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1년,정부 "전세안정" 자평에…시장 "아전인수" 냉랭
임대차법 1년,정부 "전세안정" 자평에…시장 "아전인수" 냉랭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1.07.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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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물건 줄고 전셋값 폭등한 데 대해서는 설명없어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정부가 이달말 임대차 3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정책효과를 홍보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갱신율이 높아지고, 임대차 거주기간이 증가하는 등 임차인의 주거안정이 제고됐다는 정부의 평가에 대해 '아전인수식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는 2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부동산 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임대차 3법 시행 1년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 자화자찬 내용은

국토교통부는 서울 대표 아파트단지 100곳을 분석한 결과 임대차 계약갱신율이 법 시행 1년전 평균 57.2%에서 시행후 77.7%로 상승했고,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은 법 시행전 3.5년에서 시행후 5년으로 증가해 주거 안정성이 제고됐다고 진단했다.

임대차신고제가 시행된 6월 총 1만3000여건의 갱신계약이 체결됐는데, 이 가운데 63.4%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으며 갱신계약 중 76.5%(1만여건)는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낮았다고 했다.

이같은 내용은 홍 부총리가 공개된 회의석상에서 발언하고 국토부가 보도설명자료로 배포했다.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임대차 3법 도입초기 일부 혼선은 있었으나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으며 임차인의 거주기간 연장, 낮은 임대료 인상률 등이 확인됐다"고 자평했다.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정작 시장은 싸늘한 비판

그러나 정부의 후한 평가와 달리 시장은 싸늘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 인식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며 "차라리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기존 세입자들은 분명 혜택을 받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전세품귀, 전셋값 급등으로 다 피해를 봤다"면서 "잘된 것이 하나 있다고 이렇게 생색을 내면 피해를 본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자화자찬이 너무 심하다"면서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차 3법을 시행했지만, 오히려 서민들은 지난 1년간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서울의 100대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정책효과를 홍보했지만, 언론이 임대차 3법 시행전후 전셋값 비교를 위해 요청한 100대 아파트 명단 공개에는 응하지 않았다.

해당단지가 공개될 경우,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정작 보도설명자료에서 임대차 가격관련 정보는 전혀 담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토부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400가구 이상 대표단지를 4개씩 선정해 분석했다"고만 설명했다.

◇현장에선 전세품귀, 전셋값 급등

정부가 임대차 3법 시행후 '임대료 인상률이 낮아졌다'고 홍보했지만, 이는 계약갱신이 이뤄진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 현장상황과는 차이가 크다.

현장에서는 임차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전세물건이 크게 줄었고, 집주인들이 계약연장을 고려해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면서 전셋값이 크게 뛰었다.

서울에서 세대수가 9510가구로 가장 많아 '대표단지'로 꼽을 수 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법 시행전인 지난해 6월 전용면적 84.95㎡ 전세가 보증금 9억3000만원(11층)에 계약됐다. 올해 6월에는 12억∼12억5000만원(17층·9층)에 계약이 이뤄져 1년사이 보증금이 2억7000만∼3억2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상승률로 보면 29∼34%나 뛴 것이다.

상대적으로 싼 전세가 많은 강북지역의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전용 79.07㎡가 지난달 5억원(12층)에 계약됐다.  법 시행전인 지난해 7월 2억9000만∼3억2000만원(7층)과 비교해 1억8000만∼2억1000만원 뛰었다. 상승률로 계산하면 56∼72% 수준으로 폭등한 것이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 등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서울 대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린 임차인의 경우라도 당장은 전세 걱정을 덜었지만, 2년뒤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머잖아 급등한 전셋값과 마주해야 한다.

정부가 앞서 갱신계약 중 76.5%가 임대료 상승률이 5% 이내로 계약했다고 홍보한 것을 뒤집어 보면, 갱신계약을 맺었음에도 보증금을 5% 넘게 올린 사례가 23.5%에 달한다는 말이 된다.

임대차법상 갱신 계약에서 임대료를 5% 넘게 올리면 불법이지만, 전셋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느니 적당히 보증금을 올려주기로 임차인이 임대인과 합의해 법과 상관없이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말이다.

권대중 교수는 "임대차 3법 시행이후 전세물건은 더 줄어 품귀를 빚고,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도 많아졌다"면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고통을 준 시간 같다. 지금이라도 법의 대폭 수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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