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무너진 희망...취업·결혼·주거 고통 달래주는 정책 펼쳐야
MZ세대의 무너진 희망...취업·결혼·주거 고통 달래주는 정책 펼쳐야
  • 권의종
  • 승인 2021.05.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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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무너지면 나라 장래인들 온전할까...그들의 기쁨과 즐거움에 가려진 슬픔과 노여움 잘 살펴야

[권의종 칼럼] 신조어가 홍수다. 새로운 말을 잘도 지어낸다. 지금의 20~30대를 MZ세대라 부른다. 정확히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한다. 하나같이 참신하고 똑똑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 모바일을 즐겨 사용한다. 최신의 트렌드와 색다른 경험을 추구한다.

유통시장에서 SNS를 기반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소비의 신(新)주류로 부상한 이들을 붙잡으려는 시장의 노력이 필사적이다. 자연 활동 성향의 이들에게 비싼 캠핑카를 팔고, 높은 입맛에 맞춰 커피와 빵을 고급화한다. 아무리 핫해도 똑같은 걸 싫어하는 성향에 착안, ‘나만의 브랜드’ 상술로 유혹한다. 이들이 사치를 즐기는 건 아니다. 되레 실사구시적이다. 무미건조한 학문은 사절이다. 읽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책을 고른다.

본인에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소비가 아니라 투자로 간주한다. 스포츠와 여행을 즐기고 맛집 방문이 빈번하다. 피부관리를 자주 받고 외국어 학습에 열성적이다. 글보다는 영상에 익숙하다. 유튜브나 짧은 글을 주로 읽다 보니 긴 글은 부담스러워한다. 영화 한 편을 봐도 집중해서 보는 걸 성가시게 여긴다. 직장에서도 수평적 조직문화를 희망한다.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상명하달은 질색이다. 결재판을 없애고 모바일 보고를 원한다.

재테크에는 매우 적극적이다. 핀테크 등 새로운 조류에 빠르게 적응, 신종 투자를 겁내지 않는다. 투자의 간편성, 모바일 접근성, 소액 투자를 활용해 재산 불리기에 선도적이다. 지난해 주요 6개 증권사 신규 계좌의 절반 이상을 MZ세대가 차지했을 정도다. 가상화폐 투자자의 62%를 이들 세대가 점한다. 국내에서 벗어나 해외로, 주식에서 가상화폐와 P2P 금융, 부동산 지분 투자 등 이전 세대에겐 낯선 영역에 무모하리만큼 과감히 뛰어든다.

똑똑한 2030...디지털 환경 친숙,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 경험 추구, 유통시장의 신(新)주류

개성적 소비를 즐긴다.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두드러진다.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고 싶어 한다. 또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 소비 과시의 플렉스 문화와 명품 소비에 익숙하다.

여기까지가 MZ세대의 긍정적이고 밝은 면만 바라본 일반적 시각이다. 반쪽 이야기에 불과하다. 온전히 이해하려면 기쁨과 즐거움에 가려진 그들만의 슬픔과 노여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자화상의 일그러짐의 정도가 생각보다 깊고 크다. 바로잡고 손대야 할 부분이 허다한 걸 금세 알 수 있다. 그간 공론화하지 않았을 뿐이고, 아무도 고치려 나서지 않아 병이 깊고 커져 왔다.

MZ세대는 힘들다. 경제력부터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에게 부족한 건 경제력뿐만이 아니다. 분노와 상실감 또한 작지 않다. 여태껏 열심히 살아왔건만 성과가 영 신통치 않다. 취직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려 아이를 갖고 내 집을 마련하는 평범한 꿈조차 이루기 버겁다. 일도, 밥도, 돈도, 집도, 꿈도 없는 ‘5무(無) 세대’, 더 심하게 말하면 ‘전무(無) 세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MZ세대는 불운하다. 참으로 복도 없다. 할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다. 취업 경쟁은 살인적이고 급등한 부동산은 언감생심이다. 결혼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돈벌이도 시원찮다. 인생 역전을 위해 ‘영끌’ ‘빚투’에 나서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벼락 거지 신세가 뻔하다. 때를 잘못 만난 탓도 있으나, 정책실패, 제도실패의 책임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

MZ세대는 되는 게 없어...취업 경쟁은 살인적, 급등 부동산은 언감생심, 결혼은 희망 사항

힘든 이들을 위로는 못 할망정 비난은 금물이다. 재테크 시장의 ‘큰손’, 주식과 코인 투자의 ‘고수’라며 나무라선 안 된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회사 생각보다 자기 삶을 앞세우는 걸 이기주의로 낙인찍으면 곤란하다. 경제적 독립을 이뤄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되려는 것도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다.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연유를 찾아 바로잡아 주는 게 시대적 책무라 할 수 있다.

젊은 층이 느끼는 아픔과 고통의 이면을 보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웅크리고 있다. 청년실업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소득 불안, 집값 폭등에 따른 주거 불안이 상당하다. 평생 벌어도, 억대 연봉 직업을 가져도 집 한 칸 장만하기 힘든 현실에 절망한다. 또 이런 환경을 조성한 기성의 경제질서에 대한 분노를 표한다. 미래 희망이 끊긴 이들이 보상적 소비와 투기적 돈벌이에 뛰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미래세대에 대한 바른 이해와 정당한 평가가 더없이 절실하다. 난제일수록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희생과 순종만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부당한 현실과 대우에 분노하고 저항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 오히려 대견히 여기고 격려를 해야 한다. 열정을 갖고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는 자각의 과정을 알아주고 보듬어 줘야 마땅하다.

이제라도 취업과 결혼, 주거 등 청년의 고통을 달래줄 수 있도록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집값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수요 있는 곳에 공급 확대’라는 시장원리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한다. 또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 소득기반을 제공, 젊은 세대가 건전한 노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자아실현을 하면서 개인적 부도 축적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세대가 무너지면 그들이 살아갈 나라의 장래인들 어찌 온전할 수 있겠는가.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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