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리먼사태' 오나...부채 350조 위기의 헝다(恒大) 23일 고비
'중국판 리먼사태' 오나...부채 350조 위기의 헝다(恒大) 23일 고비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09.2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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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마(大馬)' 헝다 파산설에 홍콩·유럽과 美·日도 출렁…디폴트 유력 관측 속 파산설까지

시진핑 집값 규제 본격화 후 부동산 위축되며 유동성 악화...국유은행 충격 전이 가능성에 긴장
중국 선전시의 헝다 본사 앞에서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는 투자자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부채가 350조원에 달하는 중국 최대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파산 위기가 높아지며 세계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헝다의 부채는 350조 원이 넘고, 헝다가 발행한 8350만달러(993억원) 어치의 5년물 채권 만기가 23일 돌아온다. 이날이 첫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유동성 위기에 빠진 헝다의 부채 상환 능력을 일차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이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헝다가 이미 많은 협력업체들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고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여력이 없어 결국 디폴트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20일 연휴 중 문을 연 홍콩 증시에서 헝다를 위시한 중국 본토 및 홍콩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대표 지수인 항셍지수가 3% 급락하는 등 증권·채권 시장에서 공황에 가까운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 중 하나이던 헝다의 위기는 전체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로 전이되면서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SCMP는 헝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부동산 판매 실적이 부진하고 신용등급이 내려간 광저우푸리(廣州富力·R&F)와 화양녠(花樣年·Fantasia) 그룹 상황도 부정적이라면서 이들 기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헝다가 이미 많은 협력업체들에 공사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극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금융권 대출이나 채권 발행으로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길이 막혀 결국 디폴트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급부상했다. 중국 일각에서 파산 관측까지 제기된 헝다의 작년 말 기준 총부채는 1조9천500억 위안(약 350조원)에 이른다.

◇ 헝다그룹 디폴트 땐 중국 부동산 업계 전체 '휘청'...中 당국, 작년부터 부동산 자금 강력히 통제 시작

이 중 헝다가 은행과 신탁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 규모만도 5천718억 위안(약 105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의 만기가 올해 안에 몰렸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발 리먼브라더스' 사태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만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21(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그널이 나올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헝다 사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으면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며 '9월 조정설'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제2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은 중국 정부가 급등한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다. 과거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오랜 중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 덕분에 손쉽게 대규모 차입에 의존해 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작년부터 중국 당국이 선제적 금융 위험 제거와 주택 가격 안정을 목표로 삼아 부동산 개발업체와 주택 구매자들에게 흘러가는 자금을 강력히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업 환경에 근본적 변화가 생겼다. 당국의 지침에 국유은행들은 신규 대출이나 차환을 꺼리기 시작했고 심지어 은행은 만기가 오지 않은 대출까지 서둘러 회수에 나서면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자금 유동성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S&P20"헝다그룹이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연쇄 파산하며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지 않는 한 중국 정부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싱가포르의 채권 애널리스트인 저우촨이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최악의 부분은 헝다가 붕괴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의 주택 건설업체들이 헝다가 초래한 쓰나미에 익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 주도로 헝다그룹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1997년 설립된 헝다그룹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부동산 개발업체다. 작년 말 기준 19500억 위안(355조원) 이상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다.

◇ 부동산 거품이 낳은 '회색 꼬뿔소'?...헝다사태,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최근 헝다 신용등급을 강등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헝다가 파산하면 대규모 채권을 보유한 중국 건설사와 중소형 은행의 연쇄 파산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 경제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와 거래한 대형 국유은행들이 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금융 시스템에 주는 중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발 충격이 중국 경제에 '회색 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는 위기)'를 촉발하는 뇌관이 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앞서 미국의 거물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중국 투자를 확대한 것이 '비극적인 실수'라고 비판하면서 "블랙록의 펀드매니저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위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헝다사태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생 배경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부채 감축을 추진하는 와중에 헝다발 위기가 촉발된 것이어서다.

중국의 주택 자가 비율이 90%에 달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미국보다 훨씬 낮은 것도 사태 전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의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온 한 축인 부동산 업계가 무너지면 이들 업체와 거래한 대형 국유은행들이 천문학적인 부실채권을 떠안게 되면서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헝다의 중국 내 거래 은행에는 공상은행과 농업은행, 민생은행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비록 구체적인 상황이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크게 봐서는 꾸준히 거품 우려가 지적되어 온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금융 위기로 번졌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 사태'가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중국 정부가 이대로 방치할 경우 장래 자국 경제에 큰 우환이 될 것으로 보고 능동적으로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부채 감축을 추진하는 와중에 헝다발 위기가 촉발된 것은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생 배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중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미국보다 훨씬 낮은 편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의 '비공식 대변인' 노릇을 하는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일부 사람들이 헝다가 파산하면 리먼 브러더스 도산 사태처럼 금융 폭풍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지만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관련된 몇몇 전문가들도 내게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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