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고 현명하게 의옥(疑獄)을 결단해야 할 때
지혜롭고 현명하게 의옥(疑獄)을 결단해야 할 때
  • 박석무
  • 승인 2021.12.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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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세상이 너무나 시끄럽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임박해오는데, 후보자들에 대한 의심스러운 형사사건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요즘은 어느 날이고 그에 대한 보도가 없는 날이 없습니다. 증거가 불분명하고 뚜렷한 증인이 없어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의심스러운 형사사건을 ‘의옥’이라고 합니다.

그런 의옥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목민심서」의 단옥(斷獄) 조항의 내용은 오늘의 수사와 재판에서도 많은 참고가 됩니다. “의심스러운 옥사는 밝히기 어려우니, 평번(平反: 증거나 증인이 불확실한 경우 가벼운 쪽으로 처리함)에 힘쓰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일이요, 덕의 바탕이다(疑獄難明, 平反爲務, 天下之善事也, 德之基也).”라는 글의 참뜻을 알아야 합니다.

다산은 덕이 높은 수사관이나 재판관이라면 죄를 명백히 밝히지 못하는 경우에 선처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일 판결을 내리지 못해 오래도록 감옥에 가둬두거나 입건시켜 수사만 계속하는 일 또한 죄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끝까지 범죄행위를 밝혀낼 수 없다면 풀어주거나 사건을 종결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명백한 판단으로 즉석에서 판결하여 막히고 걸리는 것이 없으면 음산한 날씨에 벼락치듯 맑은 바람으로 씻어버린 듯할 것이다(明斷立決, 無所濡滯, 則如陰?震霆, 而淸風掃滌矣).”라는 다산의 말은 인권을 중시했던 법의식의 발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신속한 수사와 재판이 인간의 자유와 인권에 얼마나 큰 관계가 있는가를 다산은 강조했지만, 본디 단옥에서 신속함만을 주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옥사를 판결하는 요체는 밝게 살피고 신중하게 생각하는 데에 있다. 한 사람의 생사가 나 한 사람의 살핌에 달려 있으니 밝게 살펴야 하며, 한 사람의 생사가 나 한 사람의 생각에 달려 있으니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라는 대원칙을 다산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밝게 살피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산 개인의 생각만은 아니었습니다. 「주역」에 “밝게 살피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형벌을 집행하되 죄수를 오래도록 옥에 가둬서는 안 된다(明愼用刑, 而不留獄).”라는 성인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밝고 신중함이야 당연하지만 ‘불류옥(不留獄)’이라는 세 글자를 통해 감옥에 오래 가둬두는 일이 얼마나 인권을 탄압하는 일인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대장동사건’이니, ‘고발사주사건’이니 대선 후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에 대한 사건들이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사건인데, 수사종결이나 판결은 나오지 않고 연일 뉴스에 등장하면서 국민들에게 의혹만 가중시 켜주면서 사건이 끝나리라는 예측도 불가능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끌고 가면서 의심과 의혹으로만 남게 할 것인가요. 언제까지 증거와 증인이 명확하지 못해 죄의 유무를 판단하지 못한다면서 그대로 계속 의혹과 의심만 부풀리고 있을 것인가요. 그런 데에서 다산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정성과 지혜를 다해 밝고 신중하게 살펴보았지만 의심스럽기만 하지 죄의 유무를 판단할 증거와 증인이 뚜렷하지 않다면 그때는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내려 사건을 종결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있습니다. 수사와 재판에서 과연 정성을 다해서 밝고 신중하게 살피고 조사를 했느냐의 질문입니다. 몇 개월 넘도록 요란한 뉴스만 제공하면서 끌고만 가고 있는 사건, 국민들의 인내도 한계가 있습니다. 제발 명확한 결론을 내려 국민 모두의 피곤함을 가시게 해주기 바랍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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