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풍년과 파킨슨의 법칙...선진국은 ‘작은 정부’, 한국은 ‘큰 정부’
공무원 풍년과 파킨슨의 법칙...선진국은 ‘작은 정부’, 한국은 ‘큰 정부’
  • 권의종
  • 승인 2021.09.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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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인건비 급증→ 정부 부채비율 상승→ 재정위기’, 그리스 사태... 한국경제의 타산지석 삼아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인구는 주는 데 공무원은 는다. 지난해 주민등록인구가 처음 감소하며 인구절벽이 현실화하는데도 공무원 수는 증가일로다. 2020년 말 기준 교원·소방·경찰·사법·입법 등을 포함한 중앙정부 공무원 수가 73만5,909명에 이른다. 2016년에 비해 10만7,028명 늘었다. 올해 충원하는 8,345명과 내년 충원계획에 잡힌 5,818명을 더하면 내년 말 국가공무원 수가 75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해 지방 소속이던 소방공무원 6만 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되고,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을 참작해도 공무원 수 증가세는 가파르다. 방역 강화나 내수 살리기 등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나, 그렇다고 무분별한 공무원 수 늘리기는 부작용을 부른다. 규제 증가로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공무원 인건비와 연금 등이 불어나 재정에 부담을 준다.

공무원 인건비 등의 지출을 무시하기 어렵다. 납세자연맹이 추정한 자료가 놀랍다. 우리나라 9급 일반행정직 신규공무원 1명을 고용·유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연평균 1억799만 원으로 집계되었다. 공무원 평균 재직기간이 28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명당 30억 원이 넘는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그나마 4년 전 2017년 기준 수치로 지금 추정하면 비용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중앙정부 국가공무원 인건비 예산도 20% 넘게 늘었다. 내년도 예산에서도 41조3,000억 원이 책정되었다. 올해보다 2.7% 늘어난 규모다. 재직 중인 공무원에게 미래에 지급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추정한 공무원 연금충당부채도 천문학적 규모다. 2017년 675조 원에서 지난해 1,044조 원으로 급증했다. 내년을 기준 할 때 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가는 국가보전금이 공무원연금 4조1,000억 원, 군인연금 2조9,077억 원에 이른다.

무분별한 공무원 증원...규제 증가로 경제활력 저하, 인건비·연금 부담 가중, 노동시장에 약재

공무원 수 증가는 노동시장에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실증분석한 내용이 뜻밖이다. 공무원 수가 1% 증가하면 실업률은 약 2.1%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어찌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정부가 지난 4년 이상 대규모 공공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막대한 재정을 일자리 관련 사업에 투입했으나, 고용 대란과 분배 참사라는 참담한 결과로 나타났으니 말이다.

관료화된 거대 조직의 비효율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단골 메뉴가 있다.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경영연구자인 노스코트 파킨슨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발표한 책에서 유래했다. 업무량 증가와 공무원 수의 증가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공무원 수는 일의 분량과 관계없이 증가함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했다. 즉, 일이 많아서 사람을 더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아서 일자리가 더 필요해지는 상황이 된다는 내용이다.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부하배증(部下倍增)의 법칙이다.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 동료의 도움을 받기보다 자신의 부하직원을 늘리는 걸 원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업무배증(業務倍增)의 법칙이다. 부하직원이 늘어나면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부하직원에게 지시하고 보고받는 등의 과정이 파생되어, 결국 서로를 위해 계속 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셈이 된다. 즉, 조직이 커지면서 사람이 늘어난 만큼 일자리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져 조직을 늘리고 인력을 더 뽑으려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다만, 그럴 때도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업무가 없어지고 줄어드는 조직과 인력이 없는지를 살피고, 이를 활용할 궁리부터 하는 게 순서다. 한편에선 인력이 남아도는데 다른 쪽에선 계속 뽑아대면 조직과 인력은 한없이 비대해지게 마련이다. 결국 그게 다 비용이다.

일 많으면 충원은 당연...다만, 불요불급 조직과 인력을 재배치·재활용하는 내부 충원이 우선

코로나19가 큰 정부 만들기에 날개를 달아준 측면이 없지 않다. “전염병으로 민간 경제가 침체했으니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비등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를 등에 업고 정부가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건 온당치 못하다. 역할 강화와 규모 확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역할 강화론은 보건의료 분야나 경기부양 등에서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이지, 공무원 수를 늘리라는 주문이 아니다.

기실은 인사관리만큼 어려운 게 없다. 인력은 늘리기는 쉬워도 줄이기는 어렵다. 한번 채용하고 나면 해고는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법으로 신분이 보장된 국가공무원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본인이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정년 때까지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말 그대로 ‘철밥통’이다. 공무원 수가 많다고 일이 더 잘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건 국가이건 조직을 꾸려나가는 핵심 주체는 양적 다수가 아닌 소수 정예다.

더욱이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의 공무원 증원은 위험스럽다. 프랑스와 미국 등 선진국들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행정 수요 변화 등을 고려해 공무원 감축 등 공공 부문을 이미 줄여가는 추세다. 한국만 큰 정부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정부가 말이나 못 하면 밉지나 않을 터. 공무원 증원을 “단순히 비용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코로나19 방역 강화, 청년실업난 해소, 대국민 서비스 향상 등 사회적 편익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국민을 되레 가르치려 든다.

불현듯 그리스 사태가 생각난다. 그리스는 1980년 30만 명 규모였던 공무원을 2007년 87만7,300명까지 늘렸다. 공무원 인건비가 급증하면서 정부 부채비율이 1980년 22.5%에서 2005년 107.4%로 치솟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늘렸으나 이미 비대해진 정부 부문으로 인해 2011년 재정위기를 맞았다. 해묵은 얘기를 다시금 떠올리는 건 우리 현실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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