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차량을 수입‧판매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폭스바겐의 한국법인이 항소심에서는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폭스바겐 본사의 배출가스 조작을 한국법인 관계자들이 인식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고법 형사6-1부(김용하 정총령 조은래 부장판사)는 3일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법인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1억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AVK의 2008∼2015년 폭스바겐·아우디 경유 차량 15종 12만대의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한 대기환경보전법·관세법·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를 통제하는 엔진 제어장치에 이중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인증시험 모드에서는 유해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덜 배출하고, 실제 주행 모드에서는 다량 배출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2개의 모드에 따라 배출가스 배출량이 조절되도록 설정됐다는 사실을 피고인들이 인식했다고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배출가스·소음 인증을 받지 않거나 관련 부품을 변경한 뒤 인증 받지 않고 4만1000여대를 수입한 혐의도 1심은 유죄로 인정한 반면 항소심은 무죄로 판단했다. 부품 번호가 변경됐을 뿐 실제 부품이 변경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환경기준이 더 강화된 '유로6' 차량 3종 600여대의 배출가스 조작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박동훈 전 AVK 사장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인증 부서 책임자였던 윤모씨는 1심의 징역 1년보다 무거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이들이 2010∼2015년 폭스바겐·아우디·벤틀리 등 여러 브랜드의 배출가스·소음 시험서류를 조작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를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윤씨는 1심에서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던 일부 혐의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혀 형량이 가중됐다.
한편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독일 국적인 요하네스 타머, 트레버 힐 전 AVK 총괄사장도 함께 재판에 넘겼으나 두 사람은 기소된 이후 출국해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