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와 일감몰아주기...올해 3개사 변칙 대피시켰어도 '첩첩산중'
아모레와 일감몰아주기...올해 3개사 변칙 대피시켰어도 '첩첩산중'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1.10.1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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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새로 규제되는 지주사의 50%이상 자회사 벗어나려는 절묘한 탈출법...개정 공정거래법 허점 노려
올들어 에스트라는 아모레퍼시픽에 흡수합병. 코스비전은 주식교환 통해 아모레퍼시픽 자회사로 지위 변경
퍼시픽글라스 지분 60%는 프랑스기업에 매각...3사 모두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높아 제재유력시됐던 업체들
계열사들과 거래비중 높은 퍼시픽패키지,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은 무대책...연말까지 움직임 주목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아모레, ‘일감 몰아주기’ 논란 있는 계열사들 잇달아 정리...아모레측 “합병-계열사 지분 매각 등은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는 무관” 반박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9월1일자로 갑자기 한꺼번에 2개 계열사의 지위를 변경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건강식품 제조업체인 에스트라를 주력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에 흡수합병시켰고, 대전 소재 화장품 제조업체인 코스비전은 주식교환을 통해 모기업을 지주회사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G)에서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으로 바꾸었다.

코스비전의 주식 100%를 지주사가 갔고 있었는데, 이를 아모레퍼시픽 100%로 바꾼 것이다. 두 기업 모두 지주사가 갖고있던 계열사 장악권을 아모레퍼시픽으로 바꾼게 공통 특징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에스트라의 합병에 대해 그룹 측은 “최근 성장하는 더마 코스메틱 시장에 대비해 더마 사업 및 건강기능식품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라며 “ 더마 브랜드 생산/판매 자회사 흡수합병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며 합병이 궁극적으로 회사의 재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코스비전건과 관련해선,“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주식교환과 신주발행에 따른 자본 확충이 가능하고 코스비전은 자산 및 부채의 변동 없이 오직 주주구성만 변동되며, 지배구조가 안정됨에 따라 신용도 제고 및 영업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해명했다.

지주사의 자회사땐 효율성이 적었고, 지배구조가 불안했고, 신용도가 낮아 영업경쟁력이 없었다는 얘기인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해명이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위기에서 올해 탈출한 아모레 3사의 탈출방법

계열사명

탈출조치전 최대주주

조치후 최대주주

탈출방법

에스트라

지주사 100%

아모레퍼시픽에 흡수합병

흡수합병

코스비전

지주사 100%

아모레퍼시픽 100%

주식교환으로 최대주주 변경

퍼시픽글라스

지주사 100%

프랑스베르상스 60%

지분매각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각사 반기보고서>

연말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앞두고 에스트라 등 아모레 계열사 3곳 '규제탈출'...일감몰아주기 대상 아닌 아모레에 흡수합병하거나 자회사로 바꿔

이런 그룹측 해명과 달리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오는 12월30일로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때문에 아모레가 부랴부랴 취한 조치들로 보고 있다.

작년말 개정돼 올해 말 시행 예정인 새 공정거래법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회사의 범위를 넓혔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회사 (법 개정으로 상장, 비상장 구분 없이 20% 이상) 뿐만 아니라 이들 회사가 5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까지 규제대상을 확대했다. 50%이상 지분소유 자회사는 올해말부터 새로 규제대상에 추가되는 것이다.

에스트라와 코스비전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서경배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은 지난 9월말현재 지주사인 아모레G 지분 61.95%를 소유중이다. 아모레G는 또 이 조치전까지 에스트라와 코스비전의 지분 100%씩을 각각 갖고 있었다. 그냥 놔두면 올해말부터 새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는 100% 자회사들이었다.

일감몰아주기 대상이 된다고 해서 무조건 과징금을 때리거나 총수 검찰고발을 곧 바로 하지는 않는다. 연간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연 매출 12%가 넘는 경우중 누가봐도 계열사 우대가 분명해 보이는 경우에 한해 공정위가 조사를 해보고 조치를 취한다. 계열사 우대란 예를들어 거래가격이 비계열사에 비해 7%이상의 특혜를 주는 경우 등이다.

서울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그룹 전경

퍼시픽글라스는 프랑스 기업에 지분 60% 매각. 대주주가 지분많은 지주사의 50%이상 자회사는 새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된다는 점 피해

계열사에 대한 우대가 분명해 보여도 효율성이나 보안성 등에서 참작해줄 사안들이 있는 경우 공정위가 봐주기도 한다. 그 판단은 오로지 공정위만 할수 있다.

에스트라의 경우 작년 전체매출의 67.5%를 계열사들이 올려주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한 회사가 무려 664억원의 에스트라 제품들을 사주었는데, 이는 에스트라 작년매출 989억원의 67.1%에 달한다. 누가봐도 일감몰아주기 수혜법인으로 의심받을 만한 수치다.

