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개인의 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시중은행에 이어 농협과 신협,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신용대출 한도가 연봉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7일 "은행권의 신용대출 한도 축소조치에 이어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상호금융과 저축은행도 신용대출 한도 축소로 방향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은행만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고, 제2금융권을 그대로 둔다면 은행권에 가려던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에서도 신용대출 한도 축소 방침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아직 각 중앙회에 신용대출 축소 요청을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제2금융권도 (신용대출 한도축소) 방향은 은행권과 같이 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권에도 조만간 신용대출 축소기준을 설정해 당부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과 회의를 하고,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2배에서 연소득 이내 수준으로 축소 운영할 것을 요청했다. 현재 은행권의 신용대출 한도는 연 소득의 1.5~2배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가계대출이 계속 팽창하며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가계대출 잔액은 무려 15조2000억원이 늘어 전년 동월대비 10%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에서만 9조7000억원이 불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이는 실수요 대출이므로 단기간에 줄이기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신용대출은 주식, 특히 공모주 청약 등 자산투자 열기로 수요가 급증했다.
최근 카카오뱅크와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의 영향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7월 마지막주에만 7조7000억원(은행권 4조4000억원) 폭증했다. 청약증거금이 환불되면서 이달 첫주에는 은행권 기타대출이 1조5000억원 감소했지만 9월 이후에도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공모주 '대어'가 대기중이다.
또, 지난해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을 연소득의 2배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한 후에도 신용대출이 계속 늘고 있어 다시 한도 축소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달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됐으나, 한도가 1억원 이하인 신용대출은 2023년 7월부터 DSR 규제가 적용된다.
관계자는 "개인별 20·30대 세대를 중심으로 자산투자 목적의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과도한 신용대출을 줄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금융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상호금융권의 신용대출 한도는 조합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연소득의 1.2∼1.8배 범위다. 예를 들어 신협은 1.8배까지, 농협은 1.5배까지 신용대출 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액 1억원을 한도로 설정한 곳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의 가계대출 잔액은 5조6000억원 급증, 지난해 같은 달의 3배를 웃돌았다. 특히 상호금융권은 농협을 중심으로 2조8000억원이 불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은행의 가계대출 억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공모주청약 등 자산투자 열기속에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분석했다.
지난달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잔액 증가액은 4조1000억원으로 같은 달 은행의 기타대출 증가액(3조6000억원)보다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