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대통령후보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 임정덕
  • 승인 2021.11.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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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칼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별로 어렵지 않은 선택도 많지만 너무나 중요한 선택도 더러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사람을 골라서 나랏일을 전적으로 맡기고 위임하는 공직 선거의 경우라면 선택이 더욱더 신중해야 하고 보다 확실한 선택의 기준이 필요하다. 선택의 결과가 자신과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의 명운과 성쇠를 가르기 때문이다.

구멍가게를 운영할 사람을 뽑을 때에도 적합한 인물을 찾으려고 노심초사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회사에서 일개 신입사원을 뽑는 경우라도 선정의 기준과 원칙이 자타에게 설득력 있고 선발 결과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하물며 국가지도자라면 더 강조할 나위도 없다. 나라를 이끌 비전, 통치 철학, 통치 능력, 판단력, 위기 대응 능력, 지도력, 경륜과 경험, 안목, 세계관, 공정성과 정직성 등 수많은 자질과 덕목을 제대로 갖춘 사람을 골라야 한다. 선택지가 제한돼 있다면 상대적으로라도 더 나은 사람을 고르는 것이 국민의 도리이자 의무다.

중요한 결정을 위한 판단 과정에는 대부분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개재돼 있다. 어떤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반드시 또는 먼저 필요한 요소들이 있고, 이들 필요조건은 필수적이어서 충족되지 않으면 그 일은 결코 성공될 수가 없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필요조건만으로는 불충분하고 다른 조건들도 뒤따라 주어야만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 그런 조건들을 충분조건이라고 부른다. 어떤 일은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이 같아서 필요충분조건으로 묶이기도 한다.

국가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덕목으로 위에서 열거한 항목들도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인이나 집단, 인간의 성향에 따라서는 그 분류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단독 또는 복수로 필요조건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요소가 바로 정직성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자질과 능력, 경험을 가졌더라도 정직하지 않다면 믿고 맡기기가 불가능하다. 자기 가게를 맡을 사람이 정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도 맡긴다면 사실상 그 가게는 포기하는 셈이다. 자기 자식을 가르칠 사람이 정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자식의 장래를 맡길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한 개인의 정직성을 제대로 판별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인간의 마음속은 알기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정직성을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사람이 입으로 내뱉는 말이나 지금까지 해 온 행동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거짓말, 일구이언, 둘러대기, 변명과 핑계, 자기 합리화, 자기 정당화,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동 등이 판별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짓들을 자행하는 사람이 진실하거나 정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후보 여부를 떠나 인간됨의 기본 조건은 수치를 아는 것이다. 자신의 벌거벗은 내면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다면 겉으로 민주주의를 아무리 외쳐도 실상은 왕조 시대의 폭군을 흠모하고 지향하는 위선적 인간일 따름이다.

짧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을 겹쳐 거치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한 폐단 가운데 하나가 정치인은 거짓말해도 괜찮다거나 어쩔 수 없다는 암묵적 양해가 퍼져 나가는 현상, 즉 ‘거짓말 불감증’이다. 정치인의 덕목 첫 번째가 거짓말은 절대 피하고 자기 말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는 것이어야 하거늘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치권과 공직 사회 전반에 걸쳐 거짓말을 응징하고 책임을 묻는 풍조가 옅어져 가고 있다.

심지어 잘잘못과 정직 여부를 가리는 사법부의 수장마저 ‘거짓말의 명수’로 불리며 세간의 조롱거리로 희화화된 지경이다. 정직하지 않은 자들이 득세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대선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고르고 뽑는 행사와는 달라야 한다. 무대나 화면에서 화려하게 분장하고 그럴듯하게 연기하는 모습에 감동하고 열광하는 이른바 ‘팬덤’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간 큰일이다.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정직성과 함께 다른 필요조건과 충분조건들을 세심히 따져 보고, 그중에서 제일 적합한 후보를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애국의 길이자 자신도 사는 길이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임정덕 (jdlim@pusan.ac.kr)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효원학술문화재단 이사장


저 서

적극적 청렴-공기업 혁신의 필요조건, 2016
부산 경제 100년-진단 30년+ 미래 30년, 2014
한국의 신발산업, 산업연구원,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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