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은 법 위에 군림하나?...금융위도 자문기구도 '어정쩡'
삼성생명은 법 위에 군림하나?...금융위도 자문기구도 '어정쩡'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1.10.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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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 미청구', 계열사 부당지원 아니라고 법령 해석...이용우 의원 국감서 "위법 명백"
시민단체들 "삼성 봐주기"...금융위 "법령해석 바탕으로 빨리 결정"…징계 감경 가능성↑
삼성생명 전영묵 대표이사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삼성생명(대표이사 사장 전영묵) 제재안이 금융위원회에서 장기간 지연되고 있어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의 자문기구가 삼성생명에 대해 또 다시 유리한 해석을 내렸다.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했음에도 10개월이 다 되었는데도 금융위가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데 이어 금융위 자문기구까지 삼성생명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금융위에 '삼성 봐주기'를 중단하고 의결이 지연되고 있는 삼성생명 징계안을 신속하게 확정하라고 촉구하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11일 금융권과 금융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달 8일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보험사가 계열사에 대해 계약 이행 지연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행위는 보험업법에서 금지한 계열사에 대한 '자산의 무상 양도'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심의한 내용은 앞서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삼성생명 주요 징계 사유 2건 가운데 계열사 부당지원에 관한 것이다.

작년 12월 금감원은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과 '삼성SDS 부당지원' 등 사유를 제시하며 삼성생명에 기관경고, 과징금·과태료 부과, 임직원에 대한 감봉·견책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안 전체가 확정되려면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를 보면 삼성생명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암 치료를 받은 가입자들에게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의학적 자문을 거치지 않고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암 입원비 지급을 거절, 분쟁을 일으켰다.

금감원, "의사 소견서 첨부해 암 입원비 청구한 가입자들에게 삼성생명이 지급 거절한 것은 약관 위반"

수술 전·후 암세포가 남은 상태, 암 재발, 전이상태의 항암치료 과정에서 요양병원 입원은 직접 치료에 해당한다는 기존 판례 등을 근거로 금감원은 삼성생명 등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다. 다른 보험사들은 권고를 대부분 수용했으나 가입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삼성생명은 거절률이 훨씬 높았다.

금감원은 의사 소견서를 첨부해 암 입원비를 청구한 가입자들에게 삼성생명이 의사 자문도 없이 요양병원 입원이라는 이유로 거절부터 한 것에 대해 약관 위반으로 지적했다.

또 삼성생명이 계열사 삼성SDS에 의뢰해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계약서에서 정한 이행 지연 배상금 150억원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금감원의 지적을 받았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에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대통령령에는 금지 대상을 '증권, 부동산, 무체재산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삼성생명 제재안에 대해 6차례 안건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해 올해 8월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사 자문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도 약관 위반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받아냈다. 삼성생명이 약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의미여서 삼성생명에 유리한 결론이다.

지난 해 12월 금감원 앞에서 암입원비 지급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삼성생명 가입자들
[연합뉴스]

이어 8일 열린 법령해석심의위원회도 보험사의 지연배상금 미청구가 자산의 무상 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 또다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대통령령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제공하는 행위'를 광범위하게 금지하고 있으나,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하위법령이 법률 본조의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는 논리로 삼성생명의 행위는 자산 무상 양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가 장기간 삼성생명 징계안을 의결하지 않고 두 차례 법령해석심의위원회까지 개최하자 국회와 시민사회, 환자단체에서는 일제히 '삼성생명 봐주기' 또는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달 6일 금융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의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거나 이런 금전적 지원을 하는 행위.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이렇게 명백한 상황에 대해서도 금융위가 제재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게 과연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금융위가 삼성에게 따뜻한 가슴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대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국회·시민사회, '삼성 봐주기·특혜' 논란 제기..."금융위는 면피 행위와 '삼성 봐주기'를 중단하라" 촉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열린 8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넘기며 무책임하게 면피 행위를 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면피 행위와 '삼성 봐주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법령해석심의위원회가 교보생명의 상표권 무상 사용 허용에 대해서는 보험업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을 거론하며 삼성생명에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이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교보생명이 자회사에 상표권 사용료를 안 받은 것은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보면서, 삼성생명이 계열사에 지연배상금을 안 받은 것은 부당 지원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이중 잣대이고 삼성 봐주기"라고 꼬집었다.

이들 시민단체는 "금융위는 '삼성SDS 부당지원 사태' 또한 법령 해석의 필요성이 없는 범죄행위임에도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넘기면서 금감원의 징계 취지를 무시한 채 의도적으로 제재안 확정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삼성생명이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그룹 계열사 삼성SDS로부터 지연배상금을 받지 않으며 삼성SDS를 부당하게 지원하고 삼성생명에게는 부당한 손실을 입혔다"고 지적했다. 또한 "금융위가 이유 없는 제재안 확정 지연과 제재의 취지를 벗어난 의미없는 법령 해석을 강행하면서 삼성 봐주기를 위해 징계 철회에 대한 면피용 변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안을 철회하고 삼성의 손을 들어준다면 다른 보험사들도 금융당국의 불공정한 조치에 반기를 들게 될 것"이라며 "금융위가 삼성생명의 부당·불법행위에 대해 원칙에 맞게 강력하게 제재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봐주기', '시간 끌기' 지적에 대해 국감에서 "금융위원회가 일부러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쟁점을 보고 있다"며 "특정 회사에 대해 편견을 갖는 일 없어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일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금융위의 제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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