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 한미 공조... 탈원전 훌훌 벗고 세계로 훨훨 날자
원전 수출, 한미 공조... 탈원전 훌훌 벗고 세계로 훨훨 날자
  • 권의종
  • 승인 2021.06.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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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전환이 정책 실패? 변경 불가의 가치와 전략은 없어... 상황 바뀌면 정책도 달라져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천년 제국 비잔티움 또는 동로마 역사에서 인물은 한 명만 기억하면 된다. 주제넘은 얘기지만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하나로 족하다. 기독교 제국에서 황제교황주의를 보여 준 대표적 인물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재위하는 동안 교회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아 그리스정교회로부터 대제(大帝)의 칭호를 받았다. 로마에는 세 명의 대제가 있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 테오도시우스 대제 그리고 유스티니아누스 대제이다.

6세기 유스티니아누스는 비잔티움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황제의 목표는 옛 로마제국의 재건과 전통의 계승에 있었다. 그가 이룬 위업은 세 가지다. 옛 로마제국 영토회복, 성 소피아 성당 건축, 로마법전 편찬이다. 실제로 그는 서로마 영토를 거의 회복했다. 20여 년의 서방 정복 전쟁을 통해 북아프리카의 반달왕국(534년), 에스파냐의 서고트왕국의 일부(554년), 이탈리아의 동고트왕국(555년)을 다시 제국의 영토로 만들었다. 지중해 지배권도 함께 장악했다.

그런 유스티니아누스도 그 시대에는 인기가 없었다. 옛 로마의 영광을 회복한다고 정복 전쟁을 치르느라 과중한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다. 532년, 급기야 백성들이 들고일어났다. 두려워 도망가려는 황제를 황후 테오도라가 가로막고 나섰다. 비겁하게 도망치느니 황제답게 싸우다 죽는 게 낫다는 서릿발 선 충고를 건넸다. 정신을 차린 유스티니아누스는 군대를 동원하여 3만여 명의 시민을 물리치고 권력을 되찾았다.

1500년도 넘은 얘기를 불쑥 꺼내든 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인물과 행적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몫임을 말하고 싶어서다. 성과나 업적이 당대에 환영받지 못한 사례를 역사는 수없이 반복한다. 우리라고 그런 예가 없을까.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신하들의 반대가 극심했다. 1982년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될 때는 온 나라가 무법천지가 되는 줄 알았다.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때도 경제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은 다 기우에 그쳤다.

인물과 업적에 대한 평가는 후대의 몫...그때는 인기 없어도 나중에는 업적으로 남을 수 있어

큰일은 큰 안목으로 통 크게 대처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이 중동, 유럽 등 제3국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큰 합의를 이뤘다. 원전 설계 등 원천기술에 강점을 가진 미국과 원전 시공 능력이 뛰어난 한국이 손을 잡았다. 멈췄던 원전 수출이 탄력을 받을 걸로 기대된다. 원전 기술의 사장과 우수 인력의 해외유출을 고민하던 원자력 산업계는 몹시 반가워하는 기색이다.

우려도 나온다. 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 사업이 엇박자를 낼까 걱정한다. 탈원전이 원전 수출을 방해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여 마음을 졸인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는 원전을 수출하려는 게 이중 행동으로 비치지 않을까 고민스럽다. 위험하다고 자국에서는 만들지 않을 뿐더러 있는 것도 없애는 원전을 믿고 사줄 나라가 과연 얼마나 될지. 솔직히 두렵고 떨린다.

어려움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어찌 보면 지금이 원전 정책 전환의 적기일 수 있다. 탈원전 주장도 일리가 있고 뿌리도 깊다.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가동하면서부터 제기돼 왔다. 통제 가능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위험한 에너지라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그간 원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많은 나라에서 원전을 가동한 지 60여 년이 지났지만, 원전에서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1979년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금도 원전 반대론자들의 주된 근거로 널리 활용된다. 우리나라도 원전이 지리적으로 밀집해 있고 인근 지역의 인구밀도가 과밀하다는 점을 들어, 사고가 터지면 끝장이라는 공포 마케팅이 활개를 친다.

‘정책 전환=정책 실패’의 사고방식은 고루...나방은 허물을 벗어야 비로소 나비로 탄생

실상 파악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모두 가압경수로이다. 원자로에서 뜨겁게 달궈진 물이 파이프를 통해 증기발생기로 가는 구조이다.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물이 담긴 용기에 간접적으로 열을 가해 데우거나 끓이는 중탕(重湯) 개념이다. 이 모든 과정은 콘크리트 격납고 안에서 이뤄진다.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작다. 세계 원전의 60%를 차지할 만큼 많이 활용된다.

비등경수로는 증기발생기가 없어 원자로에서 직접 물을 끓여 증기를 생성한 후 터빈을 돌린다. 세계 원전의 22%를 차지한다. 체르노빌 원전과 후쿠시마 원전 모두 비등경수로다. 비등경수로는 열효율이 높지만, 원자로 계통과 터빈 계통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방사능이 새 나갈 위험이 없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으로 방사능이 바닷물에 누출되면서 발생했다.

우리는 일본과 또 다르다. 지진의 위험이 적을 뿐더러 원자로 외관에 5중 방호벽까지 설치해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이 거의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같은 경우인데, 이때도 원전만 못쓰게 되고 주변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영향은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더구나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값이 저렴하다. ‘탄소 제로’의 친환경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했다.

어려운 선택일수록 단호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책 전환이 정책 실패라는 사고방식은 고루하다.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지는 게 맞다. 유스티아누스처럼 그때는 알아주지 않아도 나중에 가면 업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공자 말씀대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아야 한다.” 나방은 허물을 벗어야 비로소 나비가 되는 법. 대한민국 원전산업도 탈원전 나방의 허물을 벗고 세계로 웅비하는 나비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보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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