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기후위기 다음 정부 짐 크다"…이재명 "제가 짐 졌으면"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약 50분간 차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만이다.
환담 자리에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두 사람이 기후변화 위기나 경제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선거 정국에 관련된 얘기는 나누지 않았으며, 특히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대장동의 '대(大)'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후보 선출을 축하하자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끝까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끝까지 잘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내년 대선과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이번 대선이 정책경쟁이 되면 좋겠다"면서 "대개 언론은 정책보다는 서로 다투는 네거티브전을 보도하니 아무리 정책 얘기를 해도 빛이 안 나는데, 그래도 정책경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시대가 계속 바뀌니 정책도 과감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피력했다.
이 후보가 "대선을 치르며 안 가본 곳을 빠짐없이 다 가보려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서 이번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선거운동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화제로 삼아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기후위기도 가속화하는 역사적 시기"라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것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농담조로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두 사람이 경쟁했던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얘기도 나왔다.
이 후보가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하려고 마음에 담아 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다"면서 "지난 대선 때 제가 조금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아시겠죠?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고 이 수석이 설명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전체 경제가 좋아지지만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확장재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면서 "대기업들은 굉장히 좋아 생존을 넘어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밑의 작은 기업들은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수석은 "(회동에서)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면서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사전에 제가 이 후보 측과 선거 관련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면서 "이 후보는 후보로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상대로는 언급 안하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분이 (선거 관련) 발언을 아예 피하려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런 발언은 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