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정치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정치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 조석남
  • 승인 2022.02.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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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어느덧 봄의 길목이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바람이 아직 남아있지만, 아랫녘에선 홍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다. 이제 ‘꽃샘 추위’가 지나면 봄도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봄은 ‘기다림’이다. ‘희망’이요, ‘꿈’이다. 부지런한 농부들이 과실나무 가지치기를 시작으로 일년 농사를 준비하는 것도 이때이고, 초목이 언 땅 깊숙한 곳에서 물을 끌어올려 새싹을 피워내기 시작하는 것도 지금이다. 땅 속 벌레들이 기지개를 켜는 것은 천하 만물이 봄을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밭두렁의 냉이, 야산의 이름 모를 꽃, 그 어떤 작은 풀잎 하나라도 갑자기 어느 한 순간에 불쑥 돋을 수는 없다. 겨울이라는 고난을 참고 이기며 오랜 기다림을 거쳐야 생명의 부활을 꿈꿀 수 있다.

극한 상황을 뚫고 눈 덮였던 겨울 들판과 숲에서 나타나는 봄이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어느 계절엔들 결혼이 없고 언젠들 꽃이 피지 않으랴만 봄신부는 더 눈부시고, 봄꽃은 더 화사한 것도 봄이 긴 겨울을 보낸 다음에야 맞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구나’

중국 당나라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군원」은 화친정책에 위해 흉노왕에게 시집을 가게된 불운의 절세미인 왕소군을 두고 지은 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0년 전두환 신군부 독재시절인 소위 ‘서울의 봄’ 당시 3김(金) 중 하나인 김종필씨가 한국의 정치상황을 ‘아직 봄이 아니다’라는 의미로 인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후부터 ‘춘래불사춘’은 흔히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는 말로 많이 쓰여왔다.

‘상생의 정치’, ‘희망의 정치’는 국민이 바라는 바다. 하지만 상생과 희망을 내세우는 한편으로 저질의 술수와 독설을 구사하면 해빙 기류가 스며들 수 없다. 상생은 여야가 서로를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는 ‘상존(相存)의 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 난제를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때 희망의 정치도 싹이 틀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극단의 대결이 도를 넘고 있는 작금의 대선 정국에서 ‘정치의 봄’ 징후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봄은 언제나 소리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봄은 격렬한 전투가 아니라 조용히 자신을 드러낸다. 잿빛 산하는 푸르고 붉은 원색으로 바뀌고 우리들 마음에도 따사로움이 감돈다. 각자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자유를 만끽한다. 상대를 흉보거나 헐뜯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감싸주며 조화와 균형으로 제자리를 지켜간다.

그래서 봄은 '한편의 교향악'이다. 원색의 음들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아름다운 소리와 거친 소리가 한데 어울려 극상의 음을 만들어낸다. 봄은 '한편의 시'이기도 하다. 고운 말과 조잡한 말이 서로를 보완하고 감싸주며 지순한 영혼을 지켜간다. 또 자유로움과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 본래 색들은 한 폭의 풍경화가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색상으로는 봄의 아름다움을 만들 수 없다. 희고, 붉고, 푸른 것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해야 비로소 봄의 미가 완성될 수 있다.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같이 싸우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좌우, 빈부, 세대, 지역의 극단을 모두 아우르고 넘어서야 보다 '희망찬 봄'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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