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 내부통제 '구멍'...직원들 불법행위에 대응 부실로 '복마전' 오명
농협銀 내부통제 '구멍'...직원들 불법행위에 대응 부실로 '복마전' 오명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1.05.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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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 직원들, ‘카드값 갚은 것처럼 전산 조작’했다가 제재받아...당국은 중징계 커녕 '솜방망이 제재'만
금융당국, 은행법 위반 혐의 직원 7명에 고작 180만∼2500만원 과태료...지난해 농협은행 종합검사서 적발
현 권준학 농협은행장의 전임자는 손병환 농협금융회장...책임문제 제기 속 농협의 소비자 보호 의지 '무색'
작년엔 부동산 감정가 부풀려 수백억 원대 불법 대출로 은행에 피해준 농협 직원 업무상 배임 불구속 입건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갚은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뒤 추후 해당 금액을 마련해 카드값 문제를 해결한 NH농협은행 직원들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농협은행 종합검사에서 적발됐다. 농협은행 직원들의 비위사실이 적발된 것은 이번에 처음이 아니어서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이 다시금 문제되고 있다. 대부분 지금도 은행을 다니고 있고, 심지어 승진을 한 직원도 있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들 직원들에 대해 고작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치면서 농협은행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5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본인 또는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에 상환 여력이 부족하자 결제 대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다. 이후 전산 조작 당일에 카드 대출(현금 서비스) 한도가 복원되면 현금 서비스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이용해 허위로 상환한 금액을 정리했다.

이들이 2016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실제로 자금을 받지 않고 입금 처리한 금액은 3억 7000만원(총 106건)이다. 은행법(제34조의2)과 은행법 시행령(제20조의2)에서는 은행은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않고 입금 처리하는 행위 등 은행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직원 2명은 외환거래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실제로 자금을 받지 않고 1600만원을 입금 처리해 역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들의 위법 행위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농협은행 종합검사에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기관 제재도 병행해 농협은행에 과태료 5억 8400만원을 부과했다.

옵티머스 펀드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한 농협금융지주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옵티머스 펀드 사기 피해자 및 시민단체 회원들.

농협銀 직원들 '전산조작' 중대한 위반에도 당국은 과태료만 부과...한 위원 “‘중대하면서 경미하다는 평가는 모순지적

그러나 은행 직원의 전산 조작행위라는 중대한 위반행위가 벌어졌음에도 금융위가 너무 약한 '솜방망이' 제재를 내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317일 열린 금융위 회의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의사록을 보면, 안건 보고자는 금번 위반행위는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기본적 의무 위반에 해당해 위반결과중대로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 당해 위반행위가 언론에 공표되어 당해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였고, ‘금융거래에 피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해 위반결과경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위반결과보통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보고했다.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고, 피해가 없었던 점을 참작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이에 한 위원은 해당 위반행위의 위반결과중대한 경우에 해당하고 동시에 경미한 경우에도 해당하여 최종적으로 그 중간인 보통으로 평가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어떤 위반행위의 결과가 중대하다는 평가와 경미하다는 평가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고, 위반행위의 결과가 중대한 동시에 경미하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농협은행의 내부 불법행위는 이것 뿐 만이 아니다. 올 1월에는 농협은행 한 지점장이 신용불량자에게 100억원 가량을 불법 대출해 최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울산지방법원 형사 11(박주영 부장판사)는 1월 23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농협은행 지점장 A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4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부당 대출을 청탁한 부동산 개발업자 B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지난 4월 서울 새문안로 NH농협금융지주 본사 회의실에서 개최된 2021년 제2차 '「농협금융 DT추진최고협의회'에서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이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농협금융 제공

농협은행  지점장, 신용불량자에 100억 불법 대출...불법행위로 얼룩진 농협금융, 허술한 내부통제에 도덕적 해이심각

지난해 10월 충북지방경찰청은 부동산 감정가를 부풀려 수백억 원대 불법 대출로 은행에 피해를 준 농협 직원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불법 대출을 공모하기 위해 거짓 감정을 해준 감정평가사도 입건했다. 이들 일당은 2016년 감정가를 조작한 상가와 대지 등을 담보로 농협에서 무려 10여 차례에 걸쳐 100억원 이상의 대출을 해준 혐의를 받는다.

