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을 넘어선 여행을 상상하다
팬데믹을 넘어선 여행을 상상하다
  • 김성수
  • 승인 2021.10.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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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칼럼] 짧지 않은 지난 삶을 돌아보니 아내와의 연애 빼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단연 국내, 국외여행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방학 때면 배낭 메고 캠핑했던 국내 여행도 좋은 추억이고, 낯선 이국으로 가슴 설레며 떠났던 배낭여행이며 패키지 관광까지 늘 행복하였다.

고딩 때 캠핑 가서 문청 가슴을 황홀하게 물들였던 동백정 낙조부터 ‘대 2병’에 걸려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겠다고 투신하려 했던 낙산사 의상대의 시커먼 어둠, 2005년 남북한 작가들이 감격적으로 상봉한 백두산 천지의 일출, 유라시아 대륙 서쪽 끝인 까보다 호까의 낙조 빛내림, 마추픽추의 가슴 서늘한 풍광까지 뇌리에 깊이 박힌 인생 화면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2년 가깝게 이어지는 코비드 팬데믹은 지구촌 시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우리 부부는 날마다 팬데믹을 넘어선 여행을 상상하며 살고 있다. 엊그제는 빗속에서 점봉산 곰배령 산길을 걸었고, 오늘은 TV로 ‘걸어서 세계속으로’ ‘세계테마기행’ 재방송을 보고 있다.

여행과 문학, 여행과 글쓰기

그런저런 인연으로 학교에서 여행과 문학, 여행과 글쓰기란 교양과목을 10년 강의하였다. 처음에는 여행의 개념과 신화적 기원을 가르쳤다. 빼어난 산수를 찾는 유람(‘관광’)부터 역사 기념지를 둘러보는 답사(역사 기행)나 깨달음을 찾아 종교 기념지로 떠나는 성지 순례, 악당(악룡)에게 빼앗긴 보물(미녀)을 되찾는 영웅의 탐색 모험, 전쟁 기아 등 뜻하지 않은 일로 고난의 길을 떠나는 피난과 정치적 패배자의 유배 등이 있다고 하였다. 소설과 영화의 기원을 신화시대 영웅 탐색담에서 찾았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인디애나 존스> <반지의 제왕>까지 예를 들었다.

<라마야나>, <서유기>, <열하일기> 같은 동양 고전, 그리스 신화의 황금양털을 찾아 나선 이아손과 아르고호 원정대의 <아르고 나우티카>부터, 트로이전쟁 승리의 일등공신 오디세우스의 귀향 모험기 <오딧세이>, 최후의 만찬에 쓰인 성배를 찾아가는 <원탁의 기사>, <신곡>, <나르치스와 골트문트>, <콩고기행>까지 소개하였다. 그런데 수강생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여행과 문학에서 ‘여행과 글쓰기’로 이름을 바꿔 직접 여행을 떠나고 답사하면서 여정과 소감을 글로 쓰는 방식으로 운영방식을 싹 바꾸었다. 반응이 나아졌다.

작은 성공에는 학교 위치도 중요하다. 근대 대학인데도 한양도성 성곽과 궁궐, 대통령궁(청와대), 북촌에 둘러싸여 있고 문묘(성균관)가 교내에 있다. 따로 멀리 갈 것도 없이 학교에서 답사를 시작하였다. 정문에 있는 하마비와 탕평비각을 보고 문묘의 대성전, 명륜당, 동재, 서재를 거쳐 후문 고갯길로 올랐다. 북촌 8경을 답사하였다. 주민생활공간이라 절대 정숙을 요하지만 모처럼 야외에 나온 학생들이 수다 떨고 인증샷 찍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삼청동 언덕길의 6경을 본 후 북촌 전망대에서 인왕산, 북악산, 경복궁, 민속박물관, 청와대, 총리공관, 정부서울청사를 조망하며 미래의 너희들 거처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다음에는 서울 성곽을 답사하였다. 창의문(북소문)에서 출발하여 말바위, 와룡공원, 성북동 성곽길, 혜화문(동소문), 낙산공원을 거쳐 흥인지문(동대문), 광희문에 이르러 남산을 바라보았다. 한양도성을 둘러싼 내사산(內四山) 중 북악산(백악산), 낙산, 남산(목멱산)에 이르는 한양도성 순성(巡城)놀이를 절반 재연한 셈이다. 뒤이은 궁궐 답사. 학교 담을 낀 창경궁 홍화문에서 집합하여 명정전, 함인전, 통명전, 춘당지를 구경한 후 함양문을 통해 창덕궁으로 넘어갔다. 인정전, 선정전, 희정당, 대조전을 거쳐 입장권을 새로 끊고 후원에 들어섰다. 부용정, 영화당, 주합루, 애련정, 관람정, 존덕전, 청의정까지 갔다가 나오는 길에 연경당을 거쳐 돈화문으로 나왔다. 어떤 때는 청계천 광교부터 수표교까지 걸었다.

