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 어떻게 볼 것인가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 어떻게 볼 것인가
  • 류동길
  • 승인 2021.07.1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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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칼럼]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둘러싼 설전으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얼마 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여가부와 통일부를 폐지하고 이들 부처의 기능은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다른 부처들에 나누어 주는 식으로 조정하자는 주장으로 논란을 촉발했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에서도 반론이 제기됐지만 이 대표는 뜻을 굽히지 않고 이들 부처의 폐지를 거듭 촉구했다, 이유야 어쨌든 문제가 불거진 이상 특정 부처의 폐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정부 조직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측면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가부는 김대중 정부 때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여성ㆍ가정ㆍ유아 관련 업무를 떼어 내 신설한 부처다. 여성표를 의식해 만든 동기부터가 순수하지 않은 데다 다른 부처들과 업무가 겹치고 예산ㆍ인력이 적다 보니 통폐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박원순・오거돈 성추행 사건 때 여가부가 비겁하게 침묵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폐지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통일부 역시 북한 눈치 보기에 바쁘다는 등 비판적 견해가 적지 않다.

정부는 모든 걸 해결할 능력이 있는가? 정부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 정부가 할 일이 있고 민간이 할 일이 있다. 경제는 가능한 한 시장 기능에 맡기고 정부는 공공의 안녕과 사회질서 유지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작은 정부론’이다. 시장 기능에 맡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시장의 실패도 물론 있다. 시장 실패는 시장 스스로 조정하거나 정부의 개입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 기능을 무시한 정부 개입은 많은 경우 일을 그르친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정부가 시장을 이기겠다고 나선 대표적인 사례가 집값 폭등과 전세난 심화를 불러온 섣부른 부동산 규제 정책이다. 그건 풍차와 싸움을 벌이는 돈키호테와 다름없는 만용이었다. ‘왜 정부는 하는 일마다 실패하는가’를 쓴 존 스토셀은 ‘작은 정부’에서 답을 찾았다.

사회주의 국가가 쇠퇴한 것은 ‘큰 정부, 작은 시장’ 때문이었다. ‘파킨슨의 법칙’이 말해 주듯이 공무원 수는 일의 분량과 관계없이 증가하고 규제도 늘어난다. ‘공무원이 체육대회를 하는 시간에 경제는 성장한다’는 말은 공무원이 불필요한 규제를 통해 경제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걸 빗대서 하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했다. ‘작은 정부’가 아니라 ‘큰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말 현재 전체 공무원은 113만1796명으로 문 정부에서 9만9465명 증가했다. 이전 4개 정부에서 약 20년간 늘어난 9만6500여 명보다도 많다.

공약대로라면 임기 안에 공무원이 75,000명가량 더 늘어나게 돼 있다. 인구 감소가 이미 시작됐으므로 공무원을 먹여 살려야 하는 국민의 부담은 계속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복지를 마구 확대하고 일자리 창출까지 직접 떠맡으려고 한 결과는 어땠는가? 일자리 파괴와 더불어 재정 적자와 나랏빚 폭증이 고작이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는 정부 조직의 축소 개편을 통한 작은 정부로 가고 있다. 일본은 2001년 1부 22성・청이던 정부 조직을 통폐합해 1부 12성・청으로 대폭 축소했고, 영국도 같은 해 26부에서 18부로 줄였다. 미국 연방정부는 계속 14개 부처를 유지하다가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국토안보부를 신설해 현재 15개 부처다.

여성부를 없애면 여성의 권익을 팽개치는 것도, 통일부를 없애면 반(反)통일적인 것도 아니다. 해양국 일본과 영국에는 해양수산부가 없다. 체육부가 문화체육부로 통합됐다고 해서 체육이 침체됐는가?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겨서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았는가? 노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노인부를 만들자고 하면 옳은 일인가?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는 쓴소리가 왜 나오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필요성만 따지자면 정부 부처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다. 정부 조직 확대는 자리가 많이 생기니까 공무원들은 선호한다. 조직을 축소해서 손해 보거나 불이익을 받는 국민은 없지만 해당 부처 관계자들은 격렬하게 반발한다. 그렇다고 시장에 맡겨야 할 일을 정부가 하면서 업무가 중복되는 부처를 유지하고 공무원을 늘릴 까닭은 없다. 우리가 갈 길은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다. 사회주의가 망한 건 시장을 죽이고 정부가 모든 걸 다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 아닌가.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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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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