앞서 농협은행은 증권 모집 과정에서 청약 권유 절차를 무시하고 금융 투자상품 판매 시 중요한 설명을 누락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17315일부터 2018330일까지 125개 펀드의 집합투자증권을 모집하기 위해 4600(6868억원)에게 청약을 권유하면서 정절한 투자설명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객에 대한 금융투자상품 설명의무도 위반했다. NH농협은행 WM연금부는 총 140개 펀드 판매를 위해 판매직원에게 설명자료를 제공하면서 해당 펀드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누락했다. 그 결과 해당 펀드 상품 투자 권유 시 중요한 사항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했다.

또 농협은행 직원은 지난 2년간 셀프대출로 수십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된 데 이어 LH 투기 논란과 연루된 지역농협 임직원들도 투기로 의심되는 셀프대출 정황이 포착됐다.

이달에는 LH직원에게 비()주택담보대출을 내준 지역은행 임직원들의 투기로 의심되는 셀프대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3기 신도시에 포함된 경기도 시흥과 부천지역 내 북시흥농협과 부천축산농협 소속 일부 임직원들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타인 명의 등을 이용해 해당 지역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시흥농협의 경우, 앞서 투기 의혹으로 경찰 수사 중인 LH 직원들의 농지 담보 대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곳이어서 여론의 눈총이 따갑다.

서민 금융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는 농협은행에서 직원들의 내부 불법 비리 행위가 그치지 않고 있는 것은 은행의 신뢰도 하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과거에도 농협에서는 중앙회장이나 임직원들의 불법비리 행위가 끊이지 않는 바람에 '복마전(殿/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라는 말)'이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과 차경욱(왼쪽)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 3월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전문위원 위촉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NH농협은행 제공

권준학 농협은행장, 지난 3월 제1차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열고 소비자보호의 선두 은행으로 도약 의지 밝혔으나 '공염불'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지난 3월 올해 제1차 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를 열고 금융 소비자보호의 선두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의 선제적 도입 등 폭넓은 전문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차경욱 성신여대 소비자생활 문화산업학과 교수를 협의회 전문위원으로 위촉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잇단 임직원 비위 행위로 농협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도 실추가 불가피한 가운데 올해 새 수장에 오른 권준학 신임 농협은행장의 어깨가 무겁게 됐다. 더욱이 권 행장의 전임자가 바로 손병환 현 농협금융지주회장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책임문제가 떠오르는 가운데 농협금융이 그동안 강조해온 소비자 보호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농협은행은 물론 농협금융지주 내부조직의 통제장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부터 임기를 시작한 권준학 행장과 손병환 회장의 조직 장악 및 내부통제 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2012년 출범 이후 관료 출신 금융전문가를 영입해왔던 틀을 깨고 지난 해 말 내부 출신인 손병환 농협은행장을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추대했다. 내부인사로는 초대 신충식 회장 이후 두 번 째이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30년간 재직한 농협맨이다. 농협중앙회 조직·인사제도혁신단 팀장, 기획조정실 팀장,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 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특히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시절에는 NH핀테크혁신센터를 설립했다.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경기 평택고등학교와 경희대를 졸업한 뒤 1989년 농협에 입사했다. 이후 농협은행 퇴직연금부장, 개인고객부장, 경기영업본부 본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등 일선 영업 현장과 본사 기획·마케팅 부서를 두루 거쳤다. 경기영업본부장 재임 시절에는 영업점 현장경영을 200회 이상 실시하는 등 일선 영업현장과 활발히 소통했다.

농협금융은 권 신임 행장은 특히 최근 금융권 화두인 디지털 전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소비자보호 강화 등을 추진하는 데 있어 활발한 현장 소통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농협은행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평가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매년 종합검사를 한 뒤에도 비위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처럼 '복마전'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 경영진이 앞장서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잠재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통제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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