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관련 해외송금 의심되면 거절하라"...은행권 차단 비상
"비트코인 관련 해외송금 의심되면 거절하라"...은행권 차단 비상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1.04.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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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으로 해외송금 급증하자 일선창구에 지침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한 차익거래와 함께 최근 해외송금이 급증하자 은행권에 비상이 걸렸다.

아직 가상화폐 관련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일단 은행권은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에 나섰다.

◇7영업일 만에 3월 해외송금액 넘어…비트코인 구매대금·차익 송금 '의심'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은 지난주 말이후 일제히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일선지점 창구로 내려보냈다.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대체로 해당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고객(외국인 포함)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를 거절하라는 지침이다.

모두 내·외국인이 국내보다 싼값에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내는 행위, 그렇게 들여온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액을 남긴 뒤 해외로 빼내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로 A은행의 사례를 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불과 7영업일만에 해외로 약 1364만달러가 송금됐다. 이미 지난달 전체 해외송금액(918만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지난 7일에는 하루에만 161건, 375만달러의 해외송금이 이뤄졌다. 특히 대(對)중국 송금액이 전체 해외송금의 약 70∼80%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 분산·차명 송금…"완벽하게 막기 어려워"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로 얼마가 가상화폐 관련 송금인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 현재 외국환거래법상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달러까지는 송금사유 등에 대한 증빙서류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김치 프리미엄'이 부각된 시기와 해외송금 증가 시기가 겹치고 있어 '상당부분 비트코인 관련거래가 섞여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증빙서류 등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비트코인과 관련된 해외송금을 정확히 걸러내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와 감독당국이 가상(암호)화폐 매매 목적의 외국환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에 들어갔지만, 가상화폐 관련 외국환거래만을 특정한 세부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따라서 가상화폐거래소 사업자처럼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차명송금과 분산송금 의심사례를 일단 막고 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도 "교묘히 외국환거래법을 충족하고 분산송금하면 현실적으로 모든 차익거래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해외 차익거래 가능하지만…"이익 크지않고 오히려 과태료 낼 수도"

은행의 해외송금 업무에 영향을 줄 만큼 비트코인 해외거래가 늘었다면, 그만큼 기대할 수 있는 차익이 큰 것일까.

일례로 1비트코인 값이 국내 거래소에서 1000만원이고 해외 거래소에서는 8000달러(원/달러 환율 1000원 적용시 800만원)라고 가정해보자.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있는 투자자에게 8000달러를 보내 1비트코인을 사고, 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지갑으로 넘겨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1000만원에 팔면 이론상 200만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인출할 때, 국내 거래소에서 팔 때 내야 하는 수수료 뿐아니라, 해외에 돈을 보낼 때 적용되는 법 규제 등을 고려하면  범법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들 만큼 매력 있는 거래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이 50∼60%에 달하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가격차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큰 차익을 내긴 어렵다"며 "최근의 가격차가 최대 20%라고 한다 해도 이런저런 수수료를 다 떼고 나면 차익은 10% 정도일 텐데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달러'라는 외국환거래법 규제로 한번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욱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외국환거래법 규제의 기준이 거래횟수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예를 들어 4000달러로 끊어서 여러 차례 송금한 뒤 해외에서 비트코인을 사들여온다고 한다고 해도 이걸 하나의 거래로 볼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미신고한 자본거래 과태료 부과기준(10억원 미만)에 따라 과태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익거래가 활성화하면 가격조정이 올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로서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그쪽 가격이 오를 테고, 그러면 한국과의 가격 차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폭락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격이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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