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회,또 철회' 부동산 대책…당정 오락가락에 시장신뢰 '철회'
'철회,또 철회' 부동산 대책…당정 오락가락에 시장신뢰 '철회'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1.08.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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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 추진 않기로…지난달에는 재건축 실거주 의무 백지화
졸졸 정책 강력비판…"치밀한 분석으로 정책실패 줄여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5월 내놨던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을 10일 사실상 철회하면서 정부·여당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시장의 비판이 거세다.

당정이 지난달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를 전면 백지화한 데 이어, 한달도 안돼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또 번복했다.

주도면밀한 정책으로 시장 불안을 해소해야 할 당정이 오히려 불안과 불신을 조장한다는 강한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임대사업자 세제혜택 문제는 이미 더는 건들지 않기로 했다.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라며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 철회 방침을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장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장면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 5월 임대사업자의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면 세제혜택을 연장없이 정상과세하고, 매입 임대사업자 신규등록도 받지 않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한 데, 이어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등록임대까지 폐지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아울러 기존사업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혜택도 거둬들이겠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자동말소 사업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를 무기한 배제했으나 이후에는 말소후 6개월까지만 이 혜택을 부여해 사업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당정이 공유한 인식은 임대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세제혜택을 주는 바람에, 조세정의 논란과 함께 등록말소된 사업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 집값 안정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등록임대 매물이 사라지면서 임대차 시장이 더 불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지난해 7월말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물건이 귀해지고 신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시세보다 수천만원씩 저렴한 등록임대까지 폐지했다가는 전셋값 급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도 "4년전 권장했던 제도를 스스로 뒤집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등록임대 대부분이 빌라 형태인데 아파트 중심의 집값 급등 책임을 임대사업자에게 돌리는 건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주택임대사업자 임대등록사업 폐지 관련 탄원 회견
주택임대사업자 임대등록사업 폐지 관련 탄원 회견

임대사업자들의 거센 반발에 고민이 깊어진 민주당은 6월 의원총회에서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을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하고, 이날 사실상 철회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당정이 드디어 정신 차렸나"  "잘못된 정책을 유보하는 건 긍정적"이라는 얘기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안 철회는 당연한 조치"라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정부와 여당이 앞으로 또 어떻게 말을 바꿀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더 크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임대사업자들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집값을 올려주거가 불안해졌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나 분석을 통해 정책적으로 고려하기보다, 정치적인 판단을 앞세운 규제가 남발되고 있어 대선을 앞두고 또 어떤 설익은 정책이 나올지 두렵다"고 말했다.

당정은 지난달에도 '재건축 실거주 2년' 규제를 철회해 시장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내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으려면 2년간 실거주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으나, 1년이 훌쩍 지나 전면 백지화한 것이다.

규제 발표후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이주하면서, 상대적으로 싼 노후 아파트에 전세로 살던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전세 품귀가 심화했다.

당정은 이런 부작용에 따라 입법을 포기했지만, 이 규제로 서울 압구정동 등 초기 재건축 단지의 사업속도만 올려놔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치밀한 시장점검과 분석으로 정책실패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갑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와 여당이 안해도 될 일을 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며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다가 부작용이 나타나자 한발 빼면서 부동산 정책들이 속속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정이 비판을 감수하고 전세시장 안정 차원에서 힘겹게 결정한 것 같다"면서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라면 단기임대 혜택을 없애고 장기임대 혜택은 살리는 방안도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꼬인 건 정책의 출발이 주거안정보다는 '강남 집값 잡기'였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대출 규제·세제 압박을 통해 강남 등 선도지역의 집값부터 떨어뜨린다는 모토를 내걸었지만 다주택자의 똘똘한 한채 전략에 수포로 돌아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부동산 정책을 펼 때 보호할 실수요자를 먼저 특정하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강남 집값 잡기가 되면서 꼬여버렸다"며 "갭투자는 실수요자의 유일한 자산축적 과정이라 이를 투기로 몰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다주택자든 실수요자든 상관없이 대출을 조이면서 실수요자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여당이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안정은 요원하다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말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이 전혀 없다"며 "현재로선 2017년 8월2일 이전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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