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윤석열이 결국 김종인과 결별을 선택했다. 나는 처음부터 김종인 영입을 반대한 바 있다. 이런 사태를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김종인 역할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사에 김종인 같은 사람이 영향력을 발휘한 것 자체가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정치권이 부끄러워 해야 한다. 김종인이야 손해볼 게 없는 장사였다. 아니 그것을 즐겼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윤석열은 김종인에게, 이준석에게 휘둘렸다. 그러다보니 갈팡질팡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대선은 후보 중심으로 치르는 게 맞다. 김종인은 하지 말아야 할 말도 했다. 자기가 시키는대로만 하라고도 했다. 연기를 해달라는 뜻이다. 후보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던 셈이다. 대통령 후보는 연기자가 아니다. 김종인이 크게 착각했던 것 같다. 그가 두 번의 대선에서 역할을 했던 것도 맞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김종인 매직이 있었다면 거기까지였다.
김종인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한 일도 없다. 오히려 이준석과 손을 잡고 윤석열을 압박하는 인상을 주었다. 이 역시 내로남불이다. 그러면서도 김종인은 뻔뻔하다. 마지막까지 후보의 책임으로 돌린다. 이 같은 총체적인 사태에 대해 총괄선대위원장부터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자기가 하라는대로 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주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물러나면서도 뒤끝을 보여준다. 그는 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개편을 대통령 당선을 위해 하자는 것인데, 쿠데타니 상왕이니 이딴 소리를 하고,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내가 선대위에) 억지로 끌려간 사람인데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스스로 나간다는 얘기다.
김종인은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배제'를 전제한 '선대위 해산' 구상을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을 통해 자신에게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서 "그만두면 내가 그만두는 것이지 해촉이고 뭐고 그런 게 어딨나"라고 말했다. 무책임의 극치다. 김종인도 국민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한다. 자기 허물은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윤 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해촉을 포함한 선대위 쇄신 구상을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에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종인이 자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윤석열은 이제부터라도 오롯이 자신의 책임 아래 대선을 치러야 한다. 아직도 기회는 있다. 겸손함을 잃지 말고 국민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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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