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 5년의 허실...저임금 ‘세금 알바’로 고용 늘리는 실상
‘일자리 정부’ 5년의 허실...저임금 ‘세금 알바’로 고용 늘리는 실상
  • 권의종
  • 승인 2021.10.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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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수 늘었어도 대부분이 한시적 공공 일자리...정책의 대전환·대수술 절박, 양질의 고용창출에 중점 둬야

[권의종 칼럼] 고용 시장에 온기가 돈다. 9월 취업자 수가 2,76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만1,000명 늘었다. 7년 반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임금근로자는 8월 기준 2,099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54만7,000명 증가했다.

좋다 말았다. 내막을 캐면 희망은 일순간에 실망감으로 변한다. 통계청의 ‘2021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10명 중 1명은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번다. 그 수가 200만 명이 넘는다.

정확히는, 올해 상반기(4월 기준) 임금근로자 2,064만7,000명 중 10.0%에 해당하는 205만6,000명이 월평균 임금이 100만 원에도 못 미친다. 비율로 치면 2017년 상반기 이후 최고치다. 당시는 월 100만 원 미만 임금근로자가 전체의 10.4%를 점했다. 2018년 9.8%, 2019년 9.7%, 2020년 8.9%로 차츰 낮아졌다. 올해는 이 비율이 1.1%포인트 급등, 10%대로 다시 올라섰다.

월급 100만 원 미만의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숙박·음식점업이었다. 전체의 27.5%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가 28.2%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에 해당하는 근로자는 409만7,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수의 19.8%에 달했다.

월급이 2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인 임금근로자는 687만5,000명, 33.3%로 비중이 가장 컸다. 300만 원 이상 400만 원 미만은 366만6,000명으로 17.8%, 400만 원 이상은 395만2,000명으로 19.1%로 각각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이 회복되면서 전체 취업자 수가 늘고 있으나, 대부분 단기 일자리 증가에 그치는 등 일자리 품질은 되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시장에 온기...취업자 수 늘었으나 대부분 단기 고용 증가에 그쳐 일자리 품질은 떨어져

상대적 빈곤은 국제기구 자료로도 확인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19년 기준 한국의 상대 빈곤율은 16.7%였다. 국민 6명 중 1명이 중위소득 50%에 못 미치는 삶을 산다. 조사 대상 37개 회원국 중 4위로 OECD 평균 11.1%보다 5.6%포인트 높다. 코스타리카(20.5%), 미국(17.8%), 이스라엘(16.9%) 다음이다. 일본(15.7%), 영국(12.4%) 등 선진국과는 격차가 있고 덴마크(6.1%), 아이슬란드(4.9%) 등 북유럽 국가와는 비교조차 어렵다.

저임금 인구가 늘어난 데는 공공일자리 증가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월 임금 100만 원 미만 근로자가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경우 전년 대비 14만5,000명 늘었다. 1년 사이 공공행정과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부문은 5만9,000명, 교육서비스업에서는 5만1,000명 증가했다. 보건, 공공, 국방, 교육서비스 등에서만 25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대부분이 취업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한시적 일자리에 몸담고 있다.

전염병 위기에서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필요하고 당연하다. 급하다 보니 필요도 없는 억지 일자리를 만들어낸 게 심히 유감이다. 임시변통은 궁극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가 찍어내는 단기 일자리로는 고용 시장 회복에 한계가 있다.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상황은 아니나, 세계는 이미 코로나 이후를 준비했다. 우리도 ‘위드 코로나’로 방역체계를 전환한다. 이런 마당에 위기를 구실로 공공일자리를 무한정 늘려가는 건 명분도 실익도 없다.

공공일자리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나중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나랏돈으로 때우면 된다. 다만, 언젠가는 없어질 임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세금으로 떠받치는 손쉬운 방법에 매달리는 게 과연 온당한지 돌아봐야 한다. 어렵고 힘들수록 정공법 선택이 순리일 수 있다. 정부는 일자리를 만드는 고용주가 아니다.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어내도록 후원하는 고용 도우미가 돼야 한다.

일자리는 수 못지 않게 질도 중요...10명 중 3명이 월 200만 원도 못 버는 현실은 개선돼야

일자리는 직업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누린다. 사회적 교류와 소통, 자아 완성과 사회 공헌의 터전이 되기도 한다. 역대 정부마다. 일자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취임 후 청와대에 취업자 수를 적시한 상황판을 설치, 일자리 창출 의지를 불태웠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 정책 등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 무진 애를 썼다. 코로나19 이후 세금을 투입한 한시적 공공일자리만 늘어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경제활동인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가 입증한다.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는 806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64만 명 증가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이 38.4%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10명 중 4명 가까이가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셈이다.

일자리는 수(數) 못지않게 질(質)이 중요하다. 저임금 근로자 증가로 일자리 품질이 저하된 작금의 현실은 그런 점에서 안타깝고 뼈아프게 와닿는다. 국민 10명 중 3명 꼴인 29.8%, 즉 615만3,000명이 월급으로 200만 원도 채 못 받고 있다. 그나마 월급 200만 원 이상 근로자가 전체의 70%를 넘어선 것은 반기별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면한 고용 현실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에 성공한 세계 10위권 경제국의 위상과도 걸맞지 않다. 일자리 정책의 대전환과 대수술이 절박하다. 늘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는 그만 늘려야 한다. 고용이 보장되고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양산에 고용정책의 방점이 찍혀야 한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 법. 다 같이 잘 살아야 한다. 그게 나라다운 나라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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