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향후 2~3차례 추가 금리인상 시사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같은 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기준금리는 무려 아홉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됐고, 11월과 올해 1월에도 0.25%포인트씩 두차례 잇따라 상향 조정됐다.
하지만 이날 동결로 사상 첫 '세차례 연속 인상'은 피했다.
물가상승 압력이 크더라도 연일 사상 최대 확진자 기록을 경신하는 코로나19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회복세를 고려할 때, 금통위가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세차례나 잇달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은 최근 많이 오른 시장금리를 더 자극하고, 대출이자 인상으로 이어져 일반가계나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을 키울 우려도 있다.
미국 물가급등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난 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10년물 금리는 각 7년5개월, 3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1회 인상폭인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3조20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이런 이유로 이날 금통위 회의에 앞서 경제전문가들과 시장도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뒀었다. 지난해 8월이후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속도 등을 일단 점검한 뒤 추가인상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견해도 많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현재 연 1.25%에서 1.50%로 한차례 더 올리더라도 긴축정책으로 볼 수는 없다며 추가 인상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온라인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그간 세차례에 걸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조정해 온 만큼 지금 시점에서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여건의 변화와 그것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동결 배경을 밝혔다.
다만 앞으로의 통화정책에 대해선 "지금과 같은 높은 물가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도 여전하다"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계속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2~3 차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와 미국 연준 기준금리(0.00∼0.25%)의 격차도 1.00∼1.25%포인트로 유지됐다.
◇올해 물가상승률 3.1%로 올려…'3%대' 10년만에 처음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연초부터 뛰는 국제유가 등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올려 잡았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2.0%)보다 무려 1.1%포인트(p)나 높은 수준이다. 2012년 4월 3.2%(2012년 상승률 전망치)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정 전망 발표에 앞서 "글로벌 공급병목 현상이 풀린다고 해도 영향이 나타나려면 몇개월 걸리고, 보복소비(펜트업 소비)도 있는 만큼 개인적 견해로는 올해 물가상승률을 2%대에서 통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0%를 유지했다. 이는 수출호조, 펜트업 소비 가능성, 재정정책 지원효과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성장률은 각 2.0%, 2.5%로 예상했다.