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률 칼럼] 2021년 중국 공산당 100주년과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60주년을 맞이하여 양국 정상들 간 ‘축전외교’를 통해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재확인하였다.
그런데 북한과 중국이 100년과 60년을 서로 축하하고 있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복잡하고 불확실하다. 미중 대립과 경쟁은 최고조에 있고, 북핵 협상은 교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고립과 경제난에 직면해 있고, 중국은 코로나 위기와 2022년 20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국내 정치일정에 몰두해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 역시 국내문제에 아프간 문제까지 꼬여있다. 한국은 이미 대선 레이스에 진입하여 민감한 외교 현안이 오히려 정치쟁점화 될까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와 경제난에 직면한 북한은 불가측하고 불확실한 미국과의 대화에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내부 체제 단속과 중국과의 관계 강화라는 보수적 선택을 하려는 듯 하다. 북한은 중국과의 ‘사회주의 연대’를 강조하여 체제의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단기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협력과 지원을 확보해 급한 불을 끄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중국은 90년대 후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전략물자를 지원하여 북한이 경제 위기의 고비를 넘기는데 일조를 한 바 있다. 당시 북중관계는 1992년 한중 수교의 여파로 정례적인 정상회담 마저 중단되는 등 최악의 상황에 있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의 체제 위기가 초래할 수 있는 중국 국경의 안보 불안을 관리하고자 최소한의 지원을 했고 이를 계기로 양국관계는 회복되었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은?
중국은 북핵위기가 고조된 2003년과 2017년에도 각각 대화 중재와 제재 강화라는 상이한 행보를 통해 일정한 역할을 수행했다. 두 시기는 북핵 문제로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은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 일정한 압박과 설득을 병행하여 대화로 견인하고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최소한의 자원으로 제한된 역할을 해왔다.
그럼에도 중국은 북한체제가 불안정해지거나 위기가 고조되고 북중관계가 파국에 이를 정도까지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 않는 신중함도 유지했다. 중국은 북한체제의 위기 역시 한반도의 주요한 불안정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북핵문제에서 점차 역할을 확대해온 지난 28년의 시간은 사실상 중국의 부상 일정과 맞닿아 있다. 그런 까닭에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미국 요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었다. 중국은 북핵은 북미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이슈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북핵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했다.
왕이 외교부장이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의 '가역조항'을 활용해 대북제재를 완화하자는 제안을 한 것은 분명 북한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과시한 것이지만 사실상 먼저 선제적으로 제재 결의안을 훼손하여 미국과의 갈등을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중국은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불안정한 국내사정, 그리고 불확실한 미국과의 경쟁과 갈등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변경보다는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위상을 유지,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이 희망하는 비핵, 평화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협력하는 ‘촉진자’ 또는 ‘적극적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에 있다. 따라서 한국은 북미협상을 중재해야 하는 과제 못지않게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난제도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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