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하청 근로자 감전사고 '뒷북' 사과...정승일 사장, 중대재해법에 '항복'
한전, 하청 근로자 감전사고 '뒷북' 사과...정승일 사장, 중대재해법에 '항복'
  • 정우람 기자
  • 승인 2022.01.0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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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이후 두 달 동안 침묵하다가 언론 통해 해당 사고가 부각돼 파문이 확산하자 뒤늦게 대응해 '빈축'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 직접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에 전화를 걸어 유감 표명...정 사장, 대국민 사과로 선회
"한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 '처벌 1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 '회사 마비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임원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대책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의 감전 사망 사고와 관련해 뒤늦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언론을 통해 해당 사고가 부각돼 파문이 확산하자 뒤늦게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사망사고 등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의 최고 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한국전력이 '두 달 여전' 일어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뒤늦게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자사 경영진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여주지사 관내 전기공사 사망 사고와 관련해 깊은 위로와 사과의 뜻을 거듭 밝힌다”며 공식 사과했다.

앞서 한전의 하청업체 근로자 30대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의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 전봇대에서 홀로 전기 연결작업을 하던 중 감전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작업은 한전의 안전 규정에 따라 2인 1조로 진행돼야 했지만 하청업체는 김씨 1명만 현장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으며,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전은 “작업자의 생명 보호와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같은 시기에 안전 사고가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사 내 가용한 인적 자원 및 예산 등 제반 역량을 안전 관리에 최대한 투입하고 전기공사 현장의 안전환경 조성을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감전·끼임·추락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3대 주요 재해에 대해 미리 정한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감전사고 근절을 위해 ▷직접활선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간접활선 지속 확대 등을 통해 작업자와 위해 요인의 물리적 분리를 시행하고, 끼임사고 근절을 위해 전기 공사용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차량에 고임목 등 밀림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추락사고 근절을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절연 버킷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 업체의 장비 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한 뒤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전국 4만3695개소 철탑에 추락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2023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목표보다 3년 빠른 것이다. 한전은 또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배치’를 원칙으로 하고,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서는 한전 공사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한편 한전이 두달간의 침묵을 깨고 사과와 함께 대책을 발표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에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이 직접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에 전화를 걸어 유감을 전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자칫 경영자가 구속될 수 있는 강도 높은 처벌에 한전이 초긴장 속에서 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분석이다.

안 장관이 지난 6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사고 예방을 이끄는 게 주 목적이지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에서, 한전이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진화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안 장관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한국전력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불과 20일 앞두고 정치권과 노동계 그리고 시민사회 역시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이슈'로 접근하고 있는게 배경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전력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혹시나 자신들이 '처벌 1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회사 마비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고인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국민적 공분도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은 그동안 침묵행보로 일관해 왔다. 원청 업체인 한국전력은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도 지난 4일 한국전력 하청업체 근로자인 김 씨가 작업 중에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진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일제히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 가눌 길이 없다"면서 "고(故) 김다운 님의 명복을 빌며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하청노동자라서 위험에 노출이 없도록, 위험의 외주화가 죽음의 외주화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소규모 사업장과 하청 노동자의 안전대책은 더 강화하고 원청의 하청노동자 관리책임은 더 엄중하게 묻겠다"고 다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트위터에서 "매일 노동자들의 부고를 들으며 억장이 무너진다"면서 "이렇게 노동자의 목숨이 값싸게 취급받는 나라도 인권 국가고 민주국가냐"고 되물었다.

이어 "일터 안전을 도외시하고 노동자 죽음을 방치하면 기업대표부터 패가망신한다는 강력한 책임 기준을 세워야 한다"면서 "심상정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부터 바로잡고 산재 사망 대폭 감축을 명운을 걸고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하청은 135,000원짜리 단순 작업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2021년 건설업 시중노임단가를 보면, 배송전공 시중노임단가는 최저 260,000원에서 최대 500,000원에 이른다"면서 "전신주를 타는 업무를 시키면서 135,000원으로 계약을 했다는 것은 노무비 착복이 있었거나, 한국전력이 외주화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저가 계약을 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저격했다.

국민의당 신나리 선대위 부대변인도 "한국전력과 하청업체는 산업재해로 하루아침에 소중한 가족을 잃게 된 유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면서 경찰과 고용노동부에도 엄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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