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량 안전문제에 관해 제보한 내부고발자인 전직 현대차 직원에게 2400만달러(282억원)가 넘는 포상금이 지급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9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현대차와 기아차 미국 법인에 대한 정보제공과 관련한 내부고발자에게 2400만달러가 넘은 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NHTSA가 내부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안전법 위반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는 현대차의 김광호 전 부장(59)이다. 김 전 부장은 현대차에서 20여년간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현대차가 자체개발한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않고 있다고 판단, 2016년 NHTSA와 한국 정부에 잇따라 제보했다.
NHTSA는 이 정보를 토대로 현대·기아차의 세타2 GDi(직접분사) 엔진에 대한 리콜 적정성 조사를 진행했다. NHTSA는 양사가 세타 2를 장착한 160만대의 차량에 대해 시기적으로 부적절한 리콜을 했고, 엔진의 결함에 대해서도 NHTSA에 중요한 정보를 부정확하게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NHTSA는 지난해 11월 과징금 8100만달러를 부과하는 한편, 현대·기아차가 안전성능 측정강화와 품질 데이터 분석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모두 56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양사와 합의했다. 합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미 당국이 현대·기아차에 7300만달러를 추가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관계법령상 100만달러 이상의 과징금으로 귀결되는 중요정보를 제공한 내부고발자에게 과징금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이번 내부고발자는 이 법령에 따라 과징금 8100만달러 중 지급가능한 최대비율인 30%(2430만달러·285억원상당)를 적용받는다고 NHTSA는 밝혔다.
김 전 부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 결함있는 차들의 소유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가 감수한 위험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받아 기쁘다"며 미국의 법체계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또 "나의 제보가 현대차와 업계 전반에 걸쳐 안전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의 법률 대리인은 이 포상금이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부문에서 지급된 가장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장은 엔진 결함문제를 미국과 한국 정부에 고발한 뒤, 2016년 11월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등 사내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해임됐다. 또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되기도 했다.
김 전 부장은 한국에서는 이미 내부고발자로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고, 2019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포상금 2억원 지급을 의결했다. 그는 지난달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기만에 맞선 납세자 교육펀드'(TAFEF)로부터 '올해의 공익 제보자'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