각각 늘었다. 회사측은 "최고경영자로서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한 점을 고려해 장기성과금을 지급했다"고 했지만, 매출이 쪼그라들었는데 급여를 거의 2배나 올린 사유로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30억9800만원으로 전년보다 40%가 늘었다. 순환휴직 등으로 사원들의 급여가 평균 15%(대한항공 기준)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구조조정과 인건비 절감으로 지난해 약 23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매출은 7조4000억원으로 38% 줄었다. 회사측은 조 회장이 과거 사장급 연봉을 받다가 지난해엔 회장급 보수로 격상하면서 급여가 늘었다고 설명하지만 일반사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조원태 회장

호텔신라의 지난해 매출은 3조1881억원으로 44.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85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이 악화된 탓이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의 연봉은 급여 11억8400만원, 상여금 37억여원 등 모두 48억8400만원으로 전년보다 52.6% 증가했다. 매출이 거의 반토막 나고 대규모 적자를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다. 직원들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연봉을 평균 15.3%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맨 것과 대비된다.

회사측은 "이부진 사장의 연봉엔 3년 단위로 끊어 지급하는 2017∼2019 3년간의 장기성과 인센티브가 포함됐기 때문으로, 이는 지난해 실적과는 관계가 없으며 실제 고정급여는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부진 사장

지난해 최대 기업이자 최고 실적을 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60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63억원을 받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연봉은 80억800만원이었다. 

이들이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사주들이고 계열사들이 엄청난 실적을 낸 것을 감안하면 이재현 CJ 회장(123억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12억원),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102억원), 구자열 LS 회장(77억원) 등의 연봉은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지배구조개선 멀었다…보수책정위 독립성 강화해야"

퇴직금도 논란이다.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해 실형을 받은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은 지난해 퇴직금만으로 141억원을 받았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은 지난해 퇴직금 97억원을 포함해 159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 조양호 회장의 퇴직금도 과거 구설에 올랐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5개 계열사는 2019년 4월 별세한 조양호 회장에게 퇴직금 494억원을 지급했다. 조 전 회장이 39.5년을 근무한 퇴직금이었다. 대한항공의 임원 퇴직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규정은 월급의 6배까지 퇴직금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이웅열 전 코오롱 그룹 회장이 퇴직금을 포함해 모두 455억원의 보수를 받아 논란이 있었다.

그룹 총수들의 퇴직금이 이처럼 엄청난 것은 조양호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퇴직금 적립배수가 높기 때문이다. 예컨대 평사원의 경우 해마다 1개월치 급여가 퇴직금으로 적립된다면, 총수들은 월평균 급여의 3∼6배로 불려 받고있다. 이렇게 되면 연봉 12억원인 총수는 한해 3억∼6억원이 퇴직금으로 적립되고, 이게 40년 쌓이면 퇴직금이 120억∼240억원이 되는 구조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이 47년간 근무한뒤 올해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만 527억원에 달하는 이유이다.

여기에 오너들은 보유지분에서 나오는 천문학적인 배당도 꼬박꼬박 챙긴다. 일부 총수가 급여를 반납하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아주 잘나가는 대기업 일반사원의 평균연봉이 1억원안팎, 퇴직금이 5억원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액수다. 최근 대기업 젊은 사원들 사이에서 정당한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책임과 성과에 따른 보수를 충분히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너라는 점을 내세워 납득할 만한 근거도 없이 막대한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는 행태는 기업가치 훼손이자 횡포이다.

이수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투자팀 팀장은 "국제적 흐름을 보면 기업 CEO들이 직원대비 몇배의 임금을 받느냐보다, 거액의 보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중시된다"면서 "경영성과가 뚜렷한 경영자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만, 근거 없는 고액 연봉은 논란의 소지가 아주 크다"고 했다.

그는 "국내 경영자들의 연봉은 고정급 비율이 높아 실적과 무관하게 많은 급여가 지급되는 사례가 흔하다"면서 "성과연동 급여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대폭 상향해 이익기여도에 따른 보수지급이 관행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영자들이 성과를 평가받아 많은 급여를 받는다면, 일반사원들에게도 회사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당연히 과실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오너 경영자들의 연봉과 관련해 셀프책정이 아닌 경영성과에 근거한 합리적인 보수체계가 정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원 팀장은 "지금도 기업들이 CEO 연봉 책정때 형식적 절차는 거치고 있으나, 회사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 등으로 보수위원회를 설치하고 급여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성태윤 교수는 "합리적인 성과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사회내에 견제와 독립성을 가진 평가보상위원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이사진이 제대로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오너 CEO들이 자신들의 연봉을 맘대로 책정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공익 이사나 노조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해 정확한 성과평가를 토대로 CEO의 연봉을 논의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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