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한국의 진짜부자는 돈이 얼마나 많을까.
부동산은 빼고 금융자산만 10억원이 넘는 부자가 1년새 10% 이상 늘어났다. 증시활황에 힘입은 덕으로 지난해 말 기준 39만3000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0.76% 수준이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총 2618조원으로 1년만에 21.6% 불어났다. 역대급 증가율이다.
금융자산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돈맛을 본 탓에 공격적 투자성향이 강해졌다. 세명 중 한명꼴로 “주식 투자금액을 늘리겠다” “해외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KB금융그룹은 이같은 내용의 ‘2021년 한국부자보고서’를 14일 발간했다.
KB금융은 부자를 현금·예적금·보험·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개인으로 정의했다. 한국은행·통계청·국세청 등의 자료를 종합해 추산한 결과,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인 ‘자산가’는 35만7000명에 달했다.
이어 100억~300억원인 ‘고자산가’는 2만8200명, 300억원 이상인 ‘초고자산가’는 7800명으로 조사됐다.
2020년 한해 동안 3만9000명이 금융자산 10억원을 돌파해 ‘신흥부자’대열에 합류했다. KB금융은 “코스피지수가 2019년 말 2198에서 2020년 말 2873으로 30.8% 급등하면서 주식가치가 상승한 영향으로 부자 수와 이들의 금융자산 규모가 함께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부자의 절반가량(45.5%)은 서울에, 서울에서도 절반(45.7%)은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3구’에 살았다. 강남3구의 부자 수(8만2000명)는 경기도 전체 부자 수(8만6000명)와 비슷했다.
보고서에는 KB금융이 지난 6~7월 자산가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1 대 1 심층인터뷰 결과가 함께 담겼다.
이들의 투자성향은 ‘공격지향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수익률 만큼 큰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는 ‘적극투자형’과 ‘공격투자형’ 비중의 합이 지난해 22.3%에서 올해 27.5%로 높아졌다.
주식 투자에 뛰어든 부자도 늘었다. 올해 부자들의 주식보유율은 81.5%로 지난해 말(67.5%)보다 크게 높아졌다.
주식 투자액을 늘렸다는 응답도 지난해 28.3%에서 올해 40.0%로 급등했다. 앞으로도 주식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비율은 31.0%로 예적금(12.8%), 펀드(10.8%), 보험(7.5%), 채권(4.8%) 등 다른 금융자산을 크게 앞질렀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전체 부자 10명 중 6명은 주식으로 수익을 냈다. 손실이 발생한 비중은 8.4%에 불과했다. 특히 30억원 이상 부자 가운데 손실을 낸 비중은 5.6%로 더 적었다.
‘서학개미’ 행렬에 동참하는 부자도 늘고 있다. 응답자의 29.3%는 해외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KB금융은 “금융자산이 많을수록 공격지향적 투자성향을 보이고, 그 경험을 통해 더 풍부한 투자지식을 쌓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암호화폐에 대한 부자들의 관점은 부정적이었다. 암호화폐에 신규투자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부자는 70.0%에 달했다. 투자를 꺼리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손실 위험이 커서”(50.7%)라는 답변이 많았다. 대신 회원권이나 금·보석 등에 더 관심이 많았다.
30억원 이상 부자 중 67.3%는 회원권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부자 중 84.0%는 금이나 보석 등에 투자했으며, 3명 중 1명은 예술품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의 총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과 금융자산, 기타자산(암호화폐·회원권 등) 비중이 각각 59.0%, 36.6%, 4.4%였다. 총자산이 많을수록 부동산 비중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부동산 비중은 주택가격 상승에 따라 2019년 56.6%에서 더 늘었고, 금융자산은 38.6%에서 소폭 줄었다.
다만 일반가구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78.2%, 금융자산이 17.1%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부자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여전히 두배 이상 높다.
자산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는 금융자산과 부동산, 기타자산 비중이 각각 4 대 5 대 1이었다.
한편 앞으로 부자라고 불리려면 부동산 50억원, 금융자산 30억원 등을 포함해 전체 자산이 100억원은 돼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자의 총자산 기준은 100억원 이상(40.3%)이, 최소 소득기준으로는 연간 3억원을 택한 비율이 34.5%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