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중산층 별곡(別曲)’...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정책 절실
서글픈 '중산층 별곡(別曲)’... ‘분노’를 ‘희망’으로 바꿀 정책 절실
  • 조석남
  • 승인 2021.10.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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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는 ‘털이 너무 뽑혀 지쳐버린 거위’...중산층 복원 프로젝트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줘야

[조석남 칼럼] 수년 전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는 작자 미상의 ‘중산층 별곡(別曲)’이 떠돌며 큰 반향을 일으켰었다. ‘대출 없는 아파트 99㎡(30평) 이상 소유, 월 급여 500만원 이상, 2000cc급 중형차 소유, 은행 예금 잔고 1억원 이상, 1년에 한 차례 이상 해외여행.’ 이 글에서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이다.

중도·중산 등 가운데 중(中)자가 들어간 사회과학 용어는 대체로 애매모호하다. 실체가 잡힐 듯도 하지만 양극단에 대한 상대적 개념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지 딱 꼬집어 규정하기가 만만치 않아 사람마다, 나라마다 설명이 달라지곤 한다.

사실 ‘중산층 별곡’에서 표현한 중산층의 기준은 자괴적 심정에서 나온 ‘희망사항’의 수준이 아닌가 싶다. 현실적으로 이 정도 생활 수준이면 상류층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중산층은 국민교육을 바탕으로 건전한 시민의식 아래 권리와 의무를 지키는 계층으로 민주사회의 주춧돌이다. 또한 중산층은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눠져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 아래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아주는 사회통합과 정치안정을 위한 안전판 역할을 해준다. 한국사회에서도 고질적인 계층, 지역, 이념, 세대, 성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는데 허리로서 완충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중산층이 한국사회에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자본의 이익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과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돼 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사회는 국가 전체로는 경제성장률에서 선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의 몰락이 점점 위험수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경제적 위기를 겪을 때마다 중산층이 깎여나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현재 진행되는 속도와 크기가 자칫 사회적 성장동력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위축시키지는 않을까 우려 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주관적 계층의식이 소득 수준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 1990년대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 중 약 75%였는데, 현재는 50% 이하로 급감했다. 유럽에서는 60~70% 정도이고, 북유럽 국가에서는 80% 수준이다.

한국에서 주관적 중산층이 급감하는 이유는 ‘추락의 공포’ 때문이다. 언제 회사에서 해고될 지, 자영업자의 경우 언제 가게를 닫을 지 무섭다. 사교육비와 집값 부담이 너무 커 삶이 팍팍하다.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까 두렵다. 중산층의 불안은 사회의 최대 질병이다.

우리는 ‘중산층의 분노’에서 안전한가? 불행하게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푹 떨어뜨릴 구멍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반면 고학력, 청년실업이 고질화되면서 중산층으로 오르는 사다리는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들여다봐도 여야를 막론하고 ‘중산층 복원’에 대해 속시원한 해법을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구호’가 아닌 현실성 있는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중산층의 주요 구성원인 월급쟁이는 ‘털이 너무 뽑혀 지쳐버린 거위’다. ‘불쌍한 거위’의 털을 더이상 건드려서는 안된다. 중산층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의 털을 자라나게 해줘야 한다. ‘서글픈 중산층 별곡’이 ‘분노의 중산층 별곡’으로 바뀌기 전에 그들에게 ‘꿈’을,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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