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 부실 급식...비리 가능성, 조리인력 적정성, 배식과정 문제점 살펴야
군부대 부실 급식...비리 가능성, 조리인력 적정성, 배식과정 문제점 살펴야
  • 권의종
  • 승인 2021.06.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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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낮은 단가가 원인 아닐 수도 있어...돈으로만 따질 수 없고 ,국가 안보와 병사 개인의 기본권 차원서 접근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경제 강국이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9위의 경제 규모다. 부동산값 폭등으로 집 문제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입는 거나 먹는 것만큼은 아쉬울 게 없는 나라다. 이런 부자 나라에서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지경이라는 비명이 잇따른다. 소리의 진원지는 민간이 아니다. 한 해 예산으로 52조 원을 넘게 쓰는 군조직이다.

군부대의 부실 급식이 일파만파다.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휴가 복귀 후 일정 기간 격리된 병사들에게 제공된 부실 급식이 발단이었다. 중부지역 공군부대의 한 장병이 휴가 후 격리 상태에서 배급받은 식단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면서 실상이 밝혀졌다. 사진 속 내용이 믿기지 않았다. 밥과 브로콜리 3조각, 깍두기, 감자 1/4 쪽, 고추장이 전부였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다른 부대에서도 격리기간 동안 급식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는 제보가 빗발쳤다. 한 장병이 올린 사진에는 삼치 조림과 방울토마토, 멀건 국이 나왔다. 김치가 있었으나 쉰내가 너무 심해 결국 방울토마토로 배를 채웠다는 설명이 붙었다. 다른 병사는 격리기간 동안 배급받은 식사를 보고 “마치 감방에 온 느낌이 들었다”라며 절망감을 토로했다.

부실 급식과 배식 실패의 폭로, 이를 질타하는 분노의 인증이 한 달 넘게 이어진다. ‘배식 실패’란 급식은 부대 인원에 맞게 정상적으로 공급되었으나, 일선 부대의 관리 소홀 등으로 부실한 식단이 나간 경우를 말한다. ‘배식 수령 불량’은 해당 부대의 급양관이 식수 인원보다 부식을 부족하게 청구했다는 의미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격리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까지 올랐다.

국방부, 군 급식비 1만 원으로 서둘러 인상...현상 파악 없이 불쑥 대책부터 내놓은 본말의 전도

부대 안팎에서는 부실 급식의 주범으로 낮은 단가를 꼽는다. 단가가 낮아 고기 등 주요 반찬이 조기 소진되고 다른 반찬의 질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병사 1인당 급식단가의 수준이 형편없다. 1일 8,790원, 1끼 2,930원에 불과하다. 서울시 초등학생의 1끼 급식단가 3,768원보다 838원이나 낮다. 중학생 1끼 급식단가인 5,688원에 비하면 절반에 그친다. 한참 식욕이 왕성할 20대 청년의 식비가 어린 학생 만도 못하다니. 누가 봐도 수긍하기 어렵다.

국방부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다. ‘장병 생활 여건 개선 전담팀(TF)’ 출범 회의를 열었다. 군 급식비를 다음 달부터 1만 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기존보다 13.8% 인상이다. 애초 내년부터 1만1천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르자 긴급 처방을 내렸다. 급식 수준 향상을 위한 급식단가 인상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현상 파악도 해보지 않고 대책부터 내놓는 게 본말의 전도라 할 수 있다.

원가계산도 없이 내달부터 1만 원, 내년부터 1만1천 원의 주먹구구식 일 처리가 미덥잖다. 문제가 생기면 대책부터 발표하고 서둘러 덮으려는 못된 버릇이 여전하다. 설익은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얼마를 들여야 질 좋고 맛있는 식단을 만들 수 있는 지를 따지는 건 동네 식당도 다 하는 일이다. 하물며 혈세를 집행하는 정부가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원가 산정의 당위성은 현장에서도 확인되었다. 여당 대표가 육군 72사단을 찾았다. 밥과 반찬이 푸짐하게 나왔다. “이거 우리 왔다고 특별히 만든 건 아니죠?”라는 질문에 “아닙니다. 아닙니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처음 부실 급식 폭로가 나왔던 육군 51사단이 야당 의원에게 공개한 식판에도 삼겹살이 꽉 차 있었다. “국회의원 방문하니까 상다리가 휘어진다,” “사단장 생일에도 저렇게 안 나오겠다.” 비난성 댓글이 수백 개가 달렸다.

현재 장병급식에 쓰는 농수축산물 50여년 전 농협과 맺은 협정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

일부러 비싼 돈을 들여 전시용 식단을 만든 게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낮은 단가가 부실 급식의 원인이 아닐 수 있다. 재료비만 들어가는 군 식단의 특성상 지금 예산으로도 적정 급식이 가능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그런데도 여당 대표는 이를 간과한 채 사과부터 했다. “2,930원의 급식 예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너무나 죄송하고, 그동안 국회와 국방부, 기재부가 뭐 했는지 자괴감이 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못 믿어서가 아니다. 군납 비리 가능성, 조리인력 적정성, 배식 과정의 문제점을 살펴야 한다. 기존 공급자 중심의 식자재 조달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현재 장병 급식에 사용하는 농수축산물은 50여 년 전 농협과 맺은 협정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된다. 가공식품은 중소기업 제품을 주로 쓴다. 농가나 중소기업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병들 입맛에 맞지 않아 상당량이 잔반으로 남는다. 잔반 처리비용 만도 연간 110억여 원이 소요된다.

급식 문제를 돈으로만 따질 순 없다. 국가 안보와 병사 기본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식주 가운데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급식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군대가 어찌 안보 역량을 발휘하겠는가. 한창 공부하고 일할 젊은이들을 2년 가량을 사실상 무급으로, 그것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면서 안보 태세가 과연 유지되겠는가. 당사자인 병사는 물론이고 자식을 군대 보낸 부모들 마음인들 또 오죽하겠는가.

본질을 흐리는 주장까지 말썽이다. 군 내부 사정이 외부로 알려져 군 기강이 흐트러진다는 자의적 해석이 횡행한다. 일부 사례만 갖고 마치 전체가 그런 양 침소봉대된 측면이 있다는 억지 주장이 고개를 든다. 사병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해서 생긴 결과라는 편견까지 설친다. 2차 가해들이다. 모르면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 오두방정을 떤다. 남의 일이라고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 어린애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목숨이 위태롭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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