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선심성 정책’, 그리고 경계해야할 포퓰리즘
선거와 ‘선심성 정책’, 그리고 경계해야할 포퓰리즘
  • 조석남
  • 승인 2021.06.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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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지금 정치권에선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먼저 1인당 연간 1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려나가는 전국민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맞불 카드로 각각 하위 계층 개인이나 가구에 현금을 주는 ‘공정소득’과 ‘안심소득’을 내놓았다.

여권의 다른 대선 주자들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면서도 다른 형태의 ‘선심성 정책’을 꺼내들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제대 군인의 ‘사회출발자금’ 3,000만원 지원과 아동수당 18세까지 확대 방안 등을 공약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국가가 20년간 적립한 돈으로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씩 지급하는 ‘미래씨앗통장’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재원 대책을 제시한 주자는 없기 때문에 결국 기본소득 지급은 증세나 나랏빚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명언이다. 극히 자명한 그의 이 말 한마디는 경제학적 사고의 기초가 됐다. 누구도 남에게 돈을 거저 주지 않는다. 모든 경제적 혜택에는 필연적으로 대가가 따른다. 개인의 소비, 기업의 생산과 투자, 정부의 재정지출 등 가치를 낳는 어떤 선택과 행동이든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정부 보조금 또한 ‘공짜 점심’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정부가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재난지원금은 화수분에서 나오는 돈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면서 지금 세대에 현금을 나눠 주는 것이다. 포퓰리즘식 재정지출에 나라 곳간이 거덜 난다.

정치권이 무차별 매표 경쟁의 늪에 빠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 국가 부도 사태를 빚은 그리스의 예를 궂이 들지 않더라도 망국의 길을 피하려면 포퓰리즘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의 쾌락을 위해 미래의 고통을 가볍게 여긴다. 하지만 미래는 반드시 오게 돼있다. 오죽하면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포퓰리즘도 같은 맥락에 서있다.

포퓰리즘(populism)을 우리는 보통 ‘인기영합주의’, ‘대중추수주의’로 번역한다.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일반 대중을 호도한다는 부정적 의미다.

‘포퓰리즘’이란 단어의 근원을 찾아보면 원래 문학에서 비롯됐다. 1929년 <작품:뢰브르(L’Oeuvre)>란 문학잡지에 발표된 레옹 르모니에의 글 ‘문학선언:포퓰리스트 소설’에 처음 등장했다. 당연히 문학의 한 경향을 지칭하는 것이었지만 차츰 정치 현상을 논하는 어휘로 전용되며 주로 비판적인 의미로 사용돼 왔다.

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증, 충분히 납득이 가는 현실이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한국 만의 사정도 아니다. 포퓰리즘도 정치와 선거가 존재하는 한 끊이질 않았다. 정치혐오증은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할 때 확산되고, 포퓰리즘은 기존 정당이 궤도를 이탈했을 때 고개를 든다.

선거공학에서 포퓰리즘은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모든 정당이 보다 많은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동층이나 반대층의 관심을 끄는 정책개발에 더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고정 지지층은 무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놓치는 경우가 있기에 정책에서 황금률을 찾는 게 모든 정당의 고민일 것이다. 유권자의 중장기적 안목과 깨어있는 선택이 이 황금률의 질을 결정하게 된다.

정치와 정치인을 아무리 비판하고 혐오해도 공허함이 남기 마련이다. 정권 말기마다 반복되는 현상인데다, 대통령과 정치인을 뽑은 장본인은 국민이니까. 포퓰리즘을 비난하면서도 자기 이익이 걸린 선심공세에는 약해지는 이중성도 문제다. ‘제 닭이라도 모른 채 잡아 먹고 싶은’ 장님의 심사가 현재의 우리의 모습일지 모른다.

공짜 포퓰리즘은 양잿물과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양잿물을 마시도록 선동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도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보는 안목을 키워야 포퓰리즘이 발을 붙이지 못한다.

달콤한 사탕발림은 선거로 끝나지만 그 후유증은 두고두고 이어진다. 이제 국민은 누가 ‘선심성 정책’과 공약(空約)을 남발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심판해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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