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 정몽규 회장, '광주참사' 책임론에 거취 표명...사퇴할 듯
HDC 정몽규 회장, '광주참사' 책임론에 거취 표명...사퇴할 듯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2.01.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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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서 대국민 사과문 및 입장 발표...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등 거론…일각선 "경영퇴진 초강수 둘 수도"...광주시 "공공사업 배제"…재개발사업도 '퇴출' 움직임...수도권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거나 공사입찰이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서울 강북구 미아4구역, 서울 관악구 미성아파트, 경기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서 우려의 목소리.
지난해 6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광주 학동 재개발 사업지 철거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광주에서 잇단 대형 붕괴사고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7일 자신의 거취를 발표할 예정이다.

16일 재계와 현대산업개발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번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17일 오전 10시 용산 아이파크몰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이번 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는 정 회장의 거취 문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2일 광주 참사 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후 주말인 전날 서울 자택으로 올라와 근본적인 수습책과 함께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경영진들의 의견을 들으며 거취 문제를 숙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회사 경영진들도 어떤 방식이든 회장의 결단 없이는 이번 사태 수습과 대국민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단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앞서 2018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주요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으로 볼 때 정 회장이 현재 맡고 있는 HDC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의 초강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는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경영진 동반 사퇴 등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 회장의 퇴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회장의 결단 없이는 대국민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표 시기는 이번 주 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사고를 낸 데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1일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 붕괴 사고까지 일으켰다. 압구정 현대 등 아파트 명가를 이름을 알렸으나, 잇단 대형 참사로 명성은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현재 정부의 사고 원인 조사와 실종자 수색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 회장의 입장 표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962년생인 정 회장은 198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16일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입구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재건축조합, 건설사 현수막 사이로 현대산업개발 반대 내용을 담은 한 단체의 현수막이 보인다. 이날 한 조합원은 "현대산업개발 반대 현수막은 조합과 관련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고개 숙인 현대산업개발, 공분 확산...철거건물 붕괴참사' 7개월 만에 또헛구호 그친 약속

'아파트 명가'로 불리던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사고를 낸 데 이어 7개월 만인 지난 11일 신축 중이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외벽 붕괴 사고까지 일으키면서 부실공사 등에 대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사고로 회사의 향후 사업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해당 사업자의 입주 지연이 예상된다. 안전진단 결과 사고가 난 201동은 물론 전체 철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이미 투입된 비용과 기간이 물거품이 되고 입주자들에게 입주지연보상금도 지급해야할 수 있다.

아파트의 한 예비입주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몇 년이 더 걸려도 되니 일벌백계 삼아 전면 철거 후 재건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으로 간다고 해도 심리적 불안감은 절대 해소될 수 없다""무너져 내리는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삼풍백화점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아이들과 저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16일 오전 현재 청원에 동의하는 인원이 19200명을 넘었다.

사고 여파는 다른 단지로도 옮겨붙고 있다. 광주 최대 재건축단지인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이 HDC현산과의 계약 해지를 원하고 있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지어지고 있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일부 조합원들은 아파트 명칭에서 '아이파크'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신규 수주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광주시는 아예 공공사업에서 이 회사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3일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일정기간 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는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참사'의 장본인이기도 해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라며 "계속 사고를 일으킨 점에 대해 응징 차원에서 모든 공사를 중단시키고, 나아가 광주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참여 배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거나 공사입찰이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서울 강북구 미아4구역, 서울 관악구 미성아파트, 경기 안양 관양동 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철거건물 붕괴 참사 이후 시공사 교체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 광주 학동4구역에서도 오는 18일 이사회가 열리면 공식 안건 채택 여부가 논의된다.

학동4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아이파크라는 상호를 내걸고 분양이 되겠느냐며 걱정하는 조합원들이 있다"며 "지난해 참사를 온전히 수습하지 못한 상황이라 조심스럽기는 하나 검토와 논의는 이뤄질 듯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동 참사로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마당에 다시 인명피해사고가 발생하자, 이번엔 오너 책임론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화면을 보면 어떻게 저런 사고가 가능한가 할 정도로 놀라운 모습이었다""HDC현산이 작은 회사도 아니고 지난해에 큰 사고도 났던 만큼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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