하지만 아모레피시픽에 흡수합병되면 이런 의심을 받지않아도 된다. 지난 9월2일 기준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서경배 회장 일가의 지분은 10.95%(보통주 기준)에 불과하다. 아모레 G도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38.04%의 지분만 소유하고 있어 50%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더라도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가 아니란 얘기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교수는 “(에스트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가 되었는데, 이것을 회피하기위해 (지주사가 에스트라를) 아모레퍼시픽에다 판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지주사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분도 강화한 측면도 있다”고 방송인터뷰에서 말했다.

 

작년 전체 매출에서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의 비중(%)

에스트라

코스비전

퍼시픽글라스

67.5

100

76

<자료 각사 감사보고서>

3사는 규제 피해갔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은 안전 낙관 일러. 아모레 계열사들에 종이상자나 용기 공급하는 퍼시픽패키지가 가장 문제

코스비전도 지난 8월 이전까지만 해도 매출의 100%를 계열사들에 의존하는 기업이었다. 코스비전의 작년 매출이 1,288억원이었는데, 아모레퍼시픽이 234억원, 에뛰드가 195억원, 이니스프리 691억원, 에스쁘아 102억원, 에스트라 62억원 등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들이 매출 100% 모두를 책임져 주었다. 2019년에도 내부거래비중이 100%였다. 아모레 계열사들의 주문에 맞춰 화장품을 제조납품하는 회사였다고 과언이 아니다.

작년 5월 지주사 아모레G와 코스비전은 공정위로부터 각각 4,800만원씩의 과징금을 얻어맞기도 했다. 무상담보제공 등 지주사의 부당지원행위 때문이었다. 이런 상태의 회사를 그대로 두었다간 공정위로부터 난타당할 위험성이 커지자 이번에 지주사 자회사에서 안전한 아모레퍼시픽 자회사로 바꾸어버린 것이다.

이에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월 지주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던 초자용기 제조업체 퍼시픽글라스의 지분 60%를 프랑스기업 베르상스에 매각하기도 했다. 지주사 지분을 50% 미만으로 줄여 사익편취대상에서 벗어나기위한 조치였다.

작년 이 회사의 매출은 677억원이었는데, 이중 76%인 515억원을 아모레퍼시픽(490억원)과 코스비전(24억원) 등이 올려주었다. 역시 계열사 의존비중이 너무 높아 정식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면 문제가 될 기업이었다.

아모레는 연말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올들어서만 벌써 3개 계열사를 탈출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허점조차 교묘히 피해가는 묘수를 차례차례 두고있다고도 볼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아모레 계열사들은 이제 모두 안전해진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같다. 우선 다급한 3개사는 탈출시켰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중에서도 공정위가 눈여겨볼 기업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연말 새로 규제대상이 되면서 내부거래비중이 높은 아모레 계열사들

(단위 2020년기준 %)

계열사명

퍼시픽패키지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작년 매출중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비중(%)

93

24.4

18

18

<자료 각사 감사보고서>

작년 매출중 계열사들 매출비중 93%...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도 내부거래비중 18~24%...최종 제재여부는 공정위가 판단

우선 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중인 천안소재 종이상자 및 용기제조업체 퍼시픽패키지가 있다. 작년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을 보면 아모레퍼시픽이 382억원, 코스비전 51억원, 에스트라 20억원 등 모두 456억원에 달했다. 작년 이 회사 매출 490억원의 무려 93%에 달하는 수치다.

당연히 새로 규제대상이고, 또 공정위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도 앞의 세 업체처럼 아직 탈출시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품 용기 및 종이상자의 제품 보안성과 효율성 등을 공정위에 설득해 사익편취가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킬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제재여부는 공정위가 판단할 것이다.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가 지분을 많이 가지고있는 이니스프리(지분율 18.18%), 에뛰드(19.5%), 에스쁘아(19.5%) 등 3사도 올연말부터 새로 규제대상이 된다. 공교롭게도 서민정 지분은 모두 20% 미만이지만 서 회장 일가가 대주주인 지주사의 지분이 3사 모두 80.5~81.82%에 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계열사 매출의존도도 모두 12% 이상이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작년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의 비중은 24.4%였다. 에뛰드는 2017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10%가 되지 않았으나 적자가 심해진 2018년이후부터 이 비중이 올라갔다. 작년 계열사들이 올려준 매출비중은 18%였다.

에스쁘아의 작년 이 비중도 18%였다. 물론 이들 3사는 아모레 해외법인들과의 거래가 많았지만 해외법인들과 거래에서도 특혜가 있었다면 공정위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는 계열사를 잇달아 정리하고 있는 것은 올 연말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개정에 대비한 행보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나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은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것일 뿐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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