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그 나물에 그 밥’...난제 산적한데 내놓는 공약은 허접
대선주자들 ‘그 나물에 그 밥’...난제 산적한데 내놓는 공약은 허접
  • 권의종
  • 승인 2021.08.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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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궁민(窮民)' 되면 대통령 선거 하나 마나...국민이 정신 차려야, 좋은 지도자 뽑고 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좋다. 코로나19로 모이기 힘들어지자 SNS 단체대화방에 불이 난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소소한 일상을 전한다. 자신의 여행 사진을 올리고 떠도는 동영상을 퍼 나른다. 다정도 병(病)인 양, 도가 높아지면 마가 낀다. 정치적 발언이 오가다 보면 사달이 나고 만다. 염증을 느낀 일부 회원이 이탈하며 대화방이 폐쇄 위기를 맞는다. 몇몇 중재로 대화방이 가까스로 유지되나 한동안은 개점 휴업 상태다.

어딜 가나 정치가 말썽이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심이 사분오열이다.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언론은 할 일도 없나 보다. 정치권의 말 한마디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별것도 아닌 걸 특종 뉴스로 전하며 호들갑을 피운다. 자극적 촌평까지 곁들여 민심을 들쑤신다. 돈벌이에 눈먼 유튜버들은 ‘아니면 말고 식’ 폭로를 일삼는다. 정치판이 난장판이다.

후진 정치에 하도 데어서인지, 선진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서인지, 대선주자들에 큰 믿음이 안 간다. 다들 학식과 경륜이 출중하나, 말과 행동거지를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보인다. 자기 아니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대나, 정작 내놓는 공약들은 허접하기 짝이 없다. 인제 와서 출중한 인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고, 지금의 주자들이 앞으로라도 잘하기 위해서는 아쉬운 점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강점 제시보다 약점 캐기에 능하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울 게 없어서인지 상대의 단점 들추기에 열심이다. 막장 네거티브가 따로 없다. 바지 논쟁, 배신자 누명, 적통 싸움, 백제 발언 등 민망한 용어들을 자주 구사한다. 표에 도움이 되면 할 소리 못할 소리 가리지 않을 태세다. 자녀 입양의 선행까지 공격해댈 정도다. 명색이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뽑는 선거인데 품격이 말이 아니다. 동네 이장 선거도 이러지는 않는다. 애들 배울까 겁난다.

강점 제시보다 약점 캐기...자신의 장점을 내세울 게 없어서인지 상대방 단점 들추기에 열심

꼼수가 전략을 대신한다. 정치공학적 유불리와 손익계산은 어찌 그리도 능한지. 재난지원금을 누구에게 얼마를 주면 지지도가 올라갈지, 어떻게 갈라쳐야 내 편으로 세력이 결집할지, 경선 일정을 얼마만큼 늦추는 게 유리할지, 누구와 단일화하면 최선일지, 언제 입당하는 게 유리할지 등.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다. 좋은 머리를 나쁜 데 쓰고 있다.

여야 간 공방이 살벌하다. 증선지의 십팔사략에 나오는 표현을 빌리자면, “입으로는 달콤함을 말하나 뱃속에는 칼을 감추고 있다(口蜜腹劍).” 한국 정치사를 정복의 역사로 이어갈 기세다. 실제로 정권 교체 때마다 공직은 한낱 전리품에 불과했다. 전 정권 사람을 내치고 자기 사람을 앉히는 점령군 행세를 해왔다. 정치는 ‘울타리 치기’와 같다. 울타리를 넓게 쳐 영역을 늘리기 위해서는 실한 말뚝이 많아야 한다. 부실한 말뚝을 쓰게 되면 울타리는 쓰러지고 만다.

감성이 감동을 앞지른다. 빈농의 아들, 소년공 출신, 고졸 신화 등 인간승리를 은연중에 내비치려 한다. 약자 코스프레다. 개인적으로는 장한 일이긴 하나, 이를 국정 수행 능력으로까지 연결 짓는 건 순전히 억지다. 가난했다고, 공장노동자였다고, 고등학교만 나왔다고 리더십이 뛰어날 리 만무하다. 휴먼스토리의 주인공이 대통령이 되면 더 잘한다는 보장도 있을 리 없다. 그런 지도자들을 벌써 여러 번 경험했다. 한물간 감성팔이에 감동할 자 많지 않을 것이다.

정작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경제가 정치에 발목 잡혀있다. 공정과 정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외침은 크나 경제 회생과 국리민복의 비전은 실종이다. 위드 코로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성장을 견인할 전략도 부재다. 폭등하는 집값을 어떻게 진정시키고, 낙후된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바로잡고, 말라가는 연금을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 경제 양극화,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현안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경제 회생의 비전은 실종,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전략도 부재

적폐 청산, 과거사 논쟁, 검찰개혁 등 정치적 과제는 웬만큼 해결되었다.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다. 눈을 들어 세상을 보라. 세계 경제가 코로나 델타 쇼크에 빠져들고 있다. 경기가 일시적 회복 후 다시 침체하는 더불딥 공포가 엄습한다. 경제가 다시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한국경제도 풀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코로나 극복과 함께, 경제회복, 일자리 창출, 저출산·고령화 대응 등의 숙제가 산지사방으로 잔뜩 널브러져 있다.

정치권은 여전히 철이 없다. 선거를 앞두고 ‘퍼주기 경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기본소득, 국민지원금, 손실보상금 등 현금 살포가 무차별적이다. 온통 선거에 정신이 팔려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정권 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정치만 탓하기 어렵다. 국민도 반성할 점이 많다. 언행이 불일치하다. 평소의 생각과 선거 때 행동이 다르다. 막상 투표소에 들어서면 학연, 지연, 혈연에 쉽게 흔들린다. “우리가 남이가!” 못된 연고주의의 포로가 되곤 한다.

선거철마다 지급되는 재난지원금도 어쩌면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일 수 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주는 거니 못 이기는 척 받아 챙기려 한다. 삶이 고단하다 보니 국민이 아닌 궁민(窮民)이 되고 만다.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독선도 지독한 고질병이다. 정치권이 쳐 놓은 프레임에 갇힌 줄도 모르고,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부질없는 언쟁을 벌이곤 한다.

배웠다는 일부 지식층은 한술 더 뜬다. 한자리 얻어보겠다고 정치판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호시탐탐 줄대기를 노린다. 국가지도자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닌성 싶다. 그렇다면 이 모든 정치적 혼돈과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을 자 누구인가. 표 가진 국민 뿐이다. 국민이 정신 차려야 좋은 지도자를 뽑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유권자의 어깨가 새삼 무거워지는 이유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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