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대선판이라지만...수십조 재난지원금 또 풀자고?
아무리 대선판이라지만...수십조 재난지원금 또 풀자고?
  • 권의종
  • 승인 2021.1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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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다가 원치도 않는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물가 자극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듯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인플레이션은 거시경제의 최대 암초다. 경제 실패는 물가 불안에서 시작된다. 질병 증세의 발열 통증과 같다. 표면적 현상으로 나타나나 원인을 찾아내 근치하기 어렵다. 경제학에서도 물가 문제만큼 까다로운 주제가 없다. 다양한 이론과 학설, 연구와 가설이 난무한다. 정부에게도 물가 관리는 정책의 최우선 과제의 하나다. 

물가가 뛴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밥상 물가는 살인적이다. 빵·곡물 가격은 6.2%, 식용유지는 8.4% 뛰었다. 석유류 가격은 한 달 만에 27.3% 점프했다. 낌새는 진즉부터 있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으로 2%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졌다. 유류세 인하 외에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었다. 잠시 오르다 말 거라는 낙관론에 취해 있는 사이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대외적 요인에 기인하는 바 크다. 국제유가 급등, 글로벌 공급망 훼손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 대란 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 보니 사전 대비가 어려웠다. 정부에게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전기요금이 8년 만에 인상되는 등 정책 실패에 따른 공공서비스요금 상승이 물가를 자극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주거비 상승도 물가상승의 기폭제가 되었다. 

작년 10월 청년층과 고령층 1,888만 명에게 1인당 2만 원씩 지급한 통신비 지원 또한 1년이 지나 물가상승 압박으로 돌아왔다. 물가상승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피해가 사회적 약자로 집중되는 게 예사롭지 못하다. 노동 가치는 떨어뜨리고 자산 가치는 끌어올림으로써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화를 부추기는 해악이 작지 않다. 

경제 실패는 물가 불안에서 시작...표면적 현상인 물가상승은 원인 찾아내 근치하기 어려워

치솟는 대출금리도 물가 못지않은 불안 요소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하루 만에 0.2%포인트 뛰는 등 두 달 새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미 최고 5%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내 6%를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출 규제로 돈 빌리기는 어려워진 판에 갚아야 할 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돈을 빌려 투자한 ‘영끌족’이나 생활비가 궁한 서민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나라 밖 여건도 녹녹잖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테이퍼링, 즉 자산매입 축소를 공식화했다. 작년 3월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 시작한 양적 완화를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는 의미다. 자산매입을 축소하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그만큼 줄게 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경제 전망의 변화에 따라 매입 속도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돈줄을 급하게 죌 것 같지는 않으나, 내년 중 테이퍼링이 끝나면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시장 금리는 이미 가파른 오름세다.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는 물가상승에 달려 있다. 인플레이션 조짐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그동안 두 갈래였다. 일시적이라는 시각과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섰다. 원자재 가격 불안이 지속하고 소비자물가가 치솟으면서 낙관론은 잦아드는 분위기다. 물가만 오르고 경기침체가 지속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미 Fed 정책 전환의 충격파가 커진다. 시중금리 지표인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최근 3개월 동안 50%가량 급등했다. 지난 2·4분기 민간부채는 GDP 대비 218.2% 상승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6%, 8.1% 증가하며 GDP 대비 112.4%, 105.9%를 기록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 높아진 부채가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이자를 못 내면 파산이 속출하고 부실채권이 늘어 은행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물가 대응 시급...확장적 재정 재고, 금리 인상 충격 최소화, 긴축 경영, 부채 관리 서둘러야

한국은행으로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어 보인다. 물가를 억제하지 못하면 경제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회복이 미진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자칫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고(高)부채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3분기(9개월)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정부가 물가 불안을 서둘러 다잡아야 한다. 확장적 재정정책부터 재고해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긴축적 재정·통화정책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은 내년도 예산안 규모를 올해보다 줄이는 긴축 기조에 들어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독일·프랑스가 내년 예산안 규모를 올해 결산 추정액보다 평균 14.8% 축소했다. 미국은 17.1%, 독일은 19.1% 줄였다. 한국은 0.1% 감소에 그쳤다.

코로나 관련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물가 불안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끝나가는 초저금리 시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미국발 금리 인상의 충격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적절한 대응도 필요하다. 기업과 가계도 긴축 경영과 함께 부채 관리를 빈틈없이 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웬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거론된다. 수십조 원의 재정을 더 풀자고 한다. 

한 푼이 아쉬운 서민에겐 요긴할 수 있으나 가뜩이나 높아진 물가를 자극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게 뻔하다. 공짜에는 면역도 없다. 주면 계속 주게 되고, 받으면 또 받고 싶어진다. 여론 도 부정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1%가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한다. 한국경제신문·입소스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77.3%로 높아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다가 원치도 않는 재난지원금을 그래도 줄 것인가. 그러려는 의도가 무엇인가.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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