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종부세 '허점 투성이'...더 험한 꼴 보기 전에 바로 잡아야
고삐 풀린 종부세 '허점 투성이'...더 험한 꼴 보기 전에 바로 잡아야
  • 권의종
  • 승인 2021.12.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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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유용과 위험 동시에 가지는 ‘양날의 검’... 정부 필요에 따라 조세 쥐락펴락해선 안 돼

[권의종 칼럼] 12월은 잔인한 달. 적어도 집 가진 자에게는 그렇다. 한껏 무겁게 매겨진 종합부동산세 때문이다. 이미 납기에 접어든 상태이나 여진이 계속된다. 원성이 자자하고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7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급등한 재산세를 낸 데 이어, 12월부터는 폭증한 건강보험료까지 물게 된 터. 충격이 더 크게 와닿는다. 

종부세 도입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접근된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 가격 상승을 잠재우기 위해 부유세 형식으로 도입했다. 부유층의 고가 주택을 타킷으로 삼은 배경이 그러하다. 시행 첫해인 2005년에는 과세 대상이 그리 많지 않았다.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가 3만6,000여 명, 세액은 391억여 원 정도였다. 유감스럽게도 종부세를 시행했어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종부세가 별다른 논쟁거리가 되지 못했다. 집값 자체가 오르지도 않은 데다 제도를 바꿔 세 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상황이 돌변했다. 집값 폭등과 공시지가 인상 등으로 종부세 문제가 재점화되었다. 지난해 종부세가 1조8,000억 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5조7,000억 원으로 뛰었다. 과세 대상자 만도 94만7,000여 명에 달했다.

종부세 부담은 어느새 전국적 현상이 되었다. 비(非)서울 종부세 납부 대상이 절반에 육박한다. 세종은 대상자가 3배 폭등했고 충북은 세액이 9배 폭증했다. 문제는 대상자 중 상당수가 서민인 점이다. 부모 모시려 2주택을 가진 사람, 세금 납부 여력이 없는 은퇴한 고령자 등 투기와 상관없는 사람이 적지 않다. 부유세 취지는 퇴색한 지 오래다. 조세 부담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가격안정 도모라는 종부세법에 규정된 목적과도 거리가 한참 멀어졌다. 

종부세 도입은 의도적 접근...처음에는 강남권 고가 주택 타킷 삼았으나 이제는 전국적 현상

종부세 제도는 허점투성이다. 과세 대상부터 논란거리다. 가격 상승이라는 미실현소득에 대한 과세라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같은 부유세 성격의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실현소득에만 과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집값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지금은 올랐어도 나중엔 내릴 수 있다. 가격이 올랐다고 실현도 안 된 이익에 세금을 매긴다면 가격이 내려갈 때는 내린 만큼 세금을 돌려주는 게 맞다. 

과세 목적 또한 모호하다. 종부세가 ‘부유세’인지 ‘보유세’인지. 아니면 투기를 막는 ‘보복세’인지 세금을 거두려는 ‘보충세’인지. 잘 구별이 안 된다. 종부세 찬성론자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효과를 내세운다. 세금부과로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고 주택 구매 의도를 무디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투기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세금이라는 비용을 증가시켜 주택을 매력적 투자수단으로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종부세 반대론자는 이와 의견이 판이하다. 조세보다 징벌적 벌과금 성격이 강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것 자체가 징벌성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는 의견이다.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미실현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한 소득이 아닌 사업이나 근로소득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점을 그 증거로 든다.

중복 과세라는 비난도 면하기 어렵다. 같은 시가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두 번 물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보유하는 동안에는 종부세를, 처분 시점에 가서는 다시 양도세를 부과한다. 그러면서 종부세로 냈던 시가 상승분에 대한 세금 부분은 양도세를 산정할 때 차감도 안 해준다. 또 종부세는 재산세와도 중첩된다. 같은 과세물건에 대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이중으로 과세가 이뤄진다. 

국민의 부동산 고통 덜어 주려면...보유세 감축, 양도세 인하 등 부동산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부동산 공시가격 11억 원으로 정해진 ‘고액’의 기준도 작위적이다. 일정한 원칙도 기준도 없다. 중구난방이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 이후 과세 기준이 공시가격 9억 원으로 유지돼 오다 올 9월 11억 원으로 올렸다. 실거래가 기준 12억 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나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인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 감면 기준과 차이가 난다. 부동산 중개보수 최고요율 적용 구간인 실거래가 15억 원과도 다르다.

종부세는 세 부담도 무겁다. 솔직히 가혹할 정도다. 1주택자에 대한 최고 세율은 3%,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이상에는 6%가 부과된다. 20% 가산되는 농어촌특별세까지 더하면 7.2%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14년이 지나면 정부에 집을 뺏기는 꼴이다. 후폭풍이 걱정된다.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개연성이 크다. 벌써 그런 현상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전·월세가 오르고 전세가 월세로 바뀌고 있다. 

정부는 당최 눈치가 없다. 돌아가는 분위기 파악이 안 된다. ‘그래 봐야 전 국민의 1.8%에만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항변이나 내놓는다. 학생이나 군인뿐 아니라 갓난아기까지 다 분모에 넣은 수치를 기준하고 있는 게 실로 어이가 없다. 가구 수나 가족을 고려하면 국민의 10% 안팎이 종부세 사정권에 드는 걸 생각지도 못한다. 대상자가 소수라 해서 종부세를 합당한 정책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참으로 한심스럽다. 

국민의 담세 능력을 초과하는 세금은 지속되기 어렵다. 오른 세금을 물고 나면 소비가 위축된다. 경기가 침체하고 성장잠재력도 추락한다. 진정 국민을 부동산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부동산정책을 어서 재검토해야 한다. 종부세를 개편해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고 양도소득세율을 낮춰 주택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 세금은 유용과 위험을 동시에 가지는 ‘양날의 검’. 정부가 필요에 따라 조세를 쥐락펴락해선 안된다. 국민만 죽어나고 나라도 힘들어진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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