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에 탈레반 그림자가…지워버려야”
“탈원전에 탈레반 그림자가…지워버려야”
  • 김명서
  • 승인 2021.08.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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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225명, ‘탈원전 교조주의’ 강력 비판…“원전 없는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 전혀 없어”

[김명서 칼럼] 얼마 전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라는 단체가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궁극적인 공격 목표는 ‘탈원전 정책’이었다. 골자는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무모한 계획”이라는 것이었다. 

성명에는 전국 61개 대학 전‧현직 교수 225명이 참여했다. 에너지 분야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다보니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쉽게 이해를 할 만큼 성명 내용은 거침없고 명쾌했다. 

임팩트도 컸다. 성명 중간에 담긴 ‘탈원전 교조주의’라는 표현 때문이다. 교수들은 “원자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신재생 에너지만 무모하게 확대하는 탈원전 교조주의에 빠져 오히려 탄소중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교조주의(敎條主義)가 뭔가. 사전적 해석으로는 과학적, 합리적 증명하곤 상관없이 특정 신앙이나 신념을 밀어붙이는 태도를 일컫는다. 과격한 종교 집단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데, 요즘 글로벌 뉴스의 중심인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일까. ‘탈원전’의 ‘탈’ 발음까지 겹쳐 ‘탈원전 교조주의’에서는 탈레반이 가장 먼저 연상됐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는 해외 언론으로부터 ‘코리아 탈레반’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탈레반 원리주의가 그런 것처럼, 지나치게 이념 지향적이며, 국수주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교수들이 탈레반까지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탈원전’에 대한 비판 강도는 탈레반에 대한 서방 언론의 비판에 못지않았다. 졸속, 황당 등 감정적 단어까지 구사하며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교조주의라는 프레임으로 엮은 이상 탈원전이나 탈레반이나 비판의 기본 바탕과 흐름은 유사할 수밖에 없다.

탈원전 위상 격하 역력…야권에게는 ‘반사이득’ 높은 ‘꽃놀이패’

분명한 것은 탈원전의 위상 격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탈원전은 정권 정체성의 상징인 양 보호를 받았다. 전문가들조차 ‘원전 적폐’ ‘원전 마피아’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잔뜩 몸을 낮추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만큼 탈원전의 기세는 강했고 거칠었다. 이번 성명 발표에 참여한 교수 상당수도 이런 경험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제 상황은 정반대로 ‘역주행’하고 있다. 너나 나나 침묵을 깨고 정색하며 달려들고 있다. 정권 말기의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지만 탈원전의 디딤돌이나 버팀목이 그 만큼 허약하고 부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탈원전의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빌미가 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잇따른 시행착오로 주춤거리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탈원전은 집권세력 공격에 효율적인 타깃이 됐다. 야권은 패면 팰수록 ‘반사이득’을 높이는 ‘꽃놀이패’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야권에서는 재작년 한일 무역 갈등 당시 정부가 국내 조달을 강조했던 ‘소부장’(소재‧부품 ‧장비)에 빗대 ‘소부탈’을 대선의 전략적 타깃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소부탈’은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을 줄인 말이다. 

여권으로선 탈원전이 아킬레스건이나 다름없다. 아직 탈원전을 둘러싼 야당과의 입씨름은 ‘맛보기’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가급적 언급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서인지 무게중심은 탈원전에서 탄소중립으로 옮겨 가고 있다. 토론회에서 여당 대선주자들은 화석에너지 감소에 초점을 맞춰 이런저런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의 핵심인 원전을 쏙 빼놓다보니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만 높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탈원전에 관한 한 조용하기만 하다. 올 여름 폭염 속에 ‘전력대란’의 위기감이 치솟은 상황에서도 원전 문제는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대통령 주변은 물론 여권과 공직사회에 이르기까지 탈원전을 여전히 무오류, 무비판의 성역인 것처럼 여기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부 장관이 부하 직원에게 했다는 “너 죽을래”의 기운은 아직도 유효한 것처럼 보인다. 

“탈원전은 코로나 백신 위험하니 맞지 말라는 것과 같아” 

그러다보니 2050년까지 원전 비율을 5분의 1로 줄이고 태양광, 풍력의 비율을 지금보다 40배 올리겠다는, 교수들 표현대로 ‘황당한 시나리오’가 버젓이 발표되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기와 집착 때문이라고 야당과 다수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탈원전의 기치를 올린 2017년 대선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약발’이 떨어졌다. 

코로나19 질곡 속에 너나없이 해법은 백신뿐이라며 부작용을 무릅쓰고 접종을 하고 있다. 탈원전은 백신을 맞으면 죽을지 모르니 백신을 맞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 탈원전은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도 탈원전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여야 대선 후보가 탈원전을 놓고 현 상태대로 맞붙으면 여권 후보가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탈레반은 어제 아프가니스탄을 완전 점령했다. 과거 악행으로 미루어 머지않아 응징과 처단의 피바람이 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소름끼치는 뉴스가 아프간 발로 상당 기간 쏟아져 나올 것이다. 

탈레반은 급진적 교리에 치우친 이슬람 정치세력이다. 하지만 원전은 과학이다. 원전 문제에 교조주의라는 이념과 종교적 색채가 섞이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탈원전에 드리워진 탈레반의 그림자는 속히 걷어내야 한다. 아무리 탈원전의 위상이 추락했다 하더라도 탈레반과 동격으로 취급될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사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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