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신세계그룹이 올해 들어 잇따라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급변하는 유통시장에서 생존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올들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352억원에 인수해 야구와 유통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어 1일에는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여성패션 편집몰인 W컨셉을 2000억원대 후반에 인수했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미국 본사가 가진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 50%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신세계는 올해 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는 최대 5조원 규모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인수전 초기에는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완주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유통가에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유력한 인수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 쿠팡과 함께 주요 플레이어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네이버 사옥을 직접 찾아 협력방안을 논의한 끝에 2500억원대 지분교환을 통한 '신세계-네이버 동맹'을 성사시켰다.
정 부회장은 다른 재벌가 오너들과는 달리 대중과의 접점도 넓히고 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57만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음성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를 통해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의 운영계획 등을 밝히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유통업계 라이벌 롯데에 대해 "걔네는 울며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며 '도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이런 행보에는 시장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의 주력인 할인점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다른 계열사들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경쟁환경이 급격하게 재편되는 올 한해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이에 앞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전문점 '노브랜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등을 추진해 성공을 거뒀다.
반면 실패로 끝난 사업도 많다. 2018년에는 만물상 콘셉트의 잡화전문점 '삐에로쑈핑'을 시작했지만 사업부진으로 2년만에 접었다. 2016년에는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시장에 진출했지만 적자 누적으로 지난달 철수를 결정했다. 뷰티앤헬스(H&B) 스토어 '부츠'도 실패한 사업으로 꼽힌다.
2018년 7월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브랜드 부티크 호텔로 문을 연 '레스케이프'도 '정용진표 호텔'로 관심을 모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