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하락은 비극의 서막...대권후보들, 식어가는 성장엔진 살려라
잠재성장률 하락은 비극의 서막...대권후보들, 식어가는 성장엔진 살려라
  • 권의종
  • 승인 2021.09.2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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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 2.0%로 추산...나라와 기업, 국민에 해롭기만 하고 이로운 건 전혀 없어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경제에 주름살이 하나 더 늘었다. 잠재성장률이 속절없는 추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재추정’이 충격이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을 2.0%로 추산했다. 잠재성장률이란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 없이 노동력이나 자본 등 생산요소를 투입해 국가 경제가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일컫는다.

2.0%. 한은이 잠재성장률을 파악한 199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1990년대 6%를 웃돌던 잠재성장률이 30년 새 ‘3분의 1토막’ 났다. 1991~2000년 6.1%, 2001~2005년 5.1%, 2006~2010년 4.1%, 2011~2015년 3.2%, 2016~2020년 2.6%, 2019~2020년 2.2%, 2021~2022년 2.0%다. 단 한 차례의 반전도 없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요인별 기여도를 보면 거의 모든 지표가 후퇴했다.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는 2019~2020년 1.0%포인트에서 2021~2022년 0.9%포인트로 하락했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등 물적 생산요소 투입으로 설명되지 않은 기술 발전과 같은 요인을 말한다. 같은 기간 자본 투입은 1.5%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기여도가 추락했다. 노동 투입은 0.1%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진행돼온 구조적 요인 외에, 코로나19 충격으로 대면서비스업 폐업 등에 따른 고용 사정 악화, 서비스업 생산능력 저하가 주된 요인이라는 게 한은의 평가다. 온라인 수업 확대에 따른 육아 부담 증가, 대면서비스업 폐업 등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면서 노동 투입이 줄었고, 고령층의 비자발적 실업이 증가한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속절없는 잠재성장률 추락...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 요인에 코로나19 팬데믹 겹친 탓

불길한 징조는 진즉부터 있었다. 노동시장의 비효율성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 여러 구조적 요인 탓에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질 거라는 경고가 잇달았다. 그런데도 별 대응이 없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이 미뤄지는 사이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졌다. 그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더욱 주저앉고 말았다.

인구절벽의 변수가 큰 장애물이다. 앞으로도 극복하기 힘들다는 데 고민이 있다. 통계청의 인구 전망이 암울하다. 지난해 3,579만 명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2025년에는 3,415만 명으로 164만 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향후 5년 동안 대전광역시 인구만큼이 증발하는 셈이다. 2030년 3,223만 명, 2040년 2,703만 명 등으로 인구 감소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성장률을 더 낮춰봤다. 2020~2022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1.8%로 한은보다 0.2%포인트 낮게 추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2.5%에서 2020~2022년 2.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 또한 현재의 경제구조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는 ‘중립 시나리오’를 전제로 잠재성장률이 2025년 1.57%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 0.97%, 2035년 0.71%로 추락을 전망했다.

이런 추세로 가면 203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게 확실시 된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처한 사정이 비슷하다. 각국 중앙은행 자료를 보면 잠재성장률 감소가 공통적이다. 감소 폭이 미국 0.1%포인트, 영국 2.1%포인트, 일본 0.6%포인트로 나타난다. 코로나 감염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부정적이라는 얘기다.

성장전략 바꿔야...신성장산업 지원강화, 기업투자 여건 개선, 여성·청년 경제활동 확대 시급

성장전략을 바꿔야 한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제고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여성·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투자환경 개선을 통한 외국 자본 유치, 신성장산업 촉진을 위한 규제 개혁을 역설했다. 한은 의견도 같다.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감염병 확산으로 고용 여건이 취약해진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유념할 사항이 하나 있다.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필수적인 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게 잘 안 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상품시장규제지수는 1.71이다. 조사 대상국 19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정부 개입에 의한 왜곡은 1.69로 OECD 평균 1.62를 넘는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 기업 구조 조정 부진, 경쟁 제한적 시장 규제 등으로 기업 역동성이 떨어져 생산성 개선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률 하락보다 더 경계할 점이 있다. 현상 불감증이다. 한은 메시지를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경보(警報)를 경보(輕報)로 흘려듣고 있다. 어쩌면 듣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5년 단임 정부가 힘만 들고 생색도 안 나는 장기성장에 매달릴 유인이 약하다. 대선주자들도 실망이다. 변변한 성장 청사진 하나 내놓지 못한다. 언론은 자기중심적이다. 의혹 부풀리기는 그토록 잘하면서 시선 못 끄는 일에는 관심이 덜하다. 기껏 일회성 보도로 그치려 한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경제가 성장을 멈추면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기업은 매출이 떨어지고 가계는 소득이 줄어든다. 취업난이 심해지고 실업률이 상승한다. 조세수입이 움츠러들어 재정에도 악영향이다. 성장 시대에 맞춰 계획된 복지사업 수행이 어렵다. 연금과 사회보험은 수입 대비 지출 증가로 보장 범위를 줄여야 한다. 성장이 멈춘 경제는 경제도 아니다. 해롭기만 하고 이로운 것은 전혀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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