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前장관...'동양 산티아고 순례길' 퇴계길 700리 걷다
김병일 前장관...'동양 산티아고 순례길' 퇴계길 700리 걷다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1.04.13 15:47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15~28일 경복궁~도산서당 걷기,유투브 중계
"당쟁과 분열…지도자에게 필요한 태도는 경청"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의 대표 역사기행길이라고 자부합니다. 전국에 있는 흔한 둘레길보다 짙은 역사적 함의가 담겼고, 빼어난 자연이 병풍처럼 펼쳐지니까요."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76·사진)이 오는 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경복궁 광화문에서 경북 안동 도산서원까지 270㎞, 700리 길을 직접 걷는다. 퇴계 이황(1502~1570)이 노구를 이끌고 귀향할 때 밟았던 길이었다.

2년전에 처음 재현한 그 길을 '제2회 퇴계선생 귀향길 재현 걷기'로 다시 만난다. 코로나 방역수칙을 감안해 4명씩 걷는 대신 이를 유부트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김 원장은 지난 1971년부터 34년간 경제 관료로 생활하며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엘리트였다.  그런 그가 `퇴계 알리기`를 천직으로 알고, 14년째 노후를 투자하고 있다.

2년전 김 원장과 함께 현존 퇴계학(學) 거장들, 일반인 참가자들이 평등하게 걸은 14일간의 긴 여정은 "동양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전력 질주와 정상 등정을 강요받는 시대, 물러남과 비켜남의 가치를 내재한다는 점에서 두 순례길은 유사했기 때문이다. 

퇴계라는 등불아래 다시 모인 당시 참가자들은 최근 신간 `퇴계의 길에서 길을 묻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270km 여정

"1569년 경복궁 사정전, 퇴계 이황은 임금 선조 아래 엎드렸다. 거듭된 하직 요청에도 만 17세의 소년 왕은 퇴계 없는 정사를 염려해 귀향을 번번이 불허했다. 음력 3월4일, 임금은 퇴계의 귀향을 허락했다. 국가라는 실상 너머 학문이란 추상 속에 백성을 향한 길이 있음을 알고 물러날 때를 스스로 짚은 것이다. 그날 퇴계는 '태평성대와 명철한 임금을 경계하시라'는 말을 남긴다."

"구중궁궐에 들어앉아 세상이 안온하다고 느끼는 어리석은 임금, 스스로 똑똑하다 여겨 신하의 가시 돋친 충언을 거절하는 오만한 임금이 되지 말 것을 왕에게 이른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큽니다. 퇴계의 귀향은 이처럼 어린 왕과 나이 든 충신의 아름다운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13개 코스로 나뉜 퇴계 순례길에는 이런 삽화가 그득합니다." 김 원장의 설명이다. 

남한강 길을 따라

참가자들은 퇴계의 길에서 퇴계의 사상을 추억했다. 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기천서원에서 퇴계의 우정을 되짚고, 김언종 고려대 명예교수는 `금송(錦松)`과 `지팡이` 일화를 기억한다. 혼바위나루와 가흥창 인근 코스에 대해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여길 와 보지 않으면 한국 사람이 아니다`라는 찬사를 더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16세기 퇴계 삶이 21세기 우리 삶에 겹쳐진다"고 강조한다.

"조선 공동체는 퇴계를 원했고, 퇴계는 공동체의 앞날을 위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던 시대였습니다. 퇴계 순례길에서는 누구나 지위고하를 떠나 건강한 정신을 되짚게 됩니다. 위대한 정신을 우리 강토에서 느낀다면 더 아름다운 길이 있을까요."

그는 2008년 도산서원과 연을 맺은 뒤 도산서원내 선비문화수련원 수강생을 89만명(누적인원 기준)까지 획기적으로 늘렸다. "선비문화수련원 수강생을 조만간 부모·자녀 단위로도 모집할 예정입니다. 과거에는 단체 예약만 받았는데 앞으로는 가족 단위로도 누구나 참여 가능하도록 말이죠. 

어지러운 시대, 퇴계의 "경 사상이 우리 시대에 주는 의미는 경청"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기론과 사단칠정론도 중요하지만 결국 `바른 사람` 만들기는 경 사상에서 오지요. 경은 흔히 공경의 의미로 해석되지만, 당쟁의 시대에 지도자들이 경을 실천하는 태도는 경청이 아닐까 싶어요. 정치든 경제든, 상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도산서원 초입에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