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강기용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30억원을 빌렸다가 갚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 측은 세금 납부를 위해 지인을 통해 30억원을 빌렸고 20일 후 원금과 이지를 갚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자금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결과, 조 회장의 금전 대여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김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이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을 통해 김씨에게서 30억원을 전달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30억원은 지난 해 7월23일 조 회장에게 건네졌다. 조 회장은 한 달 후인 8월 에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인 김씨의 언론사 선배로, 대장동 개발 사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한 이른바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돼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홍 회장이 단기간 돈을 빌렸다 갚은 일은 있으나 대장동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천하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 간 녹취록에도 이와 관련한 대화가 담겨 있다.
김 씨는 녹취록에서 정 회계사에게 "조원태가 홍(선근) 회장 통해 돈 빌려달라고 한 거야. 처음에는 주식을 사달라고. 그래서 해주려고 그랬어"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가 "개인적으로"라고 묻자 김씨는 "안 되는 거지. 차라리 한진 주식을 사서 밑질 것 같으면 다른 거 샀다가 팔았다가, 뺐다가 팔았다를 해서. 정보를 아니까 밑지진 않는데"라고 대답했다.
녹취록은 2020년 3월 31일 대화를 담은 것이어서 조 회장이 김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한 시점은 그 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조 회장은 1년이 훨씬 지난 작년 7월 23일 홍 회장을 거쳐 김씨에게서 30억원을 빌렸다.
한진그룹 측은 "지난해 7월경 세금 납부 필요에 따라 단기적으로 자금 흐름이 어려워 지인에게 자금 조달을 부탁했다"면서 "해당 지인은 홍 회장 측에 요청했으며, 이를 김씨에게 부탁해 자금을 빌려 조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회장은 해당 지인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을 알지 못하며, 딱 20일간 사용하고 해당 지인을 통해 이자를 포함한 원금을 상환했다"면서 "해당 거래 말고 한진그룹의 어느 누구도 김씨 측과 거래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조 회장 등 한진 일가는 2019년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고 국세청에 2700억원 가량의 상속세를 신고했으며,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수년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다.
조 회장은 세금납부를 위해 주식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527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매도해 33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고, 조 회장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 사장도 한진칼 주식을 팔아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했다.
조 회장은 주식을 팔지 못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도 급했지만,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한진칼의 최대 주주지만, 지분율이 5.74%로 높지 않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상황이어서 지분율이 낮아지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