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인터넷이 '요술방망이' 아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터넷이 '요술방망이' 아니다
  • 조석남
  • 승인 2021.08.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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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天高馬肥)’, ‘등화가친(燈火可親)’...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지혜를 얻는 데 책만한 것 없어

[조석남의 에듀컬처]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아직도 한낮의 기온은 만만치 않지만,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이 가슴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가을’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천고마비(天高馬肥)’,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다. 이와 함께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등식처럼 따라온다.

혹자들은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부르는 것에 대해 “가을이면 도서 관련 매출이 줄어드는 탓에 이를 타개하기 위한 관련 업계의 마케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쾌적하고 선선한 날씨는 활동하기 좋으므로 ‘독서’라는 정적인 행위는 맞지 않는다”는 논리도 펼친다.

실제 최근들어 도서 관련 매출이 가을보다 여름이 높게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휴가’와 ‘방학’이라는 특수와 관련이 깊다. 넉넉하고 풍성하게 춥지도 덥지도 않은 여건에서 진정한 휴식과 사색의 방법으로 ‘독서’라는 취미가 일반인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온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가을을 ‘등화가친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밤이 차츰 길어지는 철이니 등촉을 밝혀 밤이 이슥하도록 책을 읽으면 좋고, 이따금 귀뚜라미도 울어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오곡백과가 흐드러지고 결실의 풍요로움이 가득한 가을은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고 느긋하게 한다. 이런 때 자연스럽게 ‘지적 결실’을 희구하는 욕망도 일 수밖에 없다.

청나라의 장조(張潮)는 저서 『유몽영(幽夢影)』에서 ‘젊은 시절의 독서는 틈 사이로 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 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 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 달을 구경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여기에서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뜻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젊은 시절에는 창조성을 갖춰 진취적이어야 하고, 중년에는 크고 원만하게 뜻을 펼쳐야 할 것이며, 노년에 들어서는 삶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세상의 이치는 무상(無常)해 고정불변은 없는 법이니 구름이 아름다운 것은 머무르지 않아서이고, 달이 아름다운 것은 차고 이지러지기 때문이다.

하늘에 뜬 달을 보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새기고, 산봉우리에 걸친 달을 보며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한들 어떠리. 물속에 잠긴 달을 만나거든 외로움의 눈물을 실컷 흘려도 좋고, 때로는 희로애락을 안주 삼아 술잔에 달을 띄워 마셔도 보자.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끼리 의리를 지키며 품은 마음 속의 달은 태양보다 찬란할 것이다.

이렇듯 가을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 속까지 살찌우는 풍요의 계절이기에 우리의 내면도 독서를 통해 가을의 달빛처럼, 단풍처럼 아름답게 가꾸면 어떨까 싶다.

자연선택에 따른 유전적 진화의 결과든, 문화적 진화의 소산이든 사람들은 좋은 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런데 책은 묘하다. 개인적 경험만이 책을 좋아하고 자꾸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독서 경험이 없거나 아예 접근조차 못한 경우 책을 좋아하기는 어렵다.

세계 제일의 디지털 강국이자 세계 최상위권의 출판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사람만 독서량이 증가하는 ‘독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 및 영상 매체의 발달, 게임문화 확산 등 ‘책 읽는 문화’ 경시 분위기가 만연한 때문이다.

인터넷이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요술방망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인터넷시대를 선도하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조차도 “나는 평일에는 한 시간, 주말에는 3~4시간의 독서시간을 갖는다. 이런 독서가 나의 안목을 넓혀주고 있다”고 실토한다. 사고의 깊이를 더하고 지혜를 얻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는 얘기다.

올 가을엔 책 속으로 한 발 더 다가서 보자. 책방으로,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길들이 많아지길 빌어본다. 그래서 그곳에서 넘쳐나는 ‘마음의 풍요’, ‘지적 풍요’를 만끽하는 가을이 됐으면 좋겠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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