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국민연금에도 은행 등 금융기관처럼 돈을 빌려주는 '실버론' 사업이 있다.
지난 2012년 5월 처음 도입돼, 예산이 바닥나 긴급수혈에 나설 정도로 좋은 때도 있었다. 이자율이 시중보다 낮고, 신청하고서 대부분 하루이틀 사이에 신속하게 빌릴 수 있어 편리하다.
누구나 실버론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 6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제외)로 이용대상이 제한돼 있다.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릴 때 신용도가 낮아서 고금리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령층의 대출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실버론의 취지를 반영해서다.
대출용도는 전·월세 자금, 의료비,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 등 긴급 생활안정자금으로 한정돼 있다. 자신이 받는 연간 연금수령액의 2배 이내(최고 1000만원)에서 실제 필요한 금액을 빌릴 수 있다.
실버론의 이자율은 5년 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을 바탕으로 분기별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올해 4분기 현재 이자율은 1.69%이다. 최대 5년 원금 균등분할 방식으로 갚되, 거치 1∼2년을 선택하면 최장 7년안에 상환하면 된다.
실버론 시행후 10월31일 현재까지 9년간 총 7만6672명이 3829억1400만원을 빌려 갔다. 이중에서 4만5613명이 빌렸던 2521억1100만원을 상환했다.
지금까지 실버론 용도는 대출금액 기준으로 전·월세 자금이 7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60세 이상 상당수 노인가구가 노후연금을 당겨서 부족한 전·월세 보증금을 충당하는 데 쓴 셈이다.
의료비가 26%로 두번째였고, 장제비(1.6%), 재해복구비(0.4%) 등은 미미했다.
올해 배정된 실버론 대출예산은 599억6400만원으로, 11월4일 현재 74%인 444억3000만원이 대출로 나갔다. 하지만 아직도 올해 대출예산으로 155억3400만원이나 남아있는 등 대출 여력이 충분하다. 갑자기 긴급하게 돈이 필요한 60세 이상 수급자의 경우 실버론 대출받는 것을 고려해 봄직하다.
국민연금공단이 2019년에 자체조사한 결과를 보면, 실버론 이용자 500명의 93.6%는 이 서비스에 만족했다. 응답자의 33.0%는 이자가 적다는 점을, 9.6%는 무담보·무보증을 장점으로 들었다.
김용진 이사장은 "실버론은 일상생활에서 긴급자금이 필요한 연금 수급자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로, 앞으로도 수급자에게 안정적인 노후생활과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