여행을 질러랏! 단, 몸이 힘든 여행을

이렇게 한 학기에 서너 번은 학생들과 두세 시간씩 걸으며 문화재 해설사도 되고 담소도 나누었다. 강의실과 컴퓨터, 스마트폰, 영어책에 갇혀서 스펙 쌓기에 몰두했던 학생들을 한 주에 2,3시간씩 무조건 걷게 하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조별로 1박 2일 여행, 답사를 다녀와 기행문을 쓰게 했더니 처음엔 몹시 힘들어하면서도 즐기기 시작하였다. 지식, 정보가 아닌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보람이 차츰 공유되었다.

코비드 팬데믹 시대에 여행을 꿈꾸는 것이 뜬금없거나 사치일 수 있다. 그래도 여건이 다 갖춰지면 그때 가서 여행을 하는 게 아니라 지금 바로 ‘저질렀으면’ 한다. 꼭 해외여행이 아니더라도 국내에 여행, 답사할 곳도 많다. 공간 이동, 세계와의 만남을 통한 자아 성장이 여행 목적이라면 스마트폰과 랜선으로 충분하다는 분도 있다. 그들에게 눈만 즐거운 관광, 유람이 아니라 몸이 함께 움직이는 고생 여행을 권한다. 현장에서 인증샷, 증명사진도 찍고 순간 감동을 음성 녹음이나 실시간 메모로 남기면 좋다.

코비드 팬데믹이 비대면 가상 만남을 강제하면서 직접 만남이 급격히 줄어들어 걱정이다. 여행을 하면서 몸으로 직접 낯선 현장을 체감해야 비로소 자기가 누군지 실감할 수 있다. 자기 정체성 확인과 함께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배려와 너그러움이 절로 체득될 것이다. 눈빛과 숨결을 직접 나누는 만남이 일상화되어야 ‘혐중, 혐북’ 같은 증오, 배척의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김 성 수
· 성균관대 학부대학 글쓰기 교수
· 북한문학 전공학자

· 저서
『카프 대표소설선』,1988
『통일의 문학, 비평의 논리』,2001
『프랑켄슈타인의 글쓰기』,2009
『한국근대서간문화사연구』,2014
『미디어로 다시 보는 북한문학: 『조선문학』의 문학·문화사』,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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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1-10-13 04:54:54
성균관 승계를 추가로 법제화. 성대 6백주년 행사때는 대통령.국무총리.교육부 장관 참석하였습니다.

.*성균관대,개교 6백주년 맞아 개최한 학술회의. 볼로냐대(이탈리아), 파리 1대(프랑스), 옥스포드대(영국), 하이델베르크대(교황윤허,독일),야기엘로니안대(폴란드) 총장등 참석.

http://blog.daum.net/macmaca/1467

http://blog.daum.net/macmaca/733

@한국 유교 최고 제사장은 고종황제 후손인 황사손(이 원)임. 불교 Monkey 일본 항복후, 현재는 5,000만 유교도의 여러 단체가 있는데 최고 교육기구는 성균관대이며,문중별 종친회가 있고, 성균관도 석전대제로 유교의 부분집합중 하나임.

윤진한 2021-10-13 04:54:04
대일선전포고)에도 맞지 않는게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임.해방후 미군정부터 국사 성균관(성균관대)교육을 시켜온 나라 대한민국임.

국사 성균관(성균관대)나라. 조선.대한제국 유일무이 최고 교육기관 성균관의 정통 승계 성균관대는 국내외에서 6백년 넘는 역사를 행정법.국제관습법으로 인정받고 있음.Royal성균관대.세계사의 교황반영, 교황윤허 서강대는 국제관습법상 성대 다음 Royal대 예우.패전국 일본 잔재이자, 불교 Monkey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는 한국영토에 주권.자격.학벌 없어왔음

*성균관대로 정통을 승계하기로 하자, 미군정이 향교재단의 재산으로 성균관대 재정에 기여토록 하는 법을 추가로 만들어 주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때 대통령령으로 시작된 한국민족문화대백과발행으로 행정법상 조선 성

윤진한 2021-10-13 04:53:21
Royal성균관대는 太學등의 별칭있고,왕립대학이며, 대한제국의 皇대학 전통과 자격을 가지고 있음. 해방후의 주권없는 일제잔재 중심 비신분제 국립대학과는 성격도 다름.

카이로선언이후 프랑스.소련.폴란드등이 승인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제법.국내법적 위상을 상기하고, 패전국 일본잔재로 한국영토에 주권이 없어온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패전국 일본잔재로 적산재산 형태)를 국립대로 강행할때, 전국적인 반대와 서울대생들의 등록거부.자퇴,등록거부등이 있었던 상황도 인식해야합니다.

국제법상 일본이 항복후, 포츠담선언(카이로선언 포함)에 따라, 한국영토에서 일본의 모든 주권은 없어왔음. 경성제대 후신 서울대는 한국영토에 주권.자격.학벌이 없어왔음. 현행헌법 임시정부 구절(한일병합 무효, 을사조약등 불평등 조약 무효,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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