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후보자와 인사청문회...‘소통과 공존’ 시대 열어야
공직후보자와 인사청문회...‘소통과 공존’ 시대 열어야
  • 조석남
  • 승인 2021.06.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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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를 모두 아우르고 넘어서야 진정한 ‘국가개조’를 이뤄낼 수 있을 것

[조석남의 에듀컬처] 문재인 정부는 정권 출범 당시 인사의 7대 배제 원칙을 내세웠다.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부도덕한 행태에 분노해 그 원칙을 반겼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밝힌 7개의 카테고리는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면탈,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범죄였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는 공정과 정의다. 한마디로 ‘반칙 없는 사회’다. 이는 촛불정권을 향한 국민의 요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직사회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고위 공직자 임용배제 7대 기준을 제시한 이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끊임 없이 '도덕의 기준'을 낮춰왔다. 정권 출범 후 자신들이 했던 말을 온몸으로 부정했다.

논란 끝에 강행된 지난달 개각에서도 이런 인사는 되풀이됐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현 정부 고위공직자로는 10번째 낙마자다. 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한 임혜숙 후보자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명으로 ‘야당 패싱’ 장관은 32명으로 늘었다.

노무현 정부(3명)와 이명박 정부(17명), 박근혜 정부(10명)에 비해 훨씬 많다. 7대 기준이 유효했다면 낙마자는 더 늘었을 것이다. 상당수 후보자는 일부 기준이 유야무야된 덕분에 살아남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인사로 고전하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회견에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그런 청문회가 되고 있다"면서 "무안주기식 청문회가 되는, 그런 청문회 제도로서는 정말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인재 강국’ 소리를 듣는 나라에서 ‘장관감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 땅에 왜 인재가 없겠는가? ‘내 식구’만 찾으려 하니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적임자가 없다’고 푸념할 게 아니라 우물안 인사와 부실한 검증부터 반성할 일이다.

우리나라가 고위공직자에 대해 청문회라는 선진제도를 도입하고,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높게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공직자가 사적인 이익 추구가 아닌 공적 봉사의 자격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일은 선진사회에서 당연한 절차다. 따라서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자’는 청문회나 언론의 보도를 불만스럽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동서양 공히 태평성대를 이룬 지도자는 늘 ‘쓴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곧고 충직한 신하를 가까이 했다.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시킨 프랭클린 루즈벨트 곁에는 루이 하우가 있었다. 그는 소아마비에 걸려 정치적 꿈을 접었던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되게끔 조언과 뒷바라지를 했다. 하우는 루즈벨트의 가장 냉정한 비판자였다.

루즈벨트가 아이디어를 내면 하우는 그것을 난도질해 모든 가능한 문제점을 낱낱이 찾아냈다. 루즈벨트는 하우의 모든 비판을 방어하고 나서야 ‘오케이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우는 ‘참모의 예스는 먹기 좋은 독약’이라고 믿었고, 직언과 ‘노(NO)’를 철저히 실천했다. 아닌 것은 끝까지 반대했다. 하우의 폐부를 찌르는 비판이 있었기에 정치적 폐인이 될 뻔했던 루즈벨트는 대통령으로 미국의 역사를 다시 쓸 수가 있었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다.(良藥苦口利於病 忠言逆耳利於行)’ 비판은 양약이다. 자신을 건강하고 강하게 만든다. 비판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성장과 도약의 과정이다. 비판이 없다면 정체와 쇠퇴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관의 치(治)’를 이루었던 당 태종의 책사 위징은 “신하가 간언하면 자신이 위태롭지만, 간언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했다. 천하를 살찌우려면 ‘쓴 소리’를 하는 참모를 곁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주군을 역사에 남을 명 군주로 기억되게 하려면 민심을 제대로 전하고 옳은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태산은 한 줌의 흙이라도 사양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클 수가 있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깊어질 수가 있었다. 늘 만나는 사람의 절반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이 무모한 대립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작은 비판에도 옷깃을 여미며 ‘소통과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같이 싸우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천동설’을 지지한다고 해서 ‘지동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화형시키자고 해서는 안 된다. 좌우를 모두 아우르고 넘어서야 진정한 ‘국가개조’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색깔이 다르거나 코드가 맞지 않으면 기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통합과 개혁의 인물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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