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축소 해결책은...노인층 '답답',정부 '미적',은행 '외면'
은행 지점축소 해결책은...노인층 '답답',정부 '미적',은행 '외면'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1.12.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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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말 179곳 폐쇄…연말까지 72곳 추가 사라져
취약층 금융소외·소비자 차별…금융당국 "접근성 유지방안 모색"
올해 1월 폐쇄된 강동구 KB국민은행 천호동 지점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금융의 디지털화에 따른 신한은행 서울 월계동 지점 '폐쇄' 갈등이 새삼 취약계층의 접근성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의 지점 폐쇄는 중소도시에 은행별로 1~2개뿐인 지점도 줄줄이 사라지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령층이 불편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수십년 단골주민으로서는 평생 신용기록을 쌓은 거래처가 사라지는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은행의 지점축소와 디지털 전환이 날로 속도가 붙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과 은행의 대안은 진전이 없거나 추진 초기단계에 머물러 취약층의 금융소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계동 주민 "고령층 등 고려해 창구 일부라도 남겨야"

신한은행은 노원구 월계동 지점을 창구 존치하기로 선회했다. 당초 내년 2월에 폐쇄하고 이를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디지털라운지는 대면서비스 창구를 없애고 비대면 화상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데스크' 장비를 설치한, 사실상 '무인점포'다. '컨시어지'로 불리는 용역직원 1명이 창구업무가 아니라 디지털데스크 사용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신한은행은 평촌남지점, 대구 다사지점, 낙성대지점, 모란역지점 등 12곳을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했다. 이곳에 설치된 디지털데스크는 92대로 신한은행은 내년 2월까지 2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신한은행의 디지털점포 전략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공격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선두 다툼을 벌이는 국민은행은 비대면 화상서비스 장비를 설치한 '디지털셀프점' 5곳을 운영중이다. 이들은 모두 기존지점 안에 있어, 이른바 '하이브리드지점'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점 폐쇄에 반발한 월계동 주민들도 금융 트렌드의 변화와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면서도,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편의를 고려해 대면서비스 창구를 최소한으로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신한은행 폐점에 따른 피해 해결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이하 주민대책위)'와 함께 폐쇄 반대촉구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금융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의 김득의 대표는 "고령층은 청력이 약하고 기기사용에 익숙지 않아서 화상연결 비대면 서비스에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고, 화상서비스로 모든 창구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신한은행이 수십년 고객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무리한 전환을 추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대책위는 또 지점 폐쇄가 서민지역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는 신한은행이 인구 약 7만8000명인 월계동에 유일한 지점 폐쇄를 추진했지만, 인구 2만6000명인 압구정동에는 5개(기업금융점 제외)를 유지한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신한은행은 그러나 "폐쇄 결정은 지점의 생산성과 성장성, 인근 지점과 거리 등 여러 지표를 고려한 것"이라며 차별 주장을 반박했다.

◇은행간 이견에 공동지점 운영안 논의 장기 공전

올해 은행권은 '디지털 전환'과 효율화를 이유로 점포를 대거 폐쇄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의당 배진교 의원실에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말까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출장소 포함)는 무려 179곳이다. 5대 은행이 연말까지 폐쇄를 계획한 지점도 72곳이나 된다.

월계동 주민들의 반발로 월계동지점과 삼척지점 등은 창구 직원이 일부 배치되기로 계획이 수정됐으나, 그에 앞서 중소도시와 대도시 외곽·서민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점포가 무더기로 사라졌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해 10월까지 67곳을 없앴다. 지난달에도 진주 구도심의 진주 진주중앙지점, 관악구 낙성대역지점, 인천 남동구 구월로지점 등 7곳을 폐쇄했으며 이달에도 2곳을 닫는다.

이러한 급속한 폐점에 따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악화에 대해 금융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점 축소는 세계적 흐름이고 은행이 자율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고령층의 불편 등은 풀어야 할 숙제"라며 "은행연합회의 공동지점태스크포스의 논의결과를 지켜보고 있고, 다른 대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논의·검토단계이고 그 사이 지점은 무더기로 사라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에만 김해 김해중앙지점, 통영 통영금융센터, 의정부 금오지점, 여수 여수지점 등 40여곳을 무더기로 폐쇄할 계획이라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지난주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우체국에 은행 창구업무를 위탁하고, 편의점·백화점에서 현금인출과 잔돈 입금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공동지점 운영방안 논의는 몇년째 큰 진전이 없다. 우체국과 은행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은행의 지점 구조조정에 따른 업무부담을 안아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편의점을 활용한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창구업무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동지점 운영을 놓고 은행권이 협의하고 있으나, 요구범위가 서로 다르고 영업전략 노출 우려도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금융 선진국인 영국은 몇년간 사회적 논의끝에 지점 폐쇄에 관해 법령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자율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